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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캔맥주 든 당신도 원시림 파괴 공범





알루미늄의 역사
루이트가르트 마샬 지음
최성욱 옮김. 자연과생태
344쪽, 1만8000원


캔맥주를 손에 들고 마시며 먼 나라 브라질의 아마존 우림을 떠올리게 될 줄 몰랐다.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광활하고 숭엄한 자연의 파노라마가 아니라 알루미늄의 재료가 되는 금속인 보크사이트를 채굴하기 위해 거대한 굴삭기가 원시림을 파헤치고 있을 장면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죄책감을 느끼고 앞으로 알루미늄을 쓰지 마세요, 라는 원론적이고 실천하기 어려운 주장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환경공학 분야에서도 특히 역사에 관한 연구를 한 저자는 차갑고 건조한 물질 이야기를 사회·문화·정치·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섬세하게 조명했다.

 원자번호 13인 알루미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캔으로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주로 군수품이나 전선이나 고압케이블, 자동차 몸체 등에 재료로 쓰이던 알루미늄은 전쟁이 끝나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방법을 강구했다. 58년 쿠어스 맥주는 알루미늄 캔맥주를 최초로 출시했다.

 디자이너·건축가·엔지니어·소비자들이 합심해 현재 알루미늄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밀도 낮고 가벼우니 자동차와 비행기, 기차 등의 재료로 적합하고, 전기전도율이 좋고 잘 변질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니 전기와 건축, 포장 분야에서 환영 받았다.

 그러나 지은이는 알루미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고, 제련과정에 독성물질 이 배출된다. 생산자(브라질 등 남반구 국가들)와 소비자(북반구)가 같은 지역에 살지 않는 유통구조도 문제다. 알루미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낳았다. 알루미늄을 부자들의 재료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은이는 알루미늄의 재활용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리 수거도 중요하지만 재활용 할 수 없는 알루미늄 호일, 요구르트 뚜껑 등의 소비를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환경·윤리 문제를 고발식으로 접근하는 대신에 차분하게 학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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