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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16세 무명소년 승부수에 쿵제가 ‘쿵’





삼성화재배 31일 4강전
쿵제 충격 … 복기 않고 자리 떠
이세돌·이창호는 16강서 탈락



이창호-이세돌에게 전폭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바둑은 양 이(李)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갓 프로가 된 나현 초단(왼쪽)이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세계 빅4의 한 명인 쿵제 9단을 격파하며 한국바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현은 전투보다 계산바둑을 선호하는 이창호 계열에 속한다.







269수에서 대국이 끝났다. 유성에 모인 수많은 프로기사, 취재진의 시선을 온종일 붙잡아 맸던 한 판의 바둑. 중국의 강자 쿵제 9단과 한국의 무명 소년 나현 초단의 승부가 끝났다. 빠르게 구획 정리가 이루어졌다. 판 위에 남은 건 흑 39집, 백 34집. 덤 6집 반을 제하고 백의 나현이 1 집 반을 이겼다. 전날 이 자리에서 한국의 최강자 이세돌 9단을 불계로 꺾었던 쿵제가 오늘 나현이라는 16세 소년 기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감동의 물결이 스쳐 지나갔다. 어제 한국바둑의 대들보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중국의 쌍두마차 구리 9단과 쿵제 9단에게 잇따라 패배했을 때 한국바둑은 고통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 그러나 오늘 나현이라는 소년이 쿵제를 격파하자 한국바둑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쿵제는 묵묵히 나현을 한 번 바라보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를 떴다. 항상 열심히 복기를 하는 쿵제가 오늘은 단 한 수의 복기도 하지 않았다. 20여 분 전에 끝난 구리 9단 대 김지석 7단의 대국이 그때까지 복기 중인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2009년 삼성화재배 우승자 쿵제에게 이 패배는 그만큼 의외였고 충격 그 자체였다.



 나현은 금방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서울에서 내려온 나이 어린 프로 지망생들도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안경을 낀 눈매는 오히려 순한 양 같아서 전혀 매섭지 않다. 하지만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세계 최고 권위의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했음에도 전혀 흥분하지 않는다. 소감을 묻자 웃기만 하던 나현은 “어제 잠을 잘 못 자 컨디션이 안 좋았다.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끝내기에서 3 집 이득을 보면서 승리를 확인했다”고 차근차근 말했다. 준결승에서 그와 맞붙게 된 전기 우승자 구리 9단은 “나현은 펑리야오와 쿵제를 꺾어 이미 실력을 입증했다. 기본기가 좋은 착실한 바둑이다. 어리다고 얕볼 수 없다”며 “중국에 돌아가서 진지하게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4~5일 이틀간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린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은 한국과 중국이 8대 8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시작됐다. 8강전은 한국 5명, 중국 3명. 한국은 ‘양 이(李)’(이창호와 이세돌)가 탈락했지만 빅영훈 9단, 원성진 9단, 이영구 9단, 김지석 7단, 나현 초단이 8강에 올라 수적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8강전에서 이영구와 김지석이 천야오예와 구리에게 져 일찌감치 탈락하자 한국은 한국 기사끼리 맞붙은 박영훈-원성진전 말고는 전패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분위기를 일거에 해소한 쾌거가 바로 나현의 쿵제 격파였다. 이로써 준결승전은 한국 대 중국이 2대 2로 균형을 이뤘다. 8강전의 쿵제에 이어 준결승전 구리까지 중국의 최정상급과 연속 대결하게 된 나현은 “아직은 꿈속을 헤매는 것 같다. 구리 9단을 만난다니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한편 7년 만에 세계대회 4강에 올라 천야오예 9단과 맞붙게 된 원성진 9단은 “준결승전도 한·중 대결 양상이다. 한국바둑의 상위 랭커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천야오예는 세계대회에서 두 번 준우승한 중국랭킹 3위의 기사. 준결승은 31일 유성에서, 결승 3번기는 12월 3일 상하이에서 열린다. 우승상금은 2억원.



유성=박치문 전문기자



◆나현=1995년 전주 출생. 아마 유단자급인 아버지(회사원)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초등 2년 때 상경, 양재호 도장에서 공부. 지난해 5월 프로 입단. 올해부터 프로무대 본격 활약. 32승13패 기록 중. 최근의 유행은 전투 일색인데 나현은 전투를 즐기지 않는 기풍으로 고향 선배인 이창호 9단과 유사함. 현재 충암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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