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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시시각각] ‘선한 우리’ ‘악한 그들’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지식에디터




“모든 변화가 발전은 아니며 모든 움직임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엘런 글래스고(1874~1945)가 한 말이다. 글래스고의 말처럼 변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체제의 성격과 무관하게 모든 국가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보수주의 정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는 “변화의 수단이 없는 국가는 스스로를 보존할 수단이 없는 국가다”라는 말로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독재정권이다. 독재자는 “잘 달리는 말을 갈아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정치는 끊임없이 변한다. 항상 ‘더 잘 달릴 말’을 모색하는 게 민주정치다.



 문제는 변화가 선거 정치에 등장할 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변화를 내세워 지난 대선에서 당선됐다. 그는 변화를 다음번 미국 대선에서는 내세우지 못할 것이다. 오바마는 변화의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의 잘못과 공화당의 방해공작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변화에 실패했다. 그가 변화에 성공했다면 ‘대통령다운 대통령(Presidential President)’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오바마를 비롯해 세계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변화의 외침을 새롭게 포장해 유권자들을 유혹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다. 변화는 약속이 아니라 실천이며, 선언이 아니라 과정이다. 변화라는 실천의 과정은 체제 속에서 이뤄진다. 체제는 잘 바뀌지 않는다. 크게 보면 결국 체제의 변화에는 체제 자체의 변화와 체제를 강화시키는 변화가 있다. 중범위(middle range)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 모두 다 어렵다. 가만히 놔둬도 자연스럽게 변하지만 인위적인 변화를 시도하면 잘 안 바뀐다는 게 민주체제와 변화의 관계를 규정하는 패러독스다.



 ‘변화를 바라는 민심’은 한국·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이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해부하면 민심의 실체는 사라진다. 새로운 일자리, 직업 안정성, 내 집, 더 높은 소득과 같은 것을 바라는 ‘이익정치(interest politics)의 바람’이 있을 뿐이다. 이익을 무시한 변화는 힘들다. 불이익이 예상되면 ‘민심’은 곧바로 변화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뿐만 아니라 미국인이 ‘착하게’ 변하기를 요구했다. 가치관에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비현실적인 요구였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종교·문화적으로도 미국은 인간의 선함이 아니라 악함을 전제로 성립된 나라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악한 인간이 낳을 나쁜 변화를 우려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변화가 어렵게 정치체제를 설계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구상과 달리 일반인들은 정치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선량한 유권자나 정치의 아웃사이더가 보기에 기존 체제는 타락했다. 깨끗한 정치 신인에게 변화는 ‘과거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하향식(top-down)이건 상향식(bottom-up)이건 도덕적인 변화가 정치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선한 우리’가 ‘악한 그들’을 교체할 때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선거 승리는 ‘선한 우리’ 30%로도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 변화는 필요하다면 과거와 악수할 때 가능하다.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가 변화를 주요 테마로 내세웠다. 그는 선거혁명을 기대한다. 민심은 변화에 목마르다.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심이 확 쏠리게 돼 있다. 그의 행보는 정치세력의 재편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박 후보가 오바마의 경험을 참조하는 데서 한국 정치에 긍정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 대문자로 쓰는 거대한 변화(Change)가 아니라 소문자로 쓰는 자잘한 변화들(changes)인지도 모른다.



김환영 중앙SUNDAY 국제·지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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