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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장애인







이덕일 역사평론가



고려 말 목은 이색(李穡)은 ‘낮에 앉다(晝坐)’라는 시에서 “장수는 지리를 사랑했다(莊叟愛支離)”고 말했다. 장수는 장자(莊子)를 높여 부른 호칭이고 지리는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장애인 지리소(支離疏)를 뜻한다. 지리소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병역(兵役)은 물론 각종 부역(賦役)도 면제받았고 나라에서 구호양곡도 받아서 마음 편하게 장수를 누렸다는 인물이다. 장자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유유자적하게 사는 지리소의 인생을 좋아했다는 뜻이다. 이는 고대 국가가 장애인들은 극진하게 보살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 왔다가 돌아가는 아들 ‘학유(學遊)에게 노자(路資) 삼아 집안의 계율을 써 주는데[贐學遊家誡]’ 여기에 옛날 선왕들이 사물을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다면서 장애인 등용 방식을 설명했다. 즉 “맹인에게는 음악을 관장하게 하고, 다리를 저는 사람에게는 대궐문을 지키게 하고, 환관(宦官)들에게 궁궐 안을 출입하게 하고, 다른 여러 장애인들에게도 모두 적당한 임무를 맡겼다”면서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왕정(王政)이 제대로 펼쳐지는지는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늙은이를 뜻하는 환과고독(鰥寡孤獨)과 장애인 정책 여부로 판명 났다. 장애인 우대 정책은 조선보다 고려가 더 나았다. 고려 성종(成宗)은 재위 10년(991) 10월 서도(西都·평양)에 행차하면서 민정을 살펴 “중병이 든 자[篤疾]와 장애인[癈疾者]에게 약을 내려 주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 예종(睿宗)도 재위 원년(1106) 9월 80 이상 노인과 의부(義夫)·절부(節婦)·효자·순손(順孫) 같은 의행자들과 함께 환과고독과 중병 든 자, 장애인을 대궐 마당으로 초청해 직접 잔치를 베풀고 물품을 하사했는데, 이런 기록이 많다. 그래서 성호 이익(李瀷)은 ‘고려 때의 진휼정책[高麗賑政]’에서 “환과고독은 모두 관에서 구휼하고 이외에도 온갖 장애인도 모두 국가에서 부양했으니 백성들을 우대하는 정사가 지금(조선)에 비해 조금 나은 정도가 아니었다”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도가니 상영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사회복지사 중에는 헌신적인 인물이 많지만 사회복지 시설 운영진 중에는 인화학교 경영진 같은 인간 말자(末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우리 사회의 알려진 비밀이다. 복지 정책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를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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