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위대가 원하는 건 아메리칸드림의 부활”

토드 지틀린 교수
“처음엔 장난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엄연한 사회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지만 펄떡이는 역동성과 잠재력은 기대 이상이다.”

토드 지틀린 뉴욕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 학과장은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으로 꼽히는 지틀린 학과장은 1960년대 미국 신좌파를 이끌었던 운동가 출신이다.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처음으로 조직해 단숨에 2만5000명을 모았다. 『젊은 운동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하버드대에서 수학으로 학사, 미시간대에서 정치학으로 석사, UC버클리대에서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도 출판하는 등 활동 반경이 넓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월가 점령 시위대를 어떻게 평가하나.
“60년대 우리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운동했을 당시 시작은 미약했으나 승리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리고 그 승리는 미국 역사를 바꿨다. 이번 월가 점령 시위대가 몰고 온 파도 역시 그런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정치와 사회 전반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조짐이 보인다. 시위 현장에 자주 가 보는데, 시위대의 대다수가 백인인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시위대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처음엔 젊은 실업자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연령대도 다양하고, 직업을 가진 중산층도 합류하는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욕 시민들, 나아가 미국인들이 전반적으로 호응을 보여 주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위대가 너무 오합지졸 아닌가.
“정치에선 감성 자체가 힘이고 세력이다. 월가 시위대는 지금 대다수 미국 시민의 감정을 대변한다. 그래서 힘이 강하다. 이들은 악취 나는 야만스러운 월가 자본주의에 대해 ‘더는 못 참겠다’고 들고 일어난 거다.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으로 표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시위를 앞으로 어떻게 조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선 이견과 논란이 거세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은 감성이 지배하는 시간이란 점이다. 시위대는 계속 진화하는 생명체와 같다.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미국의 실질적이고 영향력 있는 진보세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노동조합 등이 합류하면서 정치 조직화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별똥별이 되진 않을 거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시에도 ‘클리블랜드를 점령하라’는 시위대가 등장했다. 시위대가 7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시를 세운 모세 클리블랜드의 동상에 시위 구호를 걸어 놓았다. [AP=연합뉴스]
-시위대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건 뭔가.
“시위대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무정부주의다. 진보·보수의 틀에 끼워 맞출 수 없다. 일종의 좌파적 진화 양상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외치는 낭만적 메시지는 중요하지 않다. 월가가 사라지는 건 어떤 미국인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인은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다만 야만적 자본주의와 그에 결탁한 정치세력이 빚어낸 문제를 성토하고, 40%의 부를 독점하는 1% 수퍼리치의 부도덕함에 분노하는 거다. 이들이 원하는 건 무너진 아메리칸드림의 부활이다. 시위대 현장에서 들리는 메시지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중산층 복원’이다.”

-이 시위대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미 미국 전역 150개가 넘는 곳에서 비슷한 시위가 조직됐다고 한다. 하지만 월가 점령 시위대의 중요성은 이미 이를 넘어섰다. 이들이 일종의 정치적 장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 벌써 여론조사에선 과세제도를 진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폭스뉴스도 처음엔 이 시위대를 ‘지저분한 히피들’로 치부하더니 이젠 ‘분노의 역류’라고 표현하더라. 시위대가 보수진영의 티파티처럼 진보적 정치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이는 백악관과 민주당이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재선을 앞두고 고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시위가 갖는 의미는.
“백악관 내에선 지금 논쟁이 한창일 거다. 백악관 비서실장 윌리엄 데일리는 시위대에 동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그가 시위대가 공공의 적 중 하나로 꼽는 JP모건체이스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시위대는 오바마의 적이 아니다. 아군에 가깝다. 만약 오바마가 당선되지 않았다면 이 시위는 벌써 2년 전쯤 벌어졌을 거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들을 ‘당연한 내 편’이라고 여길 수 없다. 적극적으로 구애해야 한다. 시위대의 대표적 구호인 ‘우리는 미국인의 99%’라는 건 내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슬로건이다. 오바마와 백악관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시위대는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