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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에디터의 경제 패트롤] 정치 깔보는 ‘기업인 뇌구조’







김시래 에디터



지난주 굴지의 기업 오너가 ‘몇 명인지 한번 세어 보라’며 내민 명단이 있다.



“강범석, 곽노경, 권영모, 김성우, 김영환, 김종성, 김청룡, 김형기, 김희동, 도문열, 류길호, 류지영, 박기성, 박기철, 박은숙, 박재우, 박찬원, 박환희, 박희성, 서정희, 신중호, 안승권, 유기석, 윤민상, 윤재수, 윤혜경, 이건식, 이대경, 이보라, 이재영, 이종은, 이준규, 이중효, 이학만, 이헌승, 임우영, 정문식, 정성화, 최순애, 하지원, 홍지만, 황인석, 황천모.”



 최근 한나라당이 발표한 43명의 부대변인 이름이다.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많은 자리는 ‘밖에 나가서 행세하라’는 면허장 같은 것 아니냐”고 혀를 찼다.



 ‘무경우, 무분별, 무소신, 무지혜, 무능력…’. 기업인들이 지적하는 한국 정치의 행태다. 생전에 대권에 도전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정치판을 ‘시궁창’이라고 했다. “시궁창인 채로 놔두면 언제나 시궁창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소매를 걷고 청소를 해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기업 경영이나 국가 경영이나 경영은 마찬가지다. 5년만 국가를 나에게 맡겨 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다 해 놓겠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는 그뿐 아니다. 역시 대권의 꿈을 꾸다 좌절한 김우중 전 대우 회장도 그랬다. 최근에는 벤처기업인 출신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 입질(?)’을 해 또다시 경제인의 정치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그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고 있어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이 화두는 지속될 전망이다.



 왜 유독 기업인들은 정치를 그냥 넘겨보지 못하고 발 벗고 나서 개혁하려는 걸까.



 한때는 군인들이 역사적 소명의식을 앞세워 정치를 넘보고, 쿠데타까지 했다. 요즘은 교수·변호사·시민운동가가 당선되면 좋고, 안 돼도 손해 볼 것 없다며 정치에 많이 뛰어든다. 유명 연예인·스포츠인도 대중적 인기로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정치 참여를 한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정치판을 확 바꾸겠다’며 과거 군인 같은 소명의식이 큰 게 특징이다. 정치에 당하기만 하던 기업인들이 참고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뛰쳐나오는 양상이다.



2300년 전 전국시대 때 거상(巨商) 여불위도 ‘장사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정치를 넘봤다. 그는 뇌물과 미인계로 아들을 진시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중국 야사(野史)는 전한다. 억만장자인 미국의 로스 페로는 정치 개혁을 외치면서 대권에 도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지탄을 받던 석유재벌 록펠러가(家)도 정치 개조를 꿈꿨다. 록펠러가 형제 중 둘째인 넬슨이 뉴욕 주지사와 부통령을 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나는 부자이기 때문에 정치를 하면 최소한 추악한 돈은 안 받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기업인의 정치 관심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돈만으로는 부족해 권력까지 탐내는 ‘무한 욕심쟁이’로 비치기도 한다.



 돈깨나 벌어 오만해진 부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기 위한 작태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독특한 뇌 구조가 있다. 생리적으로 그들은 합리적 사고와 효율성을 따진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밤새워 찾기도 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정치판은 언제나 시궁창일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으로 원칙은 내팽개치기 일쑤고,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기업인을 윽박지르고…. 기업인들이 ‘내 한 몸 바쳐서라도 반드시 청소하겠다’고 작심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국가는 합리적 사고와 효율성만으로 경영되는 건 아니다. 역사·문화·지역공동체로서 다양한 가치와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기업인이 정치를 해서 국가 경영을 잘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5일 신용등급이 3단계나 강등된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재벌 출신이다. 자국 내 최고 부자로 프로축구단 AC 밀란까지 소유한 그는 1994년 국민연합당을 창당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그리스발 금융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할 똑 부러진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망스럽게도 뇌물·섹스스캔들 얘기만 더 크게 들린다.



 또 한 사람. 기업인 출신이라 국민이 ‘최소한 경제는 살릴 것 같아 찍었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쪽일까.



김시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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