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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장비 담당, 아버지는 코치, 동생들은 볼보이

김정자 여사가 직접 그린 전용훈련장 모습.
‘최동원’은 최씨 집안 3대가 만든 명품이었다. 할아버지-아버지-최동원이 모두 장손이었다.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초등학생 최동원을 놓고 가족회의를 했다. 할아버지·아버지·어머니는 찬성, 할머니는 반대였다. 최동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야구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의 집 뒤에는 꽤 큰 텃밭이 있었다. 그곳에 전용연습장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담벼락에 100와트짜리 전구 600개를 매달았다. 할아버지가 텐트 천과 그물망 같은 재료를 사 왔고, 아버지가 천을 잘라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고 상하좌우에 페인트로 표시를 했다. 아버지가 “인코너 슈트” “아웃코너 커브” 식으로 말하면 최동원은 그곳으로 던져야 했다. 30개 정도 공을 던지면 동생들이 달려가 공을 주운 뒤 빗물받이 홈통에 넣었다. 공은 데구루루 굴러 마운드로 모였다.

아버지 고(故) 최윤식씨는 늘 일본 TV를 보며 새로운 변화구 던지는 법을 연구했다.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 실밥을 잡아채다 보면 손톱이 깨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최동원은 연습하기 전에 오른쪽 검지와 중지 손톱에 매니큐어를 잔뜩 발랐다.

연습이 끝날 무렵 어머니는 따뜻한 목욕물을 준비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와 등을 정성껏 마사지했다.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도 아버지 몫이었다. 어깨가 닿는 쪽 이불이 평평한지, 솜이 뭉친 곳은 없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집 뒤 텃밭에서는 할머니가 온갖 채소를 길렀다. 어머니는 무공해 채소를 식탁에 올렸다. 최동원과 동생 둘은 김치쌈을 특히 좋아했다. 밥을 뭉친 뒤 김치를 둘둘 싸서 입에 넣고 시래깃국을 떠먹었다. 금주·금연·채식·소식 등 최동원의 습관은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옥 하체훈련’도 했다. 아버지의 중형 승용차 앞에 특수 제작한 타이어를 장착했다. 송도 바닷가 한적한 언덕길에서 최동원은 타이어를 허리에 채우고 승용차를 끌며 하체를 단련했다. 하루는 최동원을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게 한 뒤 그 밑에서 아버지가 지키고 서 있었다. 아들이 힘들어서 내려오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불호령을 내렸다. “그 정도도 힘들다고 내려오겠다고 하면 앞으로 운동하면서 어려우면 언제든 그만두려고 할 것 아니냐.” 최동원은 죽을 힘을 다해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어머니 김정자 여사는 “동원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나도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도 우리는 ‘운동하다 그만두면 안 한만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동원이는 한 번도 반항을 하거나 게으름 피운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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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