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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인구와 금융 위기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최근 일본은행이 내놓은 한 연구 결과는 금융위기 발생이 인구구조의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피부양 인구 1인당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정점에 달했던 해가 1990년이었다. 부동산 버블도 그해 정점에 달했고 이듬해인 1991년부터는 거품이 꺼지기 시작해 이것이 몇 년 뒤 심각한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이 정점에 달한 것은 2005~201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2007년 이후 꺼지기 시작했고 곧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경우도 비슷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율이 정점에 달했던 해가 2005년이었으며 이 해에 역시 이 나라들의 집값이 정점에 달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우는 이 비율이 2000년께 정점에 달했다. 얘기가 여기서 그쳤으면 좋겠는데 이 논문의 다음 장은 중국의 경우 2015~2017년께, 한국의 경우 2010~2012년께에 이 비율이 정점에 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인구구조 변화가 곧 집값 붕괴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나라의 자원부존도, 부동산 버블의 정도,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규모, 감독규제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느 모로 보나 우려를 갖게 한다. 자원은 없고,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는 소득 대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에 이미 와있다. 또한 금융위기는 대개 처음부터 대형 금융기관이 무너지며 쓰나미처럼 밀어닥치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우 산요증권, 영국의 경우 노든록은행 같은 작은 금융기관들이 무너지면서 서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저축은행들이?

 지나친 위기감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이 결코 가벼이 보아 넘길 정도도 아닌 것 같다. 위기는 특히 경기가 침체되고 외부충격이 올 때 연탄가스가 방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새어 올라오듯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먼저 넘어뜨리고 나아가 온 경제를 마비시키게 된다. 우리는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게 되었을 때 과도한 처방약을 써, 위기를 빨리 극복했다는 칭찬은 들었으나 금융부문과 경제 전반의 체질은 더 허약해졌다. 무조건적 대출연장으로 금융부문의 도덕적 해이는 심해지고, 초저금리로 가계부채는 더욱 늘었으며, 치솟는 물가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압박하고 있다. 재정 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그것으로 고비가 넘어갔으면 좋겠으나 지금 세계경제의 먹구름은 다시 짙어지고 장기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유럽에 덩달아 우리도 정책수단을 마구 소진해 정작 내부로부터 위기가 발생할 경우 써야 할 병기고에 무기가 얼마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의 틀을 안전모드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부문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무리한 수단을 쓰거나 부동산경기를 부추겨 거품이 더 커지도록 해서도 안 되며 또한 집값이 급락하지 않도록 주택 수급을 면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 금융감독체계를 재점검해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의 금융감독체계와 관행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저축은행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직원 몇 명의 탓으로 돌리고 땜질식 처방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현 감독체계의 조직구도와 유인체계를 재점검하고 재정립해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은 전반적으로 후퇴했으며 이의 부정적 영향은 이미 인플레로, 저축은행 사태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강화뿐 아니라 ‘거시적 감독’ 강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한국은행법이 개정되어 금융안정에 대한 책임의 일부가 한은에 주어졌다. 일단 좋다. 그러나 정책금리 결정이라는 단일 수단을 가진 한은이 물가안정과 더불어 금융안정이라는 복합적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금융안정이라는 책임이 지워지면 한은에 대한 정치적 입김과 압력은 더 거세지고 결국 이도 저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한군데에 몰아 놓은 금융위원회의 구도도 재검토돼야 한다. 감독이 정책의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대형화 유도 등 기존의 금융시장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람을 늙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인구 고령화와 국내외 경제상황 변화는 지금 복지·금융·거시 등 우리 경제 전반의 정책과 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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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