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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예산 뒷받침 없는 ‘세계 속 한국어’ 공허하다




권재일
국립국어원 원장


요즘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대중문화의 국외 확산으로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외국의 정규 학교는 물론 민간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정확한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100만 명을 훨씬 넘어선다. 좀 더 정확한 자료로 말하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지난해에 11만 명이다.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17만 명이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의 수는 가위 짐작이 될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을 위해 그간 국내외의 여러 교육기관과 우리 정부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러한 노력의 성과로 한국어 교육의 수준은 점차 향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가 보면 여러 여건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하자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교육기관과 시설이다.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정규 학교의 경우, 그리고 현지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한글학교의 경우 대부분 시설이 빈약하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세종학당을 설립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현지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31개 나라에 60개소를 개설했다. 중국에서는 공자학원을 설치해 운영한다. 세종학당과 공자학원을 비교하면 시설과 지원에서 너무 차이가 크다. 한국어를 배우려다가 중국의 공자학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둘째는 교재다. 현지에서 개발한 교재, 국내에서 발간한 교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세종학당을 위해 국립국어원에서는 표준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표준 교재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이러한 교재를 비싼 돈을 주고 사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지 형편이다. 그래서 이 틈에 엉터리 교재가 싼값으로 널리 퍼져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문화도 함께 소개하고, 현지 문화도 함께 반영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훌륭한 교재가 가격 때문에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셋째는 교사다. 많은 수의 교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현지에는 제대로 된 교사가 너무 적다.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누구나 다 잘 가르칠 수는 없다. 그리고 국내에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는 외국에 가려 하지 않는다.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적은 보수 때문이다.

 나랏일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한국어를 세계 곳곳에 보급하려는 예산은 늘 뒷전이다.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는 경제도 중요하고 국제회의도 중요하며 또한 스포츠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어의 보급도 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제대로 된 시설에서 믿을 수 있는 교재로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한국어를 보급할 수 있도록 예산이 배려돼야 할 것이다. 요즘 예산 국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 여겨 관심을 가져 주길 기대한다. 한글날을 앞두고 나라 안에서의 우리말 발전과 나라 밖에서의 우리말 보급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 본다.

권재일 국립국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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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