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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과 禪이 만나는 공간,낯선 땅에서 깨달음을 구하다

1 새벽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숙소동 전경
-원다르마센터 건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설 교수=처음 의뢰자에게서 받은 주문은 소박하면서도 영성을 북돋우는 성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교세 과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위로와 안식을 구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도 담아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단순미였다. 일체의 가식을 모두 걷어낸 검소하면서도 소박한 단순미야말로 원불교가 전하고자 하는 교리와 잘 어울린다고 봤다.
한라한=건물 자체가 원불교가 전하는 가르침의 일부가 돼야 했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장소가 정작 자연을 파괴하는 곳이라면 이율배반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센터를 설계한 한라한 교수(왼쪽)와 기획자 설명기 교수.
-설계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한라한=한국의 초가집이다. 초가집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시골마을은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각 집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집 사이를 걷다 보면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음을 발견한다. ‘ㅁ’자 모양의 가옥구조도 참신하다. 한가운데 안마당을 둘러싸고 방이 배치돼 있는 게 재미있다. 그러면서 한쪽은 트여 있다. 막혀 있으면서도 트여 있어 바깥과 소통하는 원불교의 ‘일원상(둥근원)’을 연상케 했다. 이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원다르마센터에 적용했다.
설 교수=‘ㅁ’자 모양의 구조는 그 자체로 공동체에 어울리는 구조다. 안마당을 가운데 두고 돌아가며 방이 배치돼 있기 때문에 건너편에 누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각 방으로 독립돼 있으면서도 서로 연결돼 있는 거다. 원다르마센터 숙소동에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2.근무자 숙소에서 바라본 선실 현관. 멀리 캐츠킬 산이 보인다. 3.선실 정면 인테리어 4.숙소동 복도의 처마는 한국 전통가옥의 양식을 본땄다. 왼쪽 기둥과 앞부분 부챗살 모양의 나무 발은 직사광선을 막고 나무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든 장치다.
-건물 배치도 이를 응용한 것인가.
한라한=그렇다. 처음 원다르마센터를 찾는 방문객은 공동시설인 선(禪)실과 사무동을 만난다. 이후 나선형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자연스럽게 근무자 숙소와 수행자 숙소를 차례로 접하게 돼있다. 그러곤 다시 선실과 사무동으로 돌아온다. 각 건물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인 비탈의 곡선을 거스르지 않게 배치했다. 이 때문에 어느 건물에서나 서쪽으로 펼쳐진 허드슨계곡과 캐츠킬 산맥의 장관을 막힘 없이 볼 수 있다.

-숙소동 지붕 모양도 독특한데.
한라한=연꽃 잎을 형상화한 것이다. 연꽃 잎은 하늘을 향해 넓게 펴 햇빛을 받으면서 그 아래엔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빗물은 가운데로 모여 흘러내린다. 원다르마센터 숙소동의 지붕도 이를 응용했다.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은 연꽃의 줄기 모양이다. 비가 오면 가운데 안마당으로 떨어지도록 한 것도 연꽃 잎과 비슷하다.

-종교 건물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
설 교수=조명이다.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조명이다. 하루 종일 건물 안에 있어도 눈이 침침하거나 부시지 않아야 한다. 빛이 참선이나 사색을 방해해선 안 된다. (원다르마센터 조명 인테리어는 설 교수의 부군이자 프랫 인스티튜트 피터 바나 교무처장이 맡았다. 바나 처장은 “원다르마센터의 모든 조명은 반사광선”이라고 설명했다. 빛이 마치 공기처럼 우리 주위에 늘 있지만 어디서 오는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빛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나.
한라한=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부챗살 모양의 나무 빔이다. 남쪽과 서쪽에서 들어오는 직사광선과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빔이 만드는 그림자는 방문자로 하여금 마치 나무숲 속을 걷는 듯한 느낌도 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울어지는 그림자의 각도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순미에 흥미로운 변화를 주기도 한다.
설 교수=선실 정면과 오른쪽 벽 아래쪽을 보면 얇고 긴 창이 나 있다. 이것도 세심하게 계산된 조명이다. 참선하던 수행자가 살며시 눈을 뜨면 보이는 각도다. 자연스럽게 바깥 자연과 소통하게 된다. 그러면서 선실 구석의 그림자도 없애준다.

-에너지 이용을 최소화했다는데.
한라한=건물이 가르침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사무동과 3개의 숙소동 지붕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온수를 해결했다. 선실과 연결된 지열 집열판을 이용해 1년 내내 섭씨 11도를 유지하는 물도 얻고 있다. 이 물은 겨울엔 난방, 여름에 냉방 효과를 내며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해준다. 마지막 단계로 연 22만㎾h의 전력을 생산할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100% 에너지 자급자족은 물론 남는 전기를 팔 수도 있을 것이다. 각 건물에 온돌 난방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원다르마센터는 신재생에너지 채택으로 주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그 덕에 지난달 전기료는 한 푼도 안 냈다.)

-모든 건물을 나무로 지은 이유는.
한라한=자연을 가장 덜 훼손하는 건축자재가 나무다. 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 자란 나무를 ‘수확해’ 집을 짓는 건 윤회라는 불교의 가르침에도 맞다. 더욱이 미국에선 나무집이 익숙하다. 유럽에선 돌과 금속으로 집을 지었지만 유럽인이 미국으로 건너온 다음부턴 나무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따라서 나무집은 미국 문화와 동양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설 교수=나무와 돌을 자재로 쓴 건 지역사회와 동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상당수 자재를 지역 공급업자로부터 납품받아 썼다. 비싼 이탈리아 대리석 같은 건 일절 쓰지 않았다.

-2010년 종교·영성 부문 건축 디자인상을 받았는데.
한라한=미국의 건축 디자인 상은 대개 특정 건물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원다르마센터는 5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디자인의 주제로 삼았다. 이게 미국 건축가 사이에선 참신하게 받아들여졌다. 건물이 가르침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철학에서 에너지 이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종교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설 교수=종교의 위대함을 겉으로 드러내 보는 이에게 이를 강요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건물을 크게 짓고 성물을 화려하게 장식한다고 교세가 인정받는 건 아니다. 교회든, 절이든, 선실이든 이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위로와 안식을 찾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검소해야 한다.
한라한=원다르마센터엔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미국의 실용주의 정신이 잘 조화돼 있다. 영성을 북돋우는 것 이외의 사치나 기교는 배제돼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종교 건물이 지향해야 할 바를 원다르마센터가 보여주길 기대한다.




*원다르마센터(wondharmacenter.org)
원불교 미주 포교활동을 총괄 지휘할 본부로 지난 2일(현지시간) 공식 개원했다. 미국 뉴욕주 클래버랙에 자리 잡았다. 다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진리를 뜻한다. 2962㎡ 부지에 5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설명기 교수
뉴욕에서 20년 이상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왔다. 세계적인 건축회사 마르셀 브루어 어소시에이츠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다 ‘설명기 디자인’을 창업했다. 현재 프랫 인스티튜트 인테리어디자인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환경설계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원다르마센터 건축의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토머스 한라한(Thomas Hanrahan)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라한마이어스(hMa) 설계사무소 공동창업자. hMa는 미 건축가협회(AIA) 뉴욕지부에서만 22차례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맨해튼 배터리파크시티의 커뮤니티센터를 설계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순미를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건축학으로 일리노이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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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