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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이경규 “옛날얘기 관둬라 중요한 건 현재와 미래다”





꼭 한 달 전, j와 인터뷰했던 김영희 PD가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나는 가수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스타 PD다.

 “같이 일했던 연예인 중에 제일 웃기는 사람은 이경규예요(둘은 동갑이다). 유재석·강호동은 사실 웃기진 않잖아요. 웃깁니까? 다른 매력이 있어서 그렇지. 그런데 이경규는 웃겨요. 정말 웃겨요.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웃긴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 양반은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저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확신을 해요.”

 올해로 데뷔 30년. 그 ‘짬밥’에 어떻게 아직까지 ‘정말 웃길’수 있는 걸까. 개그계의 대부, 방송대상에서 ‘대상’만 여섯 번을 받은 거물,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의 간판스타…. “아, 거 옛날 얘기 그만해요. 옛날 얘기 자꾸 하면 옛날 사람 되는 겁니다.” 하긴 치렁치렁한 설명이 필요 없다. 이경규(51)를 만났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무엇으로 불리우고 싶나요.

 “개그맨으로 출발했으니 개그맨으로 불러주는 게 가장 좋죠. 원래 TV가 아니라 무대에 많이 서서 웃음을 드려야 하는데 요즘은 공간 자체가 별로 없지 않나요? TV에 오래 있게 되다 보니 방송인이라고도 하는 것 같아요.”

●콩트나 토크같이 말로 개그하던 시절에 대단했는데요.

 “프로그램이 사람을 만들어내는 거지, 그 반대는 아니에요. 세월이야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는 거니까 안타까워하지 않고요. 옛날 시기에 연연하지 않는 타입이에요. 될 수 있는 한 미래 이야기, 현재 이야기를 해줘야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잖아요.”

●미래 방송 트렌드는 뭐가 될까요.

 “이제는 1대1 트렌드예요. 혼자 TV 보고, 보기 싫은 건 안 봐도 되고, 보고 싶은 건 찾아서 보고. 자기 자신을 대단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대가 와 있어서 방송하기도 갈수록 어려울 거예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서 스타가 양성되지만 그 스타가 채 크기도 전에 또 다른 세상이 와 있고, 또 와 있고. 소비돼 가는 시대예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먹히는’ 비결이 뭘까요.

 “똑같은 얘기를 초등학생에게 하든, 고등학생에게 하든, 어르신에게 하든 원래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거예요. 사람마다 관심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도록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요.”

●30년 동안 루머나 스캔들이 없는 것도 신기하네요.

 “하하. 제가 사실 음담패설을 안 합니다. 마치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만든 영화 ‘복면달호’ 보세요. 욕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자꾸 욕하면서 웃기려고 하는데 그건 아니죠. 물론 평상시 생활에서는 가끔 하기도 하지만 무대나 공적인 프로그램에서는 절대 안 해요. 또 하나, 본인이 희생을 좀 하면 돼요. 참으면 됩니다. 손해 볼 거 같으면 보면 되고. 절대 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돈도 어느 정도 벌면 스톱해줘야 하고. 다 가지려고 달려들면 문제가 날 수 있어요. 어느 한계를 넘지 말고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자고 늘 자신에게 타이릅니다.”

 이경규는 ‘참으라’는 말을 인생의 교훈처럼 여긴다. 두어 차례 슬럼프를 거치며 ‘한물 갔다’는 선고(?)까지 받았지만 자성의 계기로 삼았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1992년엔 ‘복수혈전’ 영화를 만들어 5억원을 날렸다. 이경규는 “그 다음에 차태현을 불러서 만든 영화 ‘복면달호’가 간신히 본전을 쳤는데 차태현이 바로 다른 영화(‘과속스캔들’) 가서 대박을 내더라. 소주 2병을 먹고 울면서 참았다”고 했다. 이경규의 영화사 이름은 ‘인앤인 픽쳐스(In&In Pictures)’. 관객도 들어오고, 돈도 들어오라는 건데 사실 ‘참고 또 참자’란 숨은 뜻도 있다.

●참아야겠다고 맘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나이를 먹을수록 머릿속에 화석처럼 굳어있는 것이 많더라고요. 고정관념이나 성격 같은 것들. 반면에 호기심이나 즐거움은 많이 줄어들고요. 이 두 가지를 업(up)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한 분야를 오랫동안 하려면 재능이 아니라 한결같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깨달았어요. 재능이야 어느 순간 식상해지고 인기는 순식간에 훅 갈 수 있으니까요. 많은 세월 동안 많은 걸 지켜봤어요.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역시 성실해야 하는구나, 많이 참아야 하는구나….”

