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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주부들의 ‘로망’에서 맞벌이 늘어나며 당당한 권리로

김승우·김남주 씨는 소문난 연예계의 잉꼬부부다. 그런데 몇 년 전 이들은 또 다른 이유로 유명세를 치렀다. 서울 강남에 부부 공동명의로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왜 공동명의로 해놨을까. 사랑과 배려? 그건 기본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찾아보자.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예인 같은 고소득자는 미래의 잠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산을 공동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공동명의를 하면 나중에 건물을 팔 때 양도세 등의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명의가 연예인에 국한된 트렌드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에선 공동명의로 집을 샀다는 부부가 종종 눈에 띈다. 가정 내 평등권 회복, 절세, 이혼과 같은 부부관계 리스크 대비 등 다양한 이유로 공동명의를 택하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부뿐 아니라 친구, 동업자끼리 공동명의로 자금을 운영하거나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도대체 공동명의란 말은 언제부터 우리 귀에 익숙해졌을까. 공동명의를 할 수 있는 범위와 대상은 뭔가. 사회와 경제의 발달에 따라 갈수록 진화하는 공동명의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공동명의는 재산에 대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소유권을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공동 소유의 개념에 근거한다. 민법에서는 공동 소유를 공유, 합유, 총유 등 세 가지 종류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 공유는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형태다. 공유 재산은 각각의 지분율을 명시할 수 있고, 지분율을 명시하지 않으면 50대 50의 지분율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 합유는 동업자끼리 사업상 지분을 나누는 형태로, 공동명의자의 동의가 없으면 지분을 처분하지 못한다. 총유는 마을 재산 등 공동체 재산을 의미한다. 전체 자산으로만 처분할 수 있을 뿐, 구성원의 지분별 처분이 불가능하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공동명의는 대부분 공유에 속한다”고 말했다.



공유 재산의 핵심은 부동산이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이 바로 부부간의 주택 공동명의다. 대문에 부인 문패를 같이 달기만 해도 훌륭한 남편이란 얘길 듣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한때 전업주부의 ‘로망’이던 공동명의가 이제 여성의 당당한 권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0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부부 공동명의로 집을 보유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 같은 조사에서는 10.9%로 늘었다.











최근 조사에선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서울 미아동의 송천센트레빌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조사에서 입주자의 25%가 부부 공동명의였다. 내년 입주를 앞둔 경기도 광교신도시 ‘e편한세상’은 현재까지 총 1970가구 중 32%인 630가구가 부부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지난해 경기도 일산의 새 아파트에 입주한 김성태(45)씨는 난생처음 부부 공동명의로 된 등기부등본을 작성했다.



사정은 이렇다. 부인 명의의 청약통장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단 부인 명의로 분양을 받았다. 그는 부인이 전업주부이고 그동안 자신이 벌어 모은 돈으로 산 아파트라는 생각에 입주할 때는 자신 명의로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부인이 공동명의를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 명의로 돌렸다가는 친구와 이웃들에게 권위적이고 고지식한 남편으로 몰릴 분위기였다. 재산세가 내 이름과 아내 이름으로 각각 나올 땐 느낌이 생소했다”고 털어놨다.



부부간 공동명의가 증가한 이유로는 우선 개인주의의 확산을 들 수 있다. 특히 남편과 부인이 함께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여성들이 재산권을 분명하게 주장하게 됐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가부장주의가 강해서 모든 재산이 남편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반면 최근에는 가족 내에서도 개인주의 인식이 자리 잡아 부부간에도 재산에 기여한 만큼 권리를 갖고, 소유관계를 확실히 해놓자는 커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성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추세가 사회 분위기를 바꿨다는 분석도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여성은 이혼하면 위자료 말고는 재산권을 요구할 수 없었고, 부모 재산 상속 때도 남자 형제의 4분의 1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법률 개정을 통해 여성 재산권은 상당히 향상됐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1990년 가족법이 개정되면서 이혼 때 여성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재산분할제와 상속 재산의 남녀 균등분할 등이 도입됐다. 특히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여성들의 재산권 주장이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ㆍ중반에는 종중 재산에 대한 여성 재산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2005년 대법원은 ‘여성도 남성과 같이 종중 회원의 자격이 있다’고 판례해 종중 재산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인정했다.



최근에는 남자 혼자 마련하기 힘든 비싼 집값과 치솟는 전셋값 등 경제적 현실도 공동명의가 증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결혼 적령기인 20~30대에게는 부부 공동명의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결혼할



때 여성이 혼수 비용을 줄여 전세 비용에 보태는 사례도 많다. 올해 초 결혼한 직장인 이정희(27)씨 부부가 그런 케이스다. 이씨 부부는 1억4000만원에 신혼집을 구했다. 각자 모은 돈과 대출을 통해 똑같이 7000만원씩 전세금으로 냈다. 이씨는 “아내가 혹시 모르니까 공동명의를 해놓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지분율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50대 50으로 구두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3년께부터 절세가 본격적인 부부 공동명의의 주요 이유로 떠올랐다. 조 교수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부부 공동명의로 집을 보유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은행의 예ㆍ적금도 공동 명의가 된다. 가족이건, 타인이건 상관없다. 이런 점 때문에 연인들의 ‘커플통장’이 유행한 적도 있다. 공동명의 통장은 통장 개설 때 두 사람이 함께 은행 지점에 가서 만들고, 해지할 때도 함께해야 한다. 또 둘 중 한 사람이 입금할 수는 있어도 출금은 쌍방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은행들은 공동명의 통장 마케팅을 잘 하지 않는다. 이종근 기업은행 개인고객부 과장은 “부동산과 달리 예금은 지분율을 명시할 수 없다. 따라서 해지할 때 공동명의자들의 자율 합의에 의해 돈을 나눠야 한다. 연인이 헤어지게 됐을 때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도 공동명의 형태로 예금이 가능하다. 종중이나 동창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등은 금융실명법상 임의단체로 인정돼 단체 통장을 만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급증하면서 지적재산권도 공동명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경우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에서 권리의 차이가 있다. 특허ㆍ실용신안ㆍ디자인 상표 등의 산업재산권은 공동명의자가 각각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재산권을 이전·처분할 때는 다른 공동명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종협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변리사는 “중소기업 두 곳이 함께 개발했는데, 그중 한 곳이 대기업에 지분을 넘기면 다른 한 곳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무형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이전ㆍ처분의 경우에는 다른 명의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ㆍ미술ㆍ도서ㆍ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저작권은 공동명의자가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래 한 곡을 공동 작곡한 뒤 5대 5로 지분을 나눴을 때 한 명이 자신의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팔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도 공동명의를 할 수 있다. 자동차는 보통 한 회사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차를 살 경우 재구매 할인이 있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공동명의로 등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장애인등록증이 있으면 일반 휘발유차보다 20~25% 싼값에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공동명의로 차량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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