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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쏠림, 변화 DNA? 변덕 심리?

대한민국의 민심은 역동적이다. 사회·문화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그렇다. ‘몰표’ ‘싹쓸이’와 같은 표의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처럼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새 인물이 떠오른다.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안 교수와 후보 단일화를 이룬 박원순 변호사는 하루아침에 지지율이 3%에서 범야권 주자 중에선 40%대로 뛰어올랐다. 이런 여론 돌풍을 무기로 박 변호사는 3일 장충체육관에서 제1 야당인 민주당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범야권 통합후보를 위한 경선에 나선다. ‘신의 손’이 된 안 교수 역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를 넘기며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대한민국 민심, 왜 극과 극 오가나

명지대 김형준 교수(정치학)는 “안철수 현상이나 박 변호사의 부상은 평창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나승연 대변인이 뜨고 가수 임재범에게 대중이 갑자기 열광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양상만 다를 뿐 한국 정치사에선 새 인물의 돌풍이나 집단적인 몰표와 같은 ‘한국적 현상’이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한국인의 특성에 따른 정치적 역동성으로 정치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면서 “새로운 현상이 쉽게 나타나고 또 쉽게 사라지는 한국 정치만의 특징이 여기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안철수 바람’에 요동을 쳤지만 한국 정치에서 ‘바람’은 새로운 게 아니다. 정치권 내부냐, 밖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새 인물에 대한 쏠림은 항상 존재해 왔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 20여 일 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여야 후보를 앞섰던 박찬종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고건 전 총리 역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2004년 말부터 2005년 중반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25% 안팎을 유지하며 차기 대권 후보 1위였다. 대선 출마를 공개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당시 민심은 ‘안정감’의 고 전 총리에게 몰렸다. 2002년 6월 월드컵 4강 신화 직후 당시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정풍(鄭風)’을 만든 것도 비슷한 사례다. 그해 7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앞서며 2위로 올라서더니 8월엔 오차 범위 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기며 1위로 부상했다. 정 의원이 지난 8월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의 수증기와 비슷하다”고 말한 이유는 2007년 여름의 기억에 있다.

김형준 교수는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것처럼 우리는 정치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변화를 찾는다”며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맨바닥에서 산업화를 일궈냈고 두 차례나 민주적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따라서 새 인물을 찾는 민심을 부정적으로만 봐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쪽에서 새 사람을 찾는다면 다른 쪽에선 찾은 사람을 일거에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게 한국 여론의 특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역대 최고인 531만7708표 차로 당선됐다. 그런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안 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2008년 여름을 휩쓴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문이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취임 첫해 1분기 국정수행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평가는 52.0%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2분기 20.7%로 곤두박질쳤다. 500만 표의 효과는 취임 100일도 안 돼 사라졌다. 촛불집회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18대 총선(4월 9일)에서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를 넘긴 제1당이 됐지만, 한 달 후인 5월부터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을 위기로 몰아 넣었다.

미국 갤럽에 따르면 부시-클린턴-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취임 100일 후 ‘잘 하고 있다’는 비율이 반토막 난 경우는 없다. 67→65%(오바마), 57→53%(조지 W 부시, 첫 임기), 58→45%(클린턴, 첫 임기), 51→56%(부시)로 별 차이가 없다. 경제 위기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비판받고 있지만 현재도 40%의 지지율을 유지한다. 갤럽에 따르면 이라크전 탓에 인기가 바닥으로 평가받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임기 내내 35% 이상을 유지했다. 높게는 임기 초 80%대의 고공 지지율을 누리다 임기 말 1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과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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