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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자만하면 사람처럼 성인병 걸린다

Q.홈플러스의 핵심 역량이 무엇입니까? 역량 전략은 어떻게 짜죠? 역량 발휘를 저해하는 요소는 뭔가요? 조직이 역량을 발휘하려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A.기업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골고루 갖춰야 합니다. 역량이야말로 경쟁력의 원천이죠. 홈플러스 같은 유통기업은 고객의 생각을 읽고 구매 행태를 정확히 알아내는 고객 분석력, 고객에게 팔 물건을 제대로 선별하는 상품력,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적기에 공급하는 한편 재고를 최소화하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능력, 시스템 능력, 문화 역량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고객 분석력을 예로 들어 보죠. 고객은 소득, 거주 지역의 속성 등에 따라 세분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에 따라 선호하는 상품군이 달라지죠. 이런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특정 고객이 가격에 민감한지 또는 품질에 민감한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홈플러스의 전 점포가 동종 상품을 취급하지만 지역에 따라 취급하는 상품군이 다릅니다. 심지어 문화센터의 교육 프로그램까지 달라요. 고객을 제대로 알기 위해 우리는 연간 240여 건의 조사를 실시하고 6만여 회에 걸쳐 고객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어느 지역에 점포를 낼 땐 해당 지역의 잠재적 고객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분석하고 그에 따라 상품군 구조를 어떻게 짤지 결정합니다. 아주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죠. 이 전략을 잘 짜면 매출이 늘어나고 점포의 경쟁력이 강화됩니다.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셈이고요.
사람에 대해 그릇이 크네, 작네 하듯 기업도 그릇 사이즈가 큰 회사가 있고 작은 회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릇이 바로 해당 기업의 역량에 해당합니다. 역량 전략이란 이 그릇을 제대로 만들고 키우는 것을 말합니다. 그릇의 크기는 기업의 비전, 재질은 기업문화, 속성은 기업의 정체성과 대응합니다.
공급망 관리 능력을 개선한 사례로는 선행 물류를 꼽을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트레일러를 투입해 납품을 대행하게 했더니 협력업체 측의 납품 물류비가 절감됐습니다. 이 트레일러의 견인차량 지붕을 공기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경사지게 만들고, 표면에 상어 비늘에 달린 작은 돌기(리블릿)같은 것이 생기도록 도색을 했더니 연비가 16% 향상됐습니다. 리블릿 코팅이라고 하는데 공급망 관리 혁신의 좋은 예죠. 리블릿 원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처음 발견했는데 이 원리를 홈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운송수단에 적용했습니다.
정체성도 역량의 하부 요소라고 했는데 홈플러스의 정체성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가격에 물건을 파는 겁니다. 이 단일 가격 정책은 경쟁사들과 확실히 차별화됩니다. 우리 점포가 있는 지역에 경쟁사 점포가 있든 없든 우리는 전국적으로 같은 가격에 물건을 팝니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한 경쟁사가 타바스코 소스를 나 홀로 경쟁하는 지역에서 3.6배에 판 일이 있습니다. 우리도 이익을 더 내려면 이렇게 우리 점포만 있는 독보적인 지역에서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착한 기업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에 어긋나기 때문이죠.
물건을 낮은 가격에 사들여 고객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유통회사의 핵심 역량이죠. 이런 역량을 발휘하면 기업은 성장하게 돼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역량 자원은 구성원, 즉 사람입니다.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비결은 몰입입니다. 몰입을 하려면 우선 자유로워야 합니다. 또 성취감을 맛봐야죠. 여기서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역량이 발휘돼야 합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고 그 일에서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역할입니다. 구성원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가 바로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입니다.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도 기업의 역량입니다. 이들 역량을 강화하는 길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죠. 우리가 가격·품질·서비스 등의 고객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e파란재단을 설립해 환경사랑·나눔사랑·지역사랑·가족사랑 등 ‘4랑 운동’을 벌이는 것도 사랑받는 브랜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역량을 저해하는 요소는 자만심입니다. 홈플러스가 바닥에서 시작할 땐 나름의 헝그리정신이 있었습니다. 겸손했고 꽤 성장할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죠. 그런데 회사가 부쩍 커지자 자만심이 머리를 들었습니다. 기업도 사람처럼 비만, 혈액순환 장애, 신경마비 등 성인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회사 조직도 자만하면 배우려 들지 않고 앉아만 있게 돼 비만 증상이 생깁니다.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회의는 늘어나고 각종 서류의 쓰나미에 휩쓸려 허우적대게 마련이죠.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다이어트 경영을 해 조직의 성인병, 즉 대기업병을 예방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서류와 회의를 50%씩 줄이는 방안이 있습니다.
부문 이기주의, 의사소통 장애, 조직 자폐증 등은 혈액순환 장애에 해당합니다. 조직 내 소통은 안 되고 위기의식이 실종된 채 경영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데도 고객을 외면하는 건 신경마비 증세입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올랐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따지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는 비교가 안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을 단합시켜 한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른바 히딩크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한 거죠. 반면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한 프랑스 대표팀은 성적이 부진했습니다. 선수들은 뛰어났지만 감독이 팀워크를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세계 최고의 스포츠팀으로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선수들의 역량이 뛰어날뿐더러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리더십도 발군입니다. 글로벌 톱기업이 되려면 맨유처럼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한편 CEO가 리더십을 발휘해 이들을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는 여섯 개의 신체기관을 활용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각각 눈과 머리, 손발, 입과 가슴이죠. 우선 눈으로는 비전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저 너머를 봐야죠(Look beyond obvious). 머리는 지식, 손은 용인술, 발은 열정, 입은 소통 능력, 가슴은 순수성과 대응하죠. 저는 이들을 6각형 형상에 배치해 ‘헥사곤 리더십’이라고 부르는데 이 여섯 가지 자질은 기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핵심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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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