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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늘어도 걱정, 줄어도 걱정 … 외환보유액 ‘트라우마’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만약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였으면 아마 ‘4000억 달러 마지노선’ 얘기가 나왔을 겁니다.”



 3000억 달러에 ‘턱걸이’한 외환보유액을 놓고 우려 섞인 얘기들이 나오는 데 대한 외환 당국 관계자의 냉소 섞인 반응이다. 따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다느니, 운용 수익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느니 하는 지적이 있었다.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제는 3000억 달러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철통 사수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정부의 속내도 썩 편해 보이진 않는다. 2008년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며 달러를 대량으로 풀어 원화 값을 방어했다. 문제는 ‘2000억 달러 마지노선’ 얘기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불안이 커지면서 그 위력이 조금씩 증폭되는가 싶더니 보유 외환 숫자가 어느새 한국이 위기로 가느냐, 마느냐를 판단하는 잣대로까지 격상됐다. 궁지에 빠진 정부는 결국 미국과 통화를 맞교환하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고야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그때보다 1000억 달러 많고, 단기 외채는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얘기하면 3000억 달러는 숫자의 상징성 외에 큰 의미를 찾기 힘들다. 부인하기 어려운 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바로 시장이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바닥날 위험은 없다지만, 문제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만큼 충분치도 않아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생한 초유의 정전사태에 전력 당국이 제대로 대처를 못한 데는 당장 가동할 수 없는 ‘허수’ 발전량까지 예비전력에 포함돼 있었던 탓이 컸다. 3년 전에는 손에 들고도 쓸 수 없는 ‘허수’ 같았던 외환보유액이 외환시장에 ‘블랙아웃’을 몰고 올 뻔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 비례해 커지는 ‘허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시장심리를 다독이기 위한 여러 가지 다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현재로선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물론 상대가 있는 데다 크게 떠벌리며 할 일은 아니다. 외환 당국의 조용하지만 치밀한 준비와 대응을 기대한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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