●실제 ‘남자의 자격’에서 듬직한 맏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예전엔 1인이 영웅처럼 혼자 다 하는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룹이나 단체로 가죠. 마치 패션 같아요. 아마 능력이 비슷비슷한 사람이 많은 거겠죠. 물론 MC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예요. 성품이나 리더십이 있어야 해요.”

●스타 MC 한 명이 너무 많이 받아간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자본주의 사회니까 한 사람이 많이 받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그게 꿈이지 않습니까. 능력만큼 받는 거고 그런 스타가 있어야 시장이 형성되는 거예요. 한 사람의 스타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거죠. 부럽기도 하지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것도 있죠. 스타는 많을수록 좋은 거예요. 시장이 잠식되는 게 아니라 좋아지는 거니까. 박지성 선수가 우리나라 와서 축구 한다면 K-리그 더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요즘 인터넷 포털 검색창엔 이경규와 꼬꼬면이 한 단어로 묶여 다닌다. 꼬꼬면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꼬꼬면으로 돈방석에 앉았다고 하던데요.

 “돈방석… 아이고야….(허리를 숙이고 거꾸러진다) 그런 거 정말 아니에요. 로열티는 정확히 매출의 2% 미만이라고 돼 있는데 한국야쿠르트와 비공개로 하기로 했어요. 제가 로열티 더 받으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서 더 받을 수가 없어요. 라면이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아요. 물론 직장인들이 보면 많이 버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매출 1000억원이라도 개런티 1%면 10억원인데 라면 매출 1000억원, 그게 쉬운 게 아니에요. 스테디셀러가 되면 매출도 지금보다 꺾일 거고. 그나저나 한 푼도 입금된 게 없어요. 한국야쿠르트에 가면 가끔 말해요. 돈 안 줘요?”

●원래 요리 좋아하고 잘했나요.

 “요리가 갖는 큰 힘이 있어요.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똑같이 하는 게 먹는 거잖아요. 술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친해질 수 있는 게 음식이에요. 먹는 건 대단한 힘이 있어서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현실적으로 제 직업 자체가 불안한 직장이기도 하고요. ‘압구정 김밥’이라고 연예인이 프랜차이즈 낸 건 제가 처음이었죠. 새로운 음식 트렌드가 뭘까, 항상 생각해요.”

●꼬꼬면은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요.

 “79년 대학시절에 서울에서 외할머니랑 둘이 살았는데 할머니가 닭곰탕을 잘 끓여주셨어요. 친구들과 외박하다가도 닭곰탕 먹고 싶어서 집에 기어들어갔죠. 제가 닭 비린내를 아주 좋아해요. 낚시터 가서 닭 삶아도 일절 한약재 같은 거 못 넣게 해요. 특유의 닭 냄새가 좋아서. 여기에 평소에 음식 트렌드를 생각해 왔던 게 도움이 됐어요. 라면 국물이 항상 빨간데 이걸 한번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거든요. 결국 ‘남자의 자격’ PD가 요리에 도전해 볼 사람 없느냐고 해서 제가 해보겠다고 했죠.”

 과거를 알고 현재를 뛰어다니다 보니 후배들에 대해서도 대견함과 걱정이 교차한다.

●예능 프로가 뜨면서 몇몇 개그맨은 정말 스타가 됐는데요.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더라고요. 제동이는 이웃도 많이 돕고, 김병만이도 최선을 다하고…. 그런 거 보면 지금 내가 데뷔를 한다면 얘들을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시대를 잘 타고났구나.(웃음) 환경도 열악한데 열심히 하고 아이디어도 좋고 실제로 재미도 있고. 근데 정말 잘해야 해요. 그 친구들이 잘해야 업계가 안 죽으니까요. 후배들이 좀 더 대중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도 꼬꼬면으로 얼마를 벌든 좋은 일 좀 하려고요. 상품이 히트 쳐서가 아니라 이 바닥 어른으로서요.”

●세금이나 투자, 개런티 등 코미디언에 대한 관심도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직업 자체가 서민을 웃겨주고 서민과 함께 가는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돈을 많이 번다더라, 투자해서 대박이 났다더라 하면 서민의 벗이라는 이미지에 잘 안 맞는 거죠. 사실 전 세계적으로 소득랭킹 톱5는 코미디언들이에요. 제일 많이 벌어요. 우리나라는 여기에 대한 반감이 유독 심한데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봐요.”

