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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다빈치 같은 천재가 왜 글쓰기에 서툴렀을까





글자로만 생각하는 사람,
이미지로 창조하는 사람
토머스 웨스트 지음
김성훈 옮김, 지식갤러리
560쪽, 2만5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불세출의 천재였지만, 그가 남긴 육필 원고는 또 달랐다. 철자법부터 좀 서툰데, ‘their’ ‘rain’을 각각 ‘there’ ‘rane’으로 쓰는 식이다. 비슷한 발음의 단어와 헷갈리는 실수는 규칙적으로, 그리고 반복해 등장한다. 종종 보곤 하는 천재의 아둔한 측면은 ‘좌반구 손상에 따른 철자법 장애’라는 게 신경과학자의 지적이다.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비슷했다.

 유명한 일화가 그리스어 교사가 학창시절 그에게 했던 말이다. “넌 커서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야.” 실제로 그에겐 난독증(難讀症)이 있었다. 또래에 비춰 지능은 정상인데, 글 읽기와 단어 외우기에 젬병인 게 난독증이다. 기억력도 떨어졌지만, 뜻밖에 수학이 큰 구멍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구구단도 늦게 외웠고, 훗날 특수상대성을 증명하는 단순 계산에서는 절절매야 했다.

 만년의 그는 고등수학 실력이 좀 늘었다지만 그게 독이었다. 시각·직관에 의존하는 자기만의 연구방식을 멀리했고, 때문에 만년의 부진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161쪽) 상식 밖의 이런 일이 왜 잦을까. 이 책에는 군사 영웅 조지 패튼, 정치인 우드로 윌슨에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영화배우 톰 크루즈 등도 난독증·학습장애를 겪었음을 보여준다.

 



글쓰기와 암기를 어려워했고 주의가 산만하며 자기 세계에 빠져 살아 사회생활에도 서툴다. 성인이 된 뒤에도 흔적이 남는데, 그럼 그들은 장애를 가진 환자인가. 20세기 중반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을 시각적 사고에 능한 특수 능력자로 보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예술·디자인에서 과학·비즈니스 분야의 주요 혁신은 시각적 사고에 능한 이들의 몫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람 이야기는 아니다. 근대는 구텐베르크 이후 문자문명권에 속하는데, 디지털 시대인 지금 그게 어떻게 변화할까를 짚어내는 연구서이다. 즉 뇌과학·인지과학·컴퓨터과학의 성과를 동원해 종래까지의 ‘문자적 사고’와 매우 다른 시각적 사고의 새로운 지평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 메시지는 이런 표현에 압축돼있다. “글자는 느리고 이미지는 빠르다.” “천재에게 쉬운 건 어렵고, 어려운 건 쉽다.” “생각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다.” “글자를 읽으면 지식이 확장되지만, 이미지를 그리면 지식이 창조된다.” 인터넷·스마트 기기 등장 이후 우리가 개발해야 할 창조적 능력이 과연 무엇인가에 많은 암시를 준다. 실제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나는 백과사전적 지식들로 머릿속을 채워놓지 않습니다.” 즉 전체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중요하며, 이는 시각적 사고에서 나온다. 그걸 관장하는 것은 우뇌 영역. 컴퓨터 기능에 충실한 좌뇌와 다르다. 저자는 미국 댈러스대 교수로, 그의 책은 컴퓨터·교육이론·의학에도 영향을 미친 필독서로 꼽힌다.

 적지 않은 핵심 주장이 저자만의 가설(假說)이라지만, 많은 암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암기에 목매고,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습법이 왜 개선돼야 하는지도 설명된다. 그런데 책은 매끈하게 읽히지는 않다. 때론 중언부언하고 비체계적이다. 왜? 힌트, 실은 저자도 난독증을 가졌다고 한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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