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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동북 대지진 7개월 뒤의 도쿄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나는 9월 중순 추석 연휴를 이용해 일주일 동안 도쿄에 다녀왔다. 도쿄에 간 것은 올 2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이 동북지방 대지진 피해를 당한 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건너간 셈이다. 여름방학 때는 2주일가량 호주 강연을 다녀오느라 일본에 갈 기회를 놓쳤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주로 학술 자료를 수집했다. 각종 도서관, 서점, 공문서관 등을 다니며 필요한 자료를 모았다.



 자주 들르는 도쿄 시내 오차노미즈의 어느 서점 주인은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대화 중에 대지진과 방사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말했다. “이번 사태가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상이라고 하는데 체르노빌 때는 반경 600㎞까지 방사능 피해가 있었다더군요. 그런데 후쿠시마에서 600㎞라면 오사카까지도 포함되는 거리입니다.” 이 말을 마치는 순간 주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에 깜짝 놀랐다. 피해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에서도 사람들의 우려가 굉장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 세대는 어쩌지 못한다 해도 아이들이나 손자들 세대에는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을 책방 주인도 반복했다.



 나는 또 진보초(神保町)에서 40년 넘게 옛날 방식 그대로 사이펀 기계를 써서 커피를 끓여 온 작은 커피숍을 찾았다. 진보초에 가면 맛있는 커피를 끓여주는 이 가게를 꼭 찾는다. 아마도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일 것이다. 주인과 그 따님이 경영하는 작은 가게에 들어서자 둘이서 나를 알아보고 반겼다. “선생님, 오랜만이세요. 반 년 넘게 안 오셨던 것 같아요.” 그들은 내가 한국 대학의 교수이며 독도 문제 전문가인 것도 다 안다. 이 가게 커피가 일본에서 가장 맛있다고 한 칭찬도 그들은 기억해준다. 손님이 적은 시간이라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지진이 일어난 3월 11일, 그 가게도 많이 흔들렸으며 밖에 나가보니 높은 건물들이 흔들리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눈으로 직접 봤다고 한다. 다행히 가게는 피해가 없었지만 방사능 수치 발표 때면 항상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언제든 내가 도쿄에 올 때면 반드시 이 가게가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그 작은 커피숍을 나섰다.



 내가 묵은 호텔 앞에는 주로 식당이 들어 있는 3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1층에는 분수대가 있고 그 주변에는 앉을 자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점심때 그곳에 가보니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 최근 일본의 젊은 회사원들이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운다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 알긴 했지만 직접 보니 일본인들의 어려움이 피부에 와 닿았다. 그 건물에는 수제 도시락을 파는 가게가 있었고 점심 때만 열었다. 좁은 가게에는 200엔부터 500엔 정도의 수제 도시락이 쌓여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가지고 나와 분수대 앞에 앉아 식사를 했다. 나름대로 점심을 즐기는 것 같아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회사 건물이 몰린 호텔 주변의 여러 곳에서 도시락을 높이 쌓은 손수레를 끌고 도시락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텔레비전 영상은 쉽게 잊혀지지만 직접 보고 느낀 것은 몸에 각인된다. 부디 일본에 더는 자연재해가 닥치지 말기를, 다음에 올 때도 모두들 건강하고 무사하게 잘 있기를 생전 처음으로 간절히 염원한 일본행이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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