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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박원순, 시민정치, 정당정치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향한 시민후보의 등장을 계기로 시민정치와 정당정치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무엇이 문제의 핵심인가? 민주당, 민주개혁세력, 정당정치, 한국 정치… 과연 무엇의 위기인가?



 먼저 시민후보의 등장 원인을 보자. 박원순의 정치참여는 이명박(MB) 정부의 실정(失政)·억압과, 반대당의 역할 부재를 핵심 요인으로 한다. MB정부의 실정과 억압이 없었다면 계속 온건화·실용화하던, 한국시민운동의 상징 박원순의 정치참여는 ‘불필요했다’. 그러나 MB정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반대당의 대안 역할이 충분했다면 박원순의 정치참여는 ‘불가능했다’. 두 요인이 결합된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불필요를 필요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었다.



 반대당의 역할 결여는 특히 주목된다. 보궐선거 도래를 주도한 제1야당이 시장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 역시 자기들이 주도한 국면에서 주연을 빼앗긴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MB정부하 제1야당의 역할-구성과 성격이 아니라-은 전두환 정부 때의 민주한국당에 비견된다. 문제는 네 차원이 존재한다. 첫째 정부·여당 견제능력, 둘째 진보개혁세력-반대세력 전체에서의 위상과 역할, 셋째 차기 정권 탈환 가능성, 넷째 미래 국가리더십의 존재 유무. 의원 숫자의 중과부적은 첫째 상황에 대한 변명은 될지언정 다른 세 현상에 대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 3당 합당 직후 김대중(DJ) 야당과 탄핵소추 사태 이후 17대 국회의 박근혜 야당과 비교하면 첫째 이유조차 근거가 없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정치는 대의정치의 역할 결여에서 기인한다. 특히 정당의 역할 부재는 ‘힘없는 사람들의 힘(the power of the powerless)’인 시민정치의 부활로 직결된다. 동시에 시민정치의 부활은 정당정치의 발전으로 귀결된다. 특별히 한국 민주화는 시민정치의 부활 이후 시민정치와 제도정치의 결합, 즉 정당과 재야가 결합한 ‘민주(화)연대’를 통해 가능했다. 4월혁명을 필두로 유신타도·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양자결합의 범위·강도·지속성만큼 한국 민주주의는 발전해왔다.



 현재의 정부·여당·기업·언론의 보수 카르텔에 비교할 때 현저히 약한 반대당의 힘과 역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탕한 21세기형 재야의 창출을 촉발했고, 이는 끝내 ‘탈정치의 정치’라는 ‘안철수 현상’으로 폭발한 바 있다. 박원순의 ‘시민정치’는 안철수의 ‘탈정치의 정치’와 기존 ‘정당정치’ 사이에 정확히 위치한다. (정당)정치의 위축인 동시에 (시민)정치의 확장인 것이다. 그 점에서 보궐선거 국면에서 시민정치로 인한 반대당의 위기는 거꾸로 시민정치의 활성화가 제공해준 절호의 기회다. 과거 시민정치와 연대해 민주국가를 성취했듯, 시민정치의 재등장을 계기로 ‘복지(화)연합’을 형성해 복지국가를 창출할 가능성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복지연합의 구축에 성공할 경우 시민정치 부활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반대당이 될 것이고, 피해자는 한나라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민정치에도 중대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시민정치는, 총선시민연대활동을 포함해 강한 도덕주의를 무기로 정치참여에 부정적이었던 행태에서 이번에 참여를 결행한 보편타당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상징 박원순의 참여를 계기로 한국 시민운동의 주력은 거의 전부 정치의 복판에 서게 되었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운동으로의 재후퇴 없는 정치 자체에서의 엄정한 책임윤리는 이제 그들의 필수 덕목이 되었다. 둘째, 박원순에서 대표되듯 재벌 비판과 재벌 활용으로 충돌해온 모순을 극복할 공적 논리의 창출이다. 한국에서 공공성 상실과 확보의 결정적 갈림길은 재벌 대면이기 때문이다.



 공적 책임윤리의 영역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가장 강력히 친(親)오세훈 노선을 보여주었다. 퇴출된 정책 때문에 초래된 선거에 그 정책을 사수하려 한 정치인의 출마는 책임윤리에 비추어 시민 겁박이나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자기정체성을 고수하려면 정책변화 없이 ‘제2의 오세훈’을 자임하면서 재지지를 호소·압박해야 하며, 반대로 정책을 변화하면 직전 선거에서의 자기행위는 근거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미래를 향한 책임윤리와 정책 공공성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 되길 소망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개인 검증의 논리를 따를 경우 박원순을 이길 공직자는 대통령을 포함해 현 정부엔 거의 없다. 부패로 무너져 내리는 측근들의 문제가 아닐지라도, 자기 재산 기부·인권과 여성변론·시민운동·나눔운동·정책대안 제시로 일관해온 그의 삶을 넘으려면 청문회마다 반복된 위법·탈법·부도덕 공직자들을 먼저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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