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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당신의 정의로운 원칙대로 사시라’ 곤충에게 배우다





인섹토피디아
휴 래플스 지음, 우진하 옮김
21세기북스, 656쪽
2만8000원


아주 매혹적이다. 책은 근본적으로는 과학을 다룬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차용한 듯한 제목을 풀이하면 ‘곤충백과’ 정도 되겠다. 하지만 흉물스런, 또는 하찮은 곤충을 다룬 딱딱한 책이라 지레 외면할 건 아니다.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학자가 아니라 인류학 교수가 쓴 덕인지 인간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르포이면서 서정적인 여행기이고, 흥미로운 역사를 뒤져내는가 하면 생각거리 가득 안겨주는 철학서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우수수필선』에 들어가고, 작가상을 받았을 정도의 글솜씨가 더해져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다.

 하늘(air), 아름다움(beauty)에서 ‘선의 세계와 낮잠의 예술(zen and the art of zzz)’까지 알파벳 순으로 구성된 26편의 이야기는 각각 내키는 대로 읽을 수 있다.




인간과 수천 년 공존해온 곤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섹토피디아』의 저자 휴 래플스 교수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권한다. 연꽃 위에 날아든 잠자리가 여유롭기만 하다. [중앙포토]


당신이 지금 집 안에 있다면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을 올려다 보라. 저 텅 빈 공간에 저 높고 광활한 하늘에 우리가 모르는 천국이 펼쳐져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시골에 있는 1평방마일의 땅 위에 3600만 마리의 작은 곤충이 날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5000미터 상공에선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생명체로 보이는 비행 거미를 붙잡기도” 했다.

 이 정도로 경이롭다 할 수 없다. 1947년 독일 동물학연구소장 카를 폰 프리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곤충을 다룬 『작은 열 동거인』이란 책을 썼는데 여기엔 이가 단지 앞발만 가지고도 자기 몸무게의 2000배가 넘는 무게를 짊어지고 1분 이상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역도선수라도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책은 곤충사전을 넘어선다. 스위스의 과학 일러스트레이터 코넬리아 헤세 호네거의 작업여정을 따라가는 대목에선 원자력의 위험성을 고발한다. 돌연변이 초파리를 그리던 그는 1987년 스웨덴의 오스탈파네보로 채집여행을 떠난다. 이곳은 서유럽에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은 곳이었다. 거기서 그는 “왼쪽 다리가 눈에 띄게 짧은 잎벌레, 눈에서 뭔가 검은 물질이 자라고 있는 벌레, 더듬이가 소시지처럼 된 벌레” 등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는 국제방사선위방호위원회 등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제시한 ‘저준위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전문적 ‘과학자’가 아니고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받는 과학계의 냉대를 무릅쓰고 지금도 반핵운동에 헌신하고 있단다.

 책에는 당연히 프랑스의 유명한 곤충학자 파브르가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통념을 깨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파브르가 1911년 노벨상 수상자로 추대되기도 했지만 실은 문학상 부문이었을 만큼 과학계의 외면을 받았단다. 또 현재는 프랑스는 물론 영어권 국가에서도 빛이 바랜 존재가 되었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영웅’ 취급을 받는다는 것도 그런 예다.(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나나니벌이 마취된 나방의 애벌레를 새끼의 먹이로 제공하는 대목이다. 저명한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해석 덕분이다. 그는 “(나방의) 애벌레는 우리에게 뭔가 가르치기 위해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존경쟁에서 진 것뿐”이라며 “자연은 도덕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 대목서 삶의 현실에 새삼 눈 뜨는 것은 지난친 감상일까.

 9세기 중국 당나라의 문장가 유종원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다. 그가 귀양 중 뿔잠자리 애벌레에 관해 쓴 수필 ‘푸반의 기록’에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인성과 정의로움의 원칙만 믿으면 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세상을 살고 죽을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하라”고 권한다. 미물을 통해 얻은 큰 교훈으로 읽힌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 산타 크루즈 해변의 파리들 입을 빌어 저술 의도를 전한다. “불완전함 속에서 사는 법을 배우라. 우리는 모두 하나다. 전체 세상을 향해 열린 아주 작고 좁은 문이다.”라고. 책을 읽고 나서 바퀴벌레가 갑자기 귀여워 보이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과학책으로 치부하기는 아까운 이유가 거기 있는 듯싶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탈모증 치료하는 파리 …

지구를 구해낸 쇠똥구리 …

더 읽을만한 곤충 관련 서적


곤충에 관심이 있다면 『살아있는 모든 것의 정복자 곤충』(메이 R 베렌바움 지음, 다른세상)과 『전략의 귀재들 곤충』(토머스 아이스너 지음, 삼인)을 권한다. 미국 국립과학한림원 회원인 세계적 곤충학자가 쓴 『살아있는…』은 인간과 곤충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지구를 똥천지에서 구해 낸 쇠똥구리’ ‘곤충은 맛있는 고품질 단백질 덩어리’ ‘탈모증을 치료하는 파리’ 등 익충(益蟲)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인간의 천적, 벼룩과 페스트’ 등 해충까지 다양한 곤충의 쓰임새를 다뤘다. 예술작품과 영화 속 곤충 등 이야기가 풍성하다.

 역시 미국의 화학생태학 교수가 쓴 『전략의 귀재들 곤충』은 곤충의 생존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의 배설물로 지은 초가지붕을 이고 사는 플로리다거북딱정벌레, 사마귀의 독니에 물리면 물린 다리를 잘라내 버리는 거미 아르페기오 아우란티아 등을 소개하며 다양한 생존방식과 이에 필요한 화학물질의 성분을 이야기한다. 지은이의 아내가 주사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곤충 생태사진도 진귀하다. 두 책 모두 전문가를 위한 ‘참고문헌’, 일반독자를 위한 ‘찾아보기’를 붙이는 편집자의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문학·철학이 어우러진 과학에세이를 찾는다면 단연 『달팽이 안단테』(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돌베개)다. 20여 년간 희귀병을 앓은 지은이가 병실에 둔 달팽이를 일년 간 관찰하며 생명과 진화, 삶을 성찰한 기록이다. 문장이 곱고 생각이 깊은데다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달팽이에 관한 거의 모든 과학정보를 녹여냈다. 에세이로도 과학교양서로도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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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