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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년 총선서 이기는 법







심상복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신화로만 알고 있던 그리스가 아주 고약한 현실이 돼 버렸다. 유럽 변방의 작은 나라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우리 주머니까지 털고 있는가. 한마디로 수입은 생각지 않고 씀씀이를 늘리다 쪽박을 찬 것이다.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거의 부도수표로 취급된다. 이 나라 채권을 많이 보유한 유럽 은행들 주가는 추풍낙엽 신세다. 그리스가 파산할 경우 같이 물려 들어갈 이탈리아는 무디스에 의해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세 단계나 강등당했다. 은행 위기와 국가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돈놀이를 하던 유럽 자금은 지난여름부터 비상이 걸렸다. 자국에서 난 불을 끄기 위해 대거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8월 이후 여의도 증시를 떠난 유럽계 돈은 8조원을 넘는다. 연초부터 치면 12조원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는 이유다. 지난달 5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이후 한 달간 한국의 주가 하락률은 12%를 넘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나,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도 추락을 거듭했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겪는 이런 충격을 완화할 수는 없는가. 외화 조달을 다변화하는 게 한 방법이다.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은 이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유럽 의존도가 너무 높다. 현재 외화 차입은 유럽 36%, 아시아 35%, 미국 28%다. 중동 자금은 외면한다. 그들은 이미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는데도 말이다. 서방 선진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중국·일본도 오일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유대계지만 이슬람채권(수쿠크)을 발행한다. 2000년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전 세계 수쿠크 발행액은 10년 만에 1300억 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올 초 우리는 굴러들어온 밥통을 걷어차 버렸다. 중동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수쿠크법을 추진하다 기독교 반발에 부닥쳐 덮어버린 것이다. 현재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만 통과한 채 낮잠을 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선거는 알아서 하라는 목사님들의 협박에 여당이 찍소리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율법은 이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금융거래지만 실물거래 형식을 취한다. 예컨대 한국 기업에 돈을 빌려준 경우 서류는 국내에 건물을 산 것으로 만든다. 이자 대신 그에 해당하는 건물 임대료를 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건물을 매입하면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금융거래이기 때문에 이런 세금을 면제해 주자는 것이 수쿠크법이다. 이것이 이슬람에 대한 특혜라는 게 기독교계의 반대 이유다. 넘치는 종교적 신념이 경제논리를 깔아뭉갠 것이다.



 내년 선거가 화급한 정치권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가 무섭다고? 그렇다면 수쿠크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 법이 당신의 재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다. 유럽 자금이 줄줄이 빠질 때 오일머니가 버팀목이 된다면 주가 하락폭은 줄어들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는 일만큼 ‘숭고한’ 일이 있을까.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경제가 엉망이면 선거는 필패다. 의원님들이여, 수쿠크법을 만들어 부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시길.



심상복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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