●주병진씨 컴백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요.

 “저한테는 선배예요. 실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잘 해낼 거예요. 연령대가 획일화되는 건 안 좋아요. 한옥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고 아날로그도 있고 디지털도 다 있어야죠. 연배 많은 사람이 오면 저도 부담이 안 가고….(웃음) 이 직업이 단타가 아니라 롱런할 수 있다는 걸 우리 선배들이 보여줘야 해요. 좀 다른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 나이 드신 분들이 너무 소외돼 있어요. ‘청춘합창단’ 어르신들도 당시에는 스포트라이트 받고 너무 신나 하다가 합창대회 끝나니까 소외감이 큰가 보더라고요. 우리가 나이 먹어 간다는 게 참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럴수록 뭉쳐야 하는데 나이 들수록 뭉치기도 어렵고, 서로 친해지기도 힘든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영화죠.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세상을 바라봤던 느낌들을 담아서 꼭 한번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안 그래도 내년에 영화가 하나 나와요. 전국노래자랑에 나오는 서민들의 사연, 꿈과 희망을 담은 내용이에요.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해서 2년을 했는데 이번 달 안으로 마무리돼요. 꼬꼬면보다 영화가 터져줘야 할 텐데….(웃음) 저는 뭐 대단한 목표 있고 그런 거 없어요. 편안하게 살다가… 60살쯤엔 진짜 감독 한번 하고 싶어요. 아, 근데 정말 영화 너무 어려워!!”

j 칵테일 >> 상품화 제안한 최용민씨 “그냥 두기 아깝다고 먼저 전화했죠”





꼬꼬면이 세상 빛을 보기까지 이 남자의 역할도 컸다. 지난 3월 ‘남자의 자격’ 라면요리대회 심사위원으로 나와 꼬꼬면의 상품가치를 재빨리 간파했던 사람. 최용민(42·사진)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 1팀 차장이다.

●라면업계 16년 차 베테랑이다. 꼬꼬면이 뭐가 그렇게 인상적이었나.

 “국물 끝맛과 조화, 이 두 가지가 끝내줬다. 닭 국물은 느끼할 수도 있는데 마지막에 청양고추 맛이 싹 맴돌면서 끝난다. ”

●다른 업체들도 있었는데 .

 “당시 심사평을 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라면 3사가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쪽이 상품화하자고 했다. 그때 이경규씨가 일종의 암시 같은 것을 받았다고 하더라. (상품화)하게 되면 아마 한국야쿠르트랑 하게 되겠구나…. 뭐 이런. 물론 내가 먼저 전화했다. ‘선생님, 이거(꼬꼬면) 그냥 놔두기 아깝습니다’라고.”

●개런티 수준은 어떻게 정해진 건가.

 “사실 이경규씨에겐 낮은 수준의 개런티를 제안한 거다. 그보다 3~4배, 7%까지 받는 연예인들도 있다. ‘제품 이미지 유지하려면 (개런티는)욕심 버리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는데 바로 ‘그러시죠!’라고 했다. 좋은 일도 하자고 했다.”

●좋은 일이란.

 “이경규씨와 함께 꼬꼬면으로 이익 나면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수퍼마켓이나 영세 가게들도 행복할 수 있고 농가도 도울 수 있는 그런 내용이다.”

●꼬꼬면 히트로 인생역전 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하하. 이사로 승진하고 집 한 채 샀다는 말까지 돌더라. 모든 게 그 전과 똑같다. 제일 큰 소득은 이경규씨와 술 한잔 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저한테는 ‘약속’인 거 같아요. 내 스스로든, 남한테든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해요. 일종의 신뢰니까요. 그 부분을 실천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이경규는 올해 1월 1일자로 30년 피워 온 담배를 끊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철저히 금연 중. ‘독하시다’고 했더니 중요한 건 담배가 아니라 약속이란다. “금연한 것도 제 자신과의 약속이라서 끝까지 지켜보려 해요. 담배는 끊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담배를 찾아대고, 주머니 막 뒤적거리고, 급할 땐 쓰레기통도 뒤져봤어요. 아주 담배에 치여가지고…. 그러다 내가 이거(금연) 하나 못하면 뭘 할 거냐 생각이 들었죠. 가끔씩 생각나기도 하는데 누구나 끊을 수 있어요. 단언합니다. 담배, 그거 버릇이고 습관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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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