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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50대 치매 환자 는다는데 … 술 마시면 종점까지 가는 나도 혹시 치매 초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손님, 다 왔습니다. 내리세요.”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버스 운전기사다. 늦은 밤 버스를 탔다가 또 종점까지 온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아무리 취해도 집 앞에만 오면 심청 아비 눈 뜨듯이 눈이 번쩍 떠졌는데 요즘은 형편이 그렇질 못하다. 버스 요금의 몇 곱절을 택시비로 날리고 나니 속이 쓰렸다.



 요즘 들어 가끔씩 정신줄을 놓고 사는 느낌이다. 휴대전화를 놓고 오는 바람에 출근하다 말고 집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집에 두고 온 지갑 때문에 버스 정류장과 집 사이를 발바닥에 불 나도록 뛴 적도 있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이름이 안 떠올라 당황하기도 하고, 자동차 문을 잠갔다는 확신이 안 서 주차장을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한다. 전화번호 두뇌 입력을 포기한 지는 오래다. ‘50대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를 받은 50대 환자가 2006년 1624명에서 2010년 2891명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전체 치매 환자 10명 중 한 명이 40~50대에 치매 증세를 보이는 ‘초로기(初老期) 치매(presenile dementia)’라는 통계도 있다. 중증 스트레스로 인한 뇌기능 손상이 50대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기도 하고, 고혈압·당뇨·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건망증과 치매 모두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식사를 하고 무엇을 먹었는지가 잘 생각이 안 나면 건망증이지만 식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다. 치매에 걸리면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진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기억 속의 시간이 점점 과거로 회귀한다. 내가 아는 어느 선배 어머님의 마지막 기억은 달콤한 신혼 시절이었다고 한다. 평생 다투며 살아오신 부모님이지만 돌아가시기 전 몇 달 동안만큼은 그 누구보다 다정한 사이로 지내셨다는 것이다. 치매 덕분에 아름다운 시간 여행을 하신 셈이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8.4%가 치매 환자고, 25%가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경도성(輕度性) 치매’라고 한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게 치매다. 예방이 최선이다. 손동작과 함께 두뇌를 많이 쓰는 것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전국의 노인정마다 고스톱 판이 벌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집사람이 예뻐 보이기 시작하면 치매의 첫 단계라는 세간의 진단법이 맞다면 내가 아직 치매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런데 어째서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만 되면 치매 증세가 나타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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