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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숨막히는 혁신, 세상을 바꾼 홈런이었다”





‘잡스의 왼팔’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 중앙일보에 추모사



제이 엘리엇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초석을 다진 제이 엘리엇(69) 전 애플 수석부사장이 중앙일보에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그는 ‘잡스의 왼팔’(잡스는 왼손잡이다)로 불리며 가까이에서 잡스를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스티브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먹먹했다”며 “친구이자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혁신이다. 잡스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가 중 한 명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잡스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토머스 에디슨 정도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스티브가 혁신가가 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축복을 누렸다. 그가 초창기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섰을 때였다. PC 신제품 매킨토시를 소개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리틀 야구에서 홈런을 친 소년 같은 그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건 세상을 바꾼 홈런이었고, 30여 년이 지난 뒤 지금도 그는 여러 차례 홈런을 쳤다.



 어떤 사람은 스티브가 시장조사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것을 신기해했다. ‘제품의 황제’였지만 역설적으로 스티브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가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세계 최고의 소비자였다. 그는 늘 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유별나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내 상품을 원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해. 사지 말라고 해”라고 외치는 걸 여러 번 들었다.



 그는 우리 삶을 더 만족스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묘한 촉수를 갖고 있었다. 그런 감각이 매킨토시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만들어냈다. 다른 상품들이 따라갈 수 없는 독특한 외양과 스타일, 사용자 친숙한 환경을 가진 상품들 말이다. 스티브의 상품들은 숨막히는 디자인을 지녔다. 그의 디자인의 원천은 잠시 다니던 대학에서 캘리그래피(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에 심취했던 영향 덕분인 것 같다. 그런 그래픽에 대한 열정이 기존 PC들의 흉측한 글자체 대신 매킨토시가 다양한 글자 모양과 크기·굵기를 변주해 아름다운 글자체를 갖게 하는 데 기여했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그의 갈증은 애플의 모든 제품이 독특한 멋을 뽐내게 만들었다. 상품 자체는 물론 포장박스나 이어폰 같은 작은 디테일에도 그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디테일이야말로 스티브의 영혼이 깃든 것이다.



 스티브의 ‘혁신 수신장치’는 늘 켜져 있었다. 그와 함께 일하던 시절, 나는 월요일에는 꼭 아침 일찍 그와 미팅을 했다. 주말을 지내고 온 그는 새롭게 발견한 무언가에 ‘꽂혀서’ 흥분한 상태로 출근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또 한번 천재가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어느 월요일 아침 그는 어느 레스토랑 메뉴판을 들고 출근했다. 멋진 그래픽과 글자체로 만든, 정말 아름다운 디자인이었다. 그가 메뉴를 내 코밑에 들이대면서 말했다. “제이, 우리 매킨토시엔 바로 이런 그래픽이 필요해.” 매킨토시 그래픽은 레스토랑 메뉴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스티브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6월 스티브가 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그가 많이 힘들다는 걸 알았다. 아이클라우드를 소개하는데, 몸짓이나 말투가 예전 같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지난 1년 또는 1년반 동안 그가 무척 속도를 내며 달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은 시간,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해 내놓으려는 그를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내 인생은 스티브와 함께한 뒤 완전히 바뀌었다. 앞으로도 그는 내 오랜 친구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



정리=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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