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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역사의 조연들을 통해 보다, 100년 전 신해혁명





신해혁명
장밍 지음, 허유영 옮김
한얼미디어, 492쪽
1만7500원


10일은 중국 신해혁명(辛亥革命)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신해혁명은 2000년 넘게 진행된 전제 왕정이 근대적 민주공화정 체제로 바뀌는 전환점이었다. 황제에서 총통으로, 변발에서 단발로, 음력에서 양력으로 제도와 생활 전반이 이 때를 기점으로 바뀐다. 이 책은 100년 전 혁명의 무대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혁명의 영웅과 강령, 노선 등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혁명서와 이 책은 차별화된다. 거창한 이념과 치열한 전투, 혁명가들의 감동적 자기희생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혁명 대 반(反)혁명의 이분법도 부각되지 않았다. 저자인 장밍(張鳴) 중국인민대 교수는 혁명의 실상에 주목하려고 한다. 신해혁명을 전후에 살다간 인간 군상의 이모저모에 초점을 맞췄다. 청나라의 구체제 관료, 혁명을 반대하는 만주족, 각 지방의 유지들인 신사층(紳士層), 협객 등의 행적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해혁명의 핵심 지도자였고 ‘현대 중국의 국부(國父)’로까지 통하는 쑨원(孫文·손문·1866∼1925)의 역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쑨원의 등장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던 혁명파가 하나로 뭉쳐 단합하고 그의 의견이라면 모두들 동조했다”고 평가한다. 쑨원의 중요성은 일종의 전제조건으로 깔고 저자는 혁명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혁명의 주역이라면 들춰내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장면도 클로즈업시켰다.

 


신해혁명 100주년을 앞둔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신해혁명의 지도자 쑨원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가운데 중국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저자가 볼 때 혁명도 하나의 공연일 수 있다. “커다란 연극에는 분주히 오가는 엑스트라들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고 했다. 역사와 혁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늠케 하는 언급이다. 그런 점에서 ‘신해혁명 열전(列傳)’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저자는 혁명이 우발적 요소의 결합이었음을 거듭 강조한다. 신해혁명은 혁명파 몇몇이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개량적 성향의 입헌파와 연합을 했고, 회당(會黨 )이라 불리는 폭력조직도 가담했으며, 신분상승과 부귀영화 획득의 기회로 혁명을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던 과정을 밝혀 놓았다.

 혁명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다. “준비 없이 찾아온 거대한 변혁”인 신해혁명이 중국인들의 가치관에 끼친 영향이 크다며 다음 같이 주장한다. “신해혁명이 중국과 중국인에게 가져다준 것은 지속적인 제도에 대한 걱정과 변혁에 대한 초조함이었다. 중국인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혁명에 숭고한 이상을 기치로 내세운다 해도 어떻게 보면 정권을 빼앗기 위한 투쟁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신해혁명과 혁명 이후 100년은 중국인이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힘겨운 과정”이라며 “역사에 대한 반성 속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도출해낼 수 있다면 그 100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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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