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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쇼는 경쟁 강조, 한국 오디션은 합숙하며 ‘가족 분위기’

왼쪽부터 39나는 가수다39 자우림의 김윤아,39나는 가수다39임재범,39위대한 탄생39,시즌 2 참가자 강지안39,39위대한 탄생39시즌 1 우승자 백청강,39슈퍼스타K39 시즌3 참가자 울랄라 세션,39슈퍼스타K39 시즌3 참가자 신지수,39슈퍼스타K39 시즌3 참가자 크리스티나,39슈퍼스타K39 시즌2 장재인,39슈퍼스타K39시즌2 강승윤
흔히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불리는 이들 프로의 인기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서구에서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영국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 등 성공 사례가 풍부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늦게 등장한 국내 프로들의 인기에는 남다른 데가 있다. ‘슈스케’(Mnet)가 케이블TV에서 지상파와 견줄 만한 성공을 거둔 뒤 지상파도 ‘위대한 탄생’(위탄·MBC)으로 가세한 점, ‘나가수’(MBC)처럼 일반인 아닌 기존 가수들이 탈락의 위험을 감수하고 경연을 벌이는 프로까지 등장한 점 등은 해외 사례와는 좀 다르다.

더구나 ‘나가수’는 방송 3회 만에 탈락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려다가 범사회적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도 경연 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가 없지는 않다. 유명인들이 참가하는 서바이벌 댄스 경연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딸 브리스톨이 탈락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던 게 단적인 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사회정의’ ‘공정사회’ 같은 화두로 확대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충남대 김수정(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의 인기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정서적 평등주의’라고 정리했다. 올 6월 한국언론학회의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중앙SUNDAY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쟁에 지친 시청자들이 사회에서 실현되지 않은 공정성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실현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면서 “인터넷 댓글 등으로 단발성 사건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 자체를 변화의 타깃으로 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자 게시판 등의 의견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로도 변화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구의 리얼리티쇼는 출연자 간의 갈등을 강조하는 반면 국내 프로에서는 합숙 등을 거치면서 경쟁자들 사이에도 언니·동생, 오빠·동생 같은 유사가족의 분위기가 형성된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가 큰 인기를 얻기 전까지 국내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에서는 리얼리티쇼가 우리 시청자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았다. 2000년대 초 리얼리티쇼 열풍을 일으킨 유럽의 ‘빅 브러더’나 미국의 ‘서바이버’는 국내 언론에 흔히 엽기적인 막장프로로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들은 출연료 비싼 배우들 대신 일반인들이 나오기 때문에 제작비가 적게 들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올려 전 세계적인 리얼리티쇼의 제작 붐을 일으켰다.

백만장자와 짝짓기, 화장·성형 등 외모 변신, 각종 구직과 재능 발굴 등 다종다양한 리얼리티쇼가 쏟아졌다. 이 중 성형 프로는 국내 케이블에서도 시도된 적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고 사라졌다. 최근 케이블방송을 중심으로 국내에 도입돼 있는 리얼리티쇼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주제다. 요리(예스 셰프·QTV), 모델(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온스타일), 패션디자인(프로젝트 런어웨이 코리아·온스타일) 등 재능 발굴이 초점이다. 지상파에서는 연기자 발굴(기적의 오디션·SBS)도 등장했다.

노래경연을 벌이는 서바이벌 오디션도 재능 발굴이라는 점에서는 앞서 열거한 리얼리티쇼들과 비슷하지만 이전에 없던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2009년 등장한 ‘슈스케’는 1%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케이블 시청률을 두 자리 숫자로 비약시켰다. 슈스케가 국내에 도입된 앞서의 재능경연 리얼리티쇼와 크게 다른 점이라면 시청자 참여다.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해 남녀노소 누구나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게 문호를 크게 확대했고, 경연 과정에 휴대전화 문자·인터넷투표 등 시청자 의견을 반영했다.

연세대 윤태진(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의 인기 요인 중에서 ‘정서적 참여’를 주목한다. 윤 교수는 “시청자가 직접 오디션에 참여하거나 투표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잘 꾸며진 가수가 아니라 환풍기 수리공인 허각(슈스케 시즌2 우승자) 같은 사람의 성공스토리를 보면서 정서적 참여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자 참여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영국의 ‘팝 아이돌’부터 검증된 성공요소다. ‘팝 아이돌’은 2001년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인터넷·디지털TV로도 시청자투표를 도입해 젊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프로는 일반인 참가자의 실제 경연이라는 점에서 ‘리얼리티’쇼로 불리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티는 아니다. 또 드라마 극본과는 달라도 프로그램 진행의 기둥이 되는 구성대본이 존재한다. 미국의 작가조합은 “리얼리티쇼에서 사실상 작가 역할을 하는 프로듀서들이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교수는 “대본이 존재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가짜라고 여기고 재미를 덜 느끼는 것은 아니다”며 “리얼리티쇼가 제공하는 것은 ‘정서적 리얼리티’”라고 분석했다.

‘나가수’는 포맷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기성 가수의 서바이벌 경연, 속된 말로 ‘계급장 떼고’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MBC 관계자는 “세계적인 리얼리티쇼를 만들어온 미국 굴지의 제작사와 수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얼리티쇼 수출은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다른 나라에 방송하는 대신 고유의 프로그램 형식(포맷)에 각국의 현지 출연진이 등장해 새로 제작하는 포맷수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완제품을 수출하는 드라마에 비해 현지화에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얼리티쇼의 유행은 세계 방송프로시장의 무게중심이 드라마에 강한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가는 결과도 낳았다. 현재 포맷 시장을 주름잡는 엔데몰·프리맨틀미디어는 각각 네덜란드와 영국 회사다. 물론 이 나라에서 성공한 포맷이 저 나라에서도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티쇼 초기 열풍을 주도했던 미국의 ‘서바이버’는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의 ‘빅 브러더’도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반면 영국 ‘팝 아이돌’이 미국에서 ‘아메리칸 아이돌’로 큰 성공을 거둔 데서 보듯, 노래자랑 프로는 상대적으로 보편적 호소력을 발휘해왔다. 나가수의 수출이 성사된다면 ‘귤이 회수를 건널 때’의 결과를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탄’과 ‘슈스케’가 차례로 해외오디션을 도입한 것을 비롯,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는 ‘국적불문’으로 지역을 확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새로 준비 중인 ‘K팝스타’(SBS)와 ‘메이드 인 유’(Made in U, jTBC) 역시 국적 제한이 없다. 다만 ‘메이드 인 유’는 만 25세 이하로 나이를 제한했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오디션 참가에 10대 중반~20대 중반으로 나이 제한은 물론 미국 시민권자 등의 자격도 필요하다.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보듯 국경을 넘어선 노래경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의 해외 진출은 가요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지금까지 해외 오디션의 경우에도 심사위원들이 가요 중심의 레퍼토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의 진화가 어떤 현상들을 빚어낼지 계속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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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