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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박칼린과 나승연, 임재범과 박정현·김범수의 공통점이 뭘까. ‘가수’가 답이 아니란 건 아실 거다. “남들에게 감동을 준 사람들”이라고 하면 반은 맞았다. ‘남자의 자격’이란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박칼린의 카리스마는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 대변인 나승연의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또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을 봤다면 임재범과 박정현·김범수를 감동과 연결시키는 데 크게 저항감을 없을 것이다. 한데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대중의 인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받았고, 그 다음에 모두 광고모델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좀 껄끄러운 건 있다. 박칼린을 좋아하지만 그가 광고하는 은행과 동행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승연이 탄다는 차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가수들의 광고도 그렇다. 하지만 광고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단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인기란 건 최종적으로 돈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뿐이다. 물론 거기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전혀 없다.

좀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7~8년 전 정치부에 있을 때 일이다. 정부 과천청사에서 실시된 법무부 국감을 취재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던 박원순 변호사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그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돌아가는 박 변호사와 나눈 짧은 대화다. “어떻게 가세요?” “저기 가서 지하철 타고 가야죠.” 아시다시피 법무부 건물에서 지하철까진 꽤 멀다. 터덜터덜 걸어가던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 찡했었다. 몇 년 전 신문사 선배와 얘기를 하다 박원순·안철수가 거론됐었다. 그 선배는 “두고 봐, 그 사람들 결국 정치할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아닐 거라고 항변했었다. 요즘은 내가 너무 어리석게 세상을 사는 건 아닌지, 자책이 자꾸 든다.

박 변호사나 안 교수가 처음부터 정치를 하기 위해 일을 도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야 내가 좀 덜 우스워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안 교수처럼 컴퓨터 백신 같은 좋은 걸 개발해서 공짜로 돌리면 “음, 그래 조금 있으면 정치판에 나오겠군” 하는 의심부터 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지난 정권 때 참여연대 관련 인사들이 150명이나 정치권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보고 화가 났었다. 그럼 정치단체라고 하지 왜 시민단체라고 주장하는가, 하는 마음에서다. 박 변호사가 정치인으로의 화려한 변신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는 정치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가 시민운동에 뛰어들지도 모르겠다. 롤 모델을 봤으니까. 하지만 나는 앞으론 잘나가는 시민운동가를 보면 “이분은 언제쯤?”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음이 별로 유쾌하진 않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이 광고모델로 변신하는 건 쉽게 이해가 간다. 돈을 버니까. 그렇다면 시민운동가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건 왜일까. 당장 생각나는 건 “권력을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돈과 권력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인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거기에 매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수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면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SNS를 통해 과거 어떤 폴리페서보다 더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하는 교수들은 대단한 지식인 대접을 받는다. 정당판에 들어간 작가나 종교인은 엄청 비난받는다. 하지만 SNS를 통해 그런 활동을 하는 건 누구도 시비 걸지 않는다.

좀 실망했지만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시민운동가가 정치인이 되는 걸 비난할 순 없다. 단지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경제난과 실업문제, 관료주의, 정치적 무능, 북핵 문제 등 이 어마어마한 난제들은 그 어떤 정치 지도자도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걱정될 뿐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여론은 그야말로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 선수지만 그 영웅을 시궁창에 처박는 데도 도사들이다. 우리보다 대통령제를 오래 한 미국의 링컨이나 루스벨트 같은 전설적 대통령이 온다 해도 한국에선 성공한 대통령 되기 힘들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들 돈과 권력을 향해 뛰어간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런데 묻고 싶다.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말인데,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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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