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마구잡이 유치는 독, 한국어 능력부터 검증해야"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외국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하위 5% 대학에 대해 유학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 정부에 부실대학 명단을 공개하겠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6일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를 도입해 유학생 관리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유학생이 한국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혐한(嫌韓) 감정을 품는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또 중국 유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유치해 온 부실대학들을 압박하는 발언이다.

이 장관의 발언 직후인 7일 한양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정책을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소장 문흥호 국제대학원 교수),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소장 유상철)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해법이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구자억(56)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관평가연구센터 소장과 한양대 중국유학생회 쉬안쉬추(玄旭初·현욱초·21) 회장(작곡과 3학년)을 만나 중국 유학생 8만 명 시대의 속내를 들어봤다.







- 금 중국 유학생들이 문제인가
▶구자억 소장=중국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24.2%밖에 안 된다. 2000년(12.5%)에 비해 두 배쯤 높아졌지만 한국(79%)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극심한 입시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한국을 도피처로 선택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제가 적지 않다.

첫째, 많은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 유학생 유치에 급급한 대학들이 어학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서다. 그 결과 유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한국 학생과의 소통도 불가능하다.

둘째, 한·중 간 문화 차이다.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편견이 유학생들의 혐한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셋째, 기반시설의 부족이다. 중국인 유학생의 기숙사 거주비율은 지난해 39%에 불과하다. 넷째, 취업난이다. 중국 유학생의 한국 내 취업 현황을 조사한 수치조차 없다.

▶쉬안쉬추=한국 학생들과의 불통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 학생 상당수는 중국 유학생들에게 배타적이고 편견도 심하다. 사소한 문화적 차이가 쉽게 오해로 이어진다. 유학생들의 부족한 언어 능력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 유학생들의 경제 여건은 어떤가
▶구=지난해 중국인 유학생 실태를 조사해 보니 조사 대상자의 60%가 경제적 곤란을 해결하려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중국어 교습, 음식점 서빙이나 공장·가게에서 일하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이 때문에 유학생들은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학업에 쏟아야 할 시간을 빼앗긴다. 게다가 2003년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돼 취업비자를 받기 어렵자 유학을 가장한 위장취업도 늘었다. 최근에는 하숙비가 크게 올라 유학생들이 부업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여학생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흥업소까지 기웃거린다고 한다.

중국선 한국 대학 입학 쉬워 ‘만만’

- 최근 교과부가 유학생 관리 인증제를 도입했는데.
▶구=꼭 필요한 조치다. 정부가 유학생 숫자를 대학의 국제화 평가지표로 삼은 뒤 대학들은 ‘묻지마’식 유치에 나섰다. 중국 학생과 학부모들이 한국 유학을 만만하게 여기게 됐고, 한국 고등교육 전체가 폄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쉬안=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 일부겠지만 유학원 또는 대학들이 4년 의무계약을 한 뒤 중국 유학생들을 유치한다고 들었다. 이들 유학생은 지방의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4년을 허송세월한 뒤 돌아간다. 인증제를 통해 이런 학교들을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 이번 인증제의 문제점은 없나.
▶구=평가위원회에서 이미 대학별로 1단계 서면평가를 진행 중이다. 단 유학생 관리를 잘하고 있는 대학들이 기계적인 지표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평가기준 가운데 유학생의 중도 탈락률에 대한 배점이 높다.

이 때문에 등록금이 아쉬운 대학들이 실력 없는 유학생의 퇴출을 더욱 꺼릴 우려가 있다. 인증제의 목적은 한국 대학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영어나 중국어로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먼저 대학의 국제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쉬안=인증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인증제가 정착되면 중국 유학생들이 일부 우수 대학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유학생을 방치하지 말고 한국 정부가 유학생 가이드나 네트워킹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지원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 대학들의 중국 유학생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우선 유학생 선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국어능력시험 3급이 보통의 입학기준이다. 사실 이 정도로는 대학 수업의 30%도 이해하기 힘들다. 더 강화해야 한다. 학점 평가도 한국 학생과 차등을 둬서는 안 된다.

중국 베이징대는 유학생과 자국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정원 외 입학에도 메스를 대야 한다. 부족한 학생 충원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유학생들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인증제 통과 대학에는 정원 외 입학을 인정하되 그렇지 못한 대학은 금지시켜야 한다.

▶쉬안=한국 대학들은 지금 선진 대학으로 가는 과도기인 것 같다. 모든 유학생을 우수 인재로 만들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당연히 탈락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를 한국 정부가 개선해 주면 된다.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내해야 하지 않겠나.

학사경고, 고학년 유학생엔 엄격해야

- 전 세계적인 취업난 속에서 중국 유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구=일본이 세운 ‘2020년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계획’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유학생 모집과 학사 관리부터 취업 알선까지 일련의 시스템을 갖췄다. 한국은 사실상 유학생들을 방치해 왔다.

다른 토론자도 지적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한국어 인재 충원 루트는 예전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조선족 동포, 중국인 한국 유학생, 한국의 중국어 전공자, 한국인 중국 유학생, 중국 대학의 한국어과 졸업생 등 다섯 부류가 있다.

국내 대학들이 취업 경쟁력을 키워 주지 못하면 결국 중국의 한국 유학 붐은 빠르게 사그라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 기업들이 아직 중국인 한국 유학생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쉬안=유학생들이 한국에 유학 오면 취업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은 유학생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중국 유학생 문제에 대해 또 다른 해법을 제언한다면.
▶구=한국 정부는 중국 유학생이 한·중 관계의 미래 가교(架橋)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대학은 유학생을 학교 재정 충당 수단으로 봐선 안 된다. 유학생을 한국의 잠재적 자원으로 여기고 충분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학생들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생각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쉬안=한국은 중국 유학생의 양과 질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 유학생의 질을 높인다고 해서 절대적인 숫자를 줄이면 일반 대학들은 현실적으로 지원 시스템을 만들기 어렵다. 입학 문턱은 낮게 놔두고 퇴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지금도 학사경고를 두 번 받으면 비자 연장이 안 돼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그 기준이 너무 낮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저학년은 학사경고 기준을 낮게, 고학년은 높게 한다면 학생들이 의욕을 갖고 적응할 것이다.

유학생들도 먼저 한국 학생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 유학 온 이유는 결국 한국 친구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서다. 교류가 없으면 인맥도 없다. 유학생끼리만 어울려선 곤란하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중앙SUNDAY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