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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췌장 신경내분비암에 무릎 꿇은 잡스





‘순한 췌장암’ 8년은 버텼지만 …





암 투병 중 숨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56)는 지난 3월 아이패드2 공개 행사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암을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잡스의 암은 췌장암 중에서 순한 종(種)으로 알려지면서 장기 생존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3년 10월이었다. 8년가량 생존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암 환자가 완치된 것으로 간주하는 ‘5년 생존율’의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잡스의 장기 생존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러던 잡스가 은퇴한 지 한 달여 만에 숨지자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국내 암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잡스의 장기 생존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잡스가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점, 간 이식 수술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해 왔다.



 잡스가 8년 정도 생존한 것도 순한 췌장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잡스의 암은 엄밀히 말하면 췌장의 섬세포(islet cell)에 생긴 신경내분비종양이다. 흔히 알려진 췌장암(췌장선암)과는 다르다. 췌장선암은 가장 독한 종류에 속해 잡스가 이 암에 걸렸다면 이미 2005년을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폰·아이패드가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췌장암의 90%를 차지하는 선암은 2008년 한 해 국내에서 4320명이 걸렸다. 대부분 발병 후 1년 내에 숨진다. 5년 생존율이 1995년 9.4%에서 2008년 7.6%로 떨어졌다. 유일하게 떨어진 암이다.



 








다행히 잡스는 췌장암 중에서 희귀종인 신경내분비암이었고 2004년 수술도 받았다. 하지만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선암과는 달리 간에 전이되더라도 생존기간이 훨씬 길어 ‘착한 암’으로 통한다”며 “간에 전이돼도 최근엔 평균 5년 이상 생존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잡스의 암은 천천히 진행되고 호전-악화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스는 그동안 수술-업무 복귀-병가-복귀를 반복했다. 2008년부터는 몸이 급격히 말랐다.



 2009년에는 스위스에서 생체 간 이식(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 받는 것)을 받고 6개월 뒤 복귀했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간 이식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아산병원 김명환 교수는 “췌장암 세포가 혈액에 남아 있는데 간을 이식한다고 해서 완치될 수 없으며 간 이식은 췌장암의 공인된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혈액 등에 암세포가 남아 있다가 이식 받은 간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잡스도 이 과정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간 이식을 받고 복용하는 면역억제제가 암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 강동성심병원 소화기외과 김두진 교수도 “간 이식이 치료법의 하나지만 암이 간에만 국한돼 있어야 하고 병이 얌전히(천천히)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잡스는 수술과 이식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중인 항암제를 사용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약은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아피니토’나 화이자의 ‘수텐’일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는 잡스의 복용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 아피니토·수텐은 둘 다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이며 암 진행을 억제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송시영 교수는 “지난해 아이폰4 발표장의 잡스 상태를 볼 때 항암제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서울대 허 교수도 지난 3월 “잡스는 암이 전이되고 재발한 4기의 진행기(advanced stage)이며 말기로 가는 과정에 있다. 말기가 되면 3~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내다봤었다.



 2009년 숨진 하권익 전 삼성서울병원 원장도 잡스와 같은 암이었다. 그는 숨지기 3개월 전에 “나의 암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종류라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암이 전신에 너무 많이 퍼진 데다 진행 속도가 빨라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 원장의 주치의였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영석 교수는 “신경내분비암은 초기에 천천히 자라고 증상도 모호해서 진단까지 평균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에선 위암 환자보다 더 많으므로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에 걸리면 얼굴이 화끈거리고(안면 홍조) 설사·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과민성 장(腸)증후군과 비슷해 진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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