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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거리·능수버들·아가씨 ‘고향 사랑’ 담아 노래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도움 받아



천안을 소재로 한 가요 발굴에 나선 천안역사문화연구실

천안’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뭘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어린 시절 자장면만큼이나 좋아했던 호두과자다. 천안삼거리와 흥타령 민요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부터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천안. 지리적 특성 때문에 천안삼거리와 호두·흥타령은 지금까지도 지역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의 ‘소양강 처녀’ ‘부산 갈매기’ ‘목표의 눈물’과 같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와는 달리 천안을 소재로 한 가요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천안역사문화연구실(실장 김성열)이 천안을 노래한 가요 발굴 및 홍보에 나섰다.









천안역사문화연구실 김성열 실장은 “아리랑이 국민을 하나로 만들 듯이 천안 시민들도 고향 노래를 부르며 하나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김 실장이 비 오는 날 어느 술집에서 친구가 부른 ‘비 내리는 천안삼거리’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천안 주민이 지역 노래를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 때부터 지역 노래를 발굴해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한동안은 생각뿐이었고 실행하지 못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지인의 소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근무하는 손도순씨를 만나 자신의 뜻을 얘기했다. 김 실장의 부탁을 받은 손씨는 지난 3월부터 석 달간 틈나는 대로 음원을 검색하고 옛 음반을 뒤지며 천안을 다룬 노래를 찾고 또 찾았다. 손씨는 천안 토박이로 학교도 지역에 있는 직산초·계광중·중앙고·단국대를 졸업했다. 향토문화연구회 임명순 연구원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천안을 노래한 악보를 찾아냈다.



 손씨는 “요즘에는 새 노래가 나오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음반이나 음원을 모두 보내기 때문에 곡을 찾기가 쉬운데 옛날 노래는 대부분 LP판인 데다 이마저도 제대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작곡가나 음악평론가들에게 수소문해 찾느라 애로가 있다”며 “늦게라도 천안 가요를 찾아 나선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가요 악보들.



1936년 발표된 ‘능수버들’ 찾아내



최근 발굴한 노래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은 1936년 선우일선이 노래한 ‘능수버들’이다. ‘천안도 삼거리 능수야 버들은/제 멋에 겨워서 척 늘어졌구나/능수야 버들이 꺾어 지면/이 몸도 서러워 늙어만 가누나(중략)…능수야 버들에 세월을 감고/잡아라 놓아라 발버둥 치누나’ 흥타령 가락으로 부르던 것을 신민요풍으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2006년 진주희가 부른 ‘내 고향 천안 연가’도 있다. 태조산의 좌불상, 성불사, 능수버들과 패션거리를 거니는 남녀의 모습을 담은 가사로 천안을 노래했다.



지금까지 발굴한 총 13곡 가운에 ‘비 내리는 천안삼거리’ ‘천안역’ ‘천안역 삼거리’ 천안꿈나무’ ‘천안이 좋아’ ‘천안아가씨’는 음원과 악보가 다 있다. 나머지 6곡은 악보만, 한 곡은 음원만 찾아냈다.



 노랫말에는 주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안역에서 떠나 보내는 아쉬움, 천안삼거리에서 님을 기다리는 마음, 못 잊는 사랑을 능수버들에 빗대어 회상하는 애절함이 담겼다. 천안 출신 김석야는 1966년 발표된 가요 ‘하숙생’의 노랫말을 썼다. 당시 같은 이름으로 개봉된 영화의 주제곡으로, 최희준이 불러 큰 인기를 얻은 노래다. 김석야는 1964년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 ‘천안삼거리’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당대 유명 배우였던 신영균·엄앵란·황정순이 출연했다. 이에 앞서 1933년에는 연극 ‘능수버들’이 공연됐다. 천안삼거리를 소재로 한 희곡으로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환갑 넘어서도 천안 알리는 토박이 가수



가장 최근(2007년)에 만들어진 가요는 이순덕이 부른 ‘천안아가씨’다. 그는 천안시 동남구 동면 출신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고향을 노래하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천안삼거리 능수버들/ 실바람에 춤을 추고/ 포도송이 주렁주렁 풍년이 오면/ 수줍은 천안아가씨 가슴 설레요/ 포도를 드릴까요 호두과자 드릴까요/ 내 마음도 함께 드려요/잊지 마세요 돌아오세요 기다리는 천안아가씨’.



그가 만든 뮤직비디오에는 천안역·입장포도·천호지·호두과자·흥타령쌀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신명 나는 트로트 멜로디에 담아 한껏 흥을 돋웠다. 푸근한 고향의 인심과 수줍은 아가씨의 님을 향한 그리움, 기다리는 설렘을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환갑을 맞아 첫 음반을 낸 그는 고향을 노래하고 싶은 마음에 작곡가에게 ‘천안아가씨’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타이틀 곡이 있지만 어딜 가나 이 노래를 먼저 부른다. 얼마 전에도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노인 관객들에게 ‘천안아가씨’를 들려줬다.



 그는 “가수가 음반을 내는데 내 고향 노래가 꼭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 곡을 만들게 됐다”며 “이달 말쯤에는 노래방에서도 곡을 들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열 실장은 “천안은 삼거리를 중심으로, 능수버들·역·호두과자를 매개로 한 수많은 이야기가 생겨나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며 “만남과 헤어짐, 애환·사랑·좌절을 담은 천안의 이야기가 노래로 전해져 왔다”고 밝혔다. 천안역사문화연구실은 이번에 발굴한 천안 가요 5곡을 CD에 담아 시민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아울러 천안 역사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천안삼거리를 주제로 한 흥타령 가락을 한국 전통 창극으로 꾸며 공연할 계획이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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