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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나라당·민주당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그만두는 게 옳은 일이었을 것 같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야기다.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에 제1 야당이 후보조차 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면 그 책임을 지는 게 본인으로서도 떳떳한 일이었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놀랍게도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사퇴 철회를 의결했고, 그는 사퇴를 번복했다. 하루 만에 끝이 난 이 해프닝은 현재 민주당의 가련한 처지와 민주당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후보조차 내지 못한 민주당에 비해서는 입장이 다소 나아 보이지만, 한나라당 역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민주당이 위협적인 대안(代案) 세력이 되고 있지 못할 뿐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은 가히 흉흉하다고 할 만큼 좋지 않다. 한국 정치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두 정당이 모두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을 한 유권자의 비율이 낮지 않았다. 이 비율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오늘날과 같이 정당 정치의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당들이 강요해 온 선택에 유권자들이 무기력하게 끌려들어 갔기 때문이다. 경상도 혹은 전라도 사람들이 권력 잡아 다 해먹는 걸 그대로 보겠느냐, ‘좌빨 종북(從北)’ 혹은 ‘보수 꼴통’이 집권하면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유권자들에게 강요한 선택의 프레임이었다. 우리 당이 싫더라도 최악을 막기 위해서는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생존해 온 방식은 일반 국민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 양자택일(兩者擇一)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각 정파의 강경파들이 갈등을 고조시키고 언론이 여기에 동조하면서 정당 생존의 생태계가 완성되었다. 신생 정당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선거제도, 정치자금제도 등 정치관계법 역시 한나라당·민주당 양당 체제의 지속을 뒷받침해 왔다. 상품 시장에 비유하자면 두 업체가 스스로 신상품을 개발해서 경쟁하려고 하기보다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각종 법적·제도적 규제로 막으면서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이미 한물간 상품의 선택을 소비자에게 강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강요된 선택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민주화 이후 선거 때마다 ‘재미 봤던’ 경상도, 전라도 간의 갈등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 갈등은 지역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이다. 2002년 대선 이후 양당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해 온 이념 갈등 역시 대북 유화 정책 10년, 대북 적대 정책 5년을 모두 경험하면서 그 효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 돌이켜 보건대 어느 일방의 정책도 정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종북, 반북(反北)이 아니라 통일이 아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유권자에게 소비를 강요해 온 ‘한물간 상품’은 더 이상 정치 시장에서 통용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기대감을 갖고 있는 많은 유권자들은 그를 통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을 표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의 등장은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에게 딜레마이다.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는 단일 후보가 된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박 후보의 승리를 지원해야겠지만, 민주당 소속이 아닌 그의 승리가 곧 민주당의 승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박 후보가 반(反)한나라당 단일 후보인 만큼 그를 눌러야겠지만 과거 민주당 후보에게 하듯이 경상도-전라도, 친북-반북의 구분으로 그를 공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랫동안 유지돼 오던 양당의 독과점 구조가 이제 녹록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정당이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도모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 정당 재편(party realignment)은 불가피한 일인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소동이 폭풍우라면 내년의 두 차례 선거에서는 이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정치적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다. 과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런 거센 파도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글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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