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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ISSUE] 세계적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의 ‘자연주의 꽃꽂이’

카트린 뮐러



아무렇게나 꽂은 듯 …
“자로 잰 듯한 꽃꽂이 살아있는 느낌 드세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플로리스트. 직업적으로 꽃을 다룬 게 열여섯 살 때부터다. 1993년 프랑스의 플로리스트 양성학교인 테코마를 졸업했고, 99년 ‘크리스티앙 토투 플라워 부티크’ 수석 디자이너, 2004년 ‘라 벨 에콜’ 아트 디렉터 등을 거쳐 2005년 자신의 플라워 스쿨 ‘에콜 아티스틱 드 카트린 뮐러’를 열었다. 그동안 카르티에와 셀린·샤넬·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 행사와 카타르 왕실의 결혼식 꽃 장식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자연스러움과 대담함, 그리고 넘치는 생동감 등이 뮐러 꽃 장식의 특징으로 꼽힌다. 프랑스뿐 아니라 서울·뉴욕·나고야·도쿄 등에서 플라워쇼와 실습 강의를 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 NHK 교육TV에서 꽃꽂이 강좌 프로그램 ‘카트린 뮐러:수퍼 플라워 레슨’이 방영 중이다. 세 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가족에 대한 질문에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대답하지 않았다.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35)를 만나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뮐러 자신이 너무나 단아한 미인이어서 놀랐고, 또 한 번은 그의 꽃꽂이 작품이 너무 어지러워서 놀랐다. 그의 작품은 ‘깔끔’ ‘단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련돼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아무렇게나’ 꽂아둔 듯 질서가 없었다. 예쁜 꽃꽂이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뮐러는 이를 두고 “진짜 자연 속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자평했다. 그 이면에는 “남들이 다 하는 스타일을 그만하고 싶었다”는 그의 고집이 숨어 있다.



 뮐러는 지난달 27∼29일 서울 서초동 ‘까사스쿨’에서 실습 강의를 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0년 프랑스 꽃가게 ‘크리스티앙 토투 플라워 부티크’가 한국 지점을 냈을 때 책임매니저로 2년간 서울에 머물렀다. 그는 한국말도 곧잘 한다. 인터뷰 중 엉뚱한 질문이다 싶을 땐 “그건 아니고”라며 통역보다 먼저 한국말로 대답하곤 했다.



-작품의 개성이 강하다. 애써 장식했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이런 거 처음 본다는 말 하지 마라.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내 스타일이다. 단정하고 정제된 꽃 장식에서는 살아 있는 꽃이란 느낌이 안 들었다. 그래서 자로 잰 것 같은 꽃꽂이보다 원시적인 느낌이 나는 꽃 장식을 추구하게 됐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한 건 1999년부터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엔 별로 좋지 않았다. 당시엔 내가 다른 플로리스트의 꽃가게에 고용된 입장이었기 때문에 내 스타일을 고집할 수 없었다. 2000년 한국 지점에 나와 있으면서 내 방식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2003년 프랑스로 돌아갔을 땐 파리 사람들도 내 스타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서 꽃을 고르고 있는 카트린 뮐러. 손에 노랑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있다. 그는 “초보자는 한 가지 색, 한 가지 꽃만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1면 사진은 뮐러가 꽃시장에서 하얀색 크리스마스로즈를 머리에 얹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꽃이 바뀐다”는 그는 “오늘은 이 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꽃잎이 완벽하게 예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난다는 게 이유였다.







-남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적응시키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텐데.



 “무작정 내 방식을 강요해선 안 된다. 독특한 개성도 대중과 공유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스타일을 적용하되 고객들의 마음에도 흡족하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 내 꽃꽂이 방식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맞춤 옷의 정돈된 느낌을 살린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야생화 분위기의 ‘샹페트르(Champetre)’, 낭만적인 중세 프랑스풍의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 선을 중시하는 ‘그라피크(Graphiuque)’ 등이다. 이를 고객의 분위기와 취향에 맞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절충했다.”









원통형 꽃꽂이 가을의 풍성함과 생동감을 살린 장식이다. 홀이나 현관 등에 세워두기 적당하다. 만드는 법=①플라스틱 물통 표면을 몬스테라 잎으로 완전히 감싼 뒤 테이프로 고정한다. ②테이프가 안 보이도록 아이비로 둘러준다. ③물통 속을 오아시스(꽃꽂이용 스펀지)로 채운다. ④오아시스에 아이비와 자리공을 골고루 꽂은 뒤 리시안셔스를 빈 곳에 꽂는다. 이어 장미-아스틸베-장녹수-스크럼의 순서로 빈 공간을 찾아 균형을 맞추며 꽂는다. 이때 가운데 부분에 많이 꽂으면 전체 형태가 동그란 공 모양이 되니 주의한다. ⑤물통 옆면에 페니쿰과 마디초를 세우고 아이비로 둘러 고정한다.



-활짝 핀 꽃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이채롭다. 또 휘어진 줄기, 색이 변한 꽃잎도 그냥 사용하던데.



