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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이미 일제는 조선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로 바꿨죠





근대 교과서 수집·복원 앞장 서는 허재영 단국대 교수



일제시대 어문·교육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교과서 280여 종을 수집한 허재영 교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공기처럼 흔한 게 우리말글이다. 100년 전 한반도는 달랐다. 학교 교과서에서 특정 단어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1907년 『국어독본』 4권1과 ‘독립자영’ 단원은 1912년 『조선어독본』에서 ‘자활’이라는 제목으로 바뀐다. 1908년 일제통감부의 교과서 조사사업에 의해서 독립이 금칙어가 됐기 때문. 자주·자유 같은 말도 더 이상 배울 수도, 쓸 수도 없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어 말살정책을 말하지만, 실은 통감시대(1906~1910)부터 교과서 검열이 이뤄지면서 조선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단어들이 삭제됩니다. 한일병합 후에는 ‘국어=일본어’가 되면서 조선어는 부수과목이 되고 수업시간도 대폭 줄다가 30년대 들면 없어지지요.”



 10일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만난 허재영(교육학) 교수가 싯누런 표지의 책들을 펼쳐 보였다. 그가 2002년부터 수집해온 우리나라 근대 교과서 280여 종이다. 일제 어문(語文)·교육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1890년대 이후 희귀교과서를 있는 대로 모았다. 들인 사재만 1억원이 넘는다.



 “기록에 보면 일제가 강제병합 이듬해인 1911년부터 조선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에서 일본어 교과서를 사용 했다 하는데, 병합 직후에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허 교수가 통감시대 교과서·관보 등을 확인한 결과 일제는 이미 이때부터 교과서 침탈을 시작 중이었다. 동해가 일본해로, 남해가 조선해로 바뀌었다. 역사 기술에서 ‘임나일본부설’이 정식 등장했다.



 “원래는 국어교육의 역사를 보려 했는데, 교과서란 게 모두 언어로 돼 있잖아요. 문화의 핵심이 언어이고. 언어가 사라지고 억압받는 교과서 변천사를 보면 우리말글에 대한 시대상황이 보입니다.”



 이러한 변천사는 5일 온라인 개관한 특별기획전 ‘한민족 일깨우다! 국어교과서 한 세기 특별전’(www.hangeulmuseum.org)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허 교수가 수집한 교과서 상당수 포함됐다.



 문제는 교과서 역시 일제시대와 완전히 결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945년 광복 이후 미 군정기간 동안 만들어진 우리말글 교과서를 보면, 초등교본은 60%, 중등교본은 70% 정도가 강점기 교과서 내용을 가져왔다.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태부족했기 때문이다. 교과서 제도 자체가 개화기 때 일제의 행정·교육제도를 본떠서 만들어진 한계도 있었다.



 “일제 교과서는 내선일체, 황국신민을 길러내는 국가주의를 기반으로 했는데, 광복 이후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우리 교육 과정에 끼친 영향이 연구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정부 수립 후 교과서는 국가주의를 민족주의로 대체한 걸로 보입니다. 5차 교육과정(1989년)에 와서야 국어교육의 목표가 말하기/읽기/쓰기 등 기능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봐야죠.”



 허 교수는 교육 목표가 문화창조라는 점에서 교과서에 대한 보다 왕성한 연구를 강조했다. 또 최근 역사교과서의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 논쟁이 답답하다고 했다. “지금은 교과서의 성격·목표 자체가 바뀌었는데 구시대적 정치 헤게모니 싸움이나 벌이고….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을 자문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날(9일)을 앞두고 바라는 것은 “매년 되풀이되는 국어 오남용, 한자병용 논쟁 좀 그만 봤으면” 하는 것이다. “언어는 순리대로 가고, 경제성 차원에서 답은 나와 있습니다. 다만 한자가 필요한 곳에는 집중적으로 가르쳐야죠. 지금은 후세를 위해 옛 문헌의 한글 번역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글=강혜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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