 “시들기 직전의 꽃이 가장 아름답다. 가장 예쁠 때의 꽃을 선물해야 받는 기쁨도 크다고 생각한다. 꽃의 아름다움이 짧아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의 색감·질감·향기가 달라지는 과정 속에서 각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벌레 먹고 상한 부분은 제거하지만 단순히 휘어지고 색이 변한 꽃은 그냥 쓴다. 꽃의 세계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환경’ 꽃꽂이를 발전시키고 싶다. 쓰레기를 줄이는 꽃꽂이다. 꽃다발을 만들 때 철사 대신 식물 줄기를 사용하고, 인공적 장식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사람들은 꽃 장식을 하며 리본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꽃 장식 방법은.



 “그냥 꽃병에 꽃 한 송이 꽂는 것이다. 집에서는 그렇게 장식해둔다. 꽃 장식은 일주일에 한 번만 바꾼다. 꽃병 씻는 일이 솔직히 번거롭다. 좋아하는 꽃은 따로 없다. 한 가지 꽃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종류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꽃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즉흥 꽃다발 자연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큰 화병에 꽂아 테이블이나 콘솔 등에 올려둔다. 만드는 법=①리시안셔스 다발을 아이비로 묶는다. ②수국 다발에 ①번 묶음을 끼워 넣고, 아이비를 한 바퀴 두른다. 이때 너무 꽉 조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③나머지 재료를 조금씩 섞어 더한 뒤 아이비로 묶어 형태를 고정한다. 흑미와 은단나무·오이초는 위로 길게 빼 높이감을 살려준다. ④길이가 긴 부들과 아이비를 ③번 묶음 사이 빈 틈으로 통과시켜 거꾸로 꽂는다.



-인생에서 꽃이 가장 아름답게 다가온 순간이 있다면.



 “숲 속에서 꽃을 마주쳤을 때다. 꽃은 자연 속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꺾지도, 가져오지도 않고 그냥 보기만 했다.”



-하지만 플로리스트의 작업은 인위적으로 꽃을 꺾어 장식하는 것 아닌가.



 “자연 속 꽃을 직접 즐길 수 없는 상황에선 차선책이 된다. 꽃에서는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답고 신선한 생명체를 가까이 두고 즐기면 도심 속에 사는 사람들도 자연을 느낄 수 있지 않겠나.”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치워야 할 쓰레기도 많고, 하루 종일 매장에 있어야 한다. 열정만큼이나 체력이 필요하다. 사람과의 소통도 중요한 직업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맞춰줄 수 있어야 한다. 늘 예쁜 꽃에 둘러싸여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직업이긴 하지만 동시에 고단한 일이다.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고생을 감내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29일 서울 서초동 ‘까사스쿨’에서 카트린 뮐러가 꽃꽂이 강의를 하고 있다. 뮐러는 “주저하지 말고 막 꽂으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서울 고속터미널 꽃시장에 간 뮐러 “꽃은 어느 하루도 같지 않아요”



27일 새벽 5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카트린 뮐러의 꽃 쇼핑에 동행했다. 장소는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 경부선 터미널 3층에 있다. ‘직접 장보기’는 뮐러가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다. 프랑스에서는 물론 실습 강의나 플라워쇼를 위해 외국에 나갔을 때도 반드시 현지 꽃시장에 직접 들른다.



 전날 한국에 도착해 피곤할 법한데도 뮐러는 생기가 넘쳤다. “파리에서도 일주일에 세 차례씩 새벽 4시에 일어나 헝지스 꽃시장에 간다”면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시장 가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쇼핑 목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날 오전 ‘까사스쿨’에서 강의할 주제 ‘파리풍 꽃 장식’에 맞춰 와인 달리아·줄아이비·영춘화·수국열매·클레마티스·블랙뷰티·데이지오 장미·카라·몬스테라 잎 등을 사야 했다.



 “이거 바꿀 수 있을까요?”



 뮐러는 구입 목록에 적혀 있는 보라색 클레마티스의 실물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굴이 안 예쁘다”는 것이다. 다른 색 클레마티스는 물량이 부족했다.



 “색 섞어도 괜찮아요. 분홍과 라벤더색으로 바꿔주세요.”



 뮐러는 “때론 꽃 상태를 보고 강의 계획을 바꿀 때도 있다”고 했다. “꽃은 어느 하루도 똑같지 않다”면서 “매일매일 표현하는 색도, 느낌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반드시 직접 꽃시장에 나간다는 것이다.



 그의 쇼핑은 ▶작품의 특징을 보여줄 강렬한 꽃 ▶주제 꽃을 받쳐주며 로맨틱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꽃 ▶정원 느낌을 살려줄 잎과 열매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마지막엔 까만 낱알이 달려 있는 흑미 다발도 샀다.



 그는 꽃시장을 나서며 “프랑스 꽃시장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꽃의 종류도 적고, 색깔도 다양하지 않다”면서 “헝지스 꽃시장을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너무 심하게 말했나 싶어서였을까. 그는 “그래도 10년 전에 비해서는 정말 좋아졌다”는 ‘덕담’을 덧붙였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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