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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든 보수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쫄지 말고 하라”

시사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의 시사평론가 김용민 PD,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김어준 딴지일보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나는 꼼수다 제공]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토론이 TV로 생중계된 지난달 30일 밤, 트위터·인터넷에는 양 박의 또 다른 방송을 고대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박영선·박원순 두 후보가 전날 출연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이번 주 방송이 녹음 뒤 만 하루가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아서다. 나꼼수는 오디오 파일 형태로 유통되는 시사토크쇼다. 올 4월 말 BBK사건을 주제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현정부 의혹 사건이나 최신 이슈를 네 남자 출연진이 술자리 수다 같은 격의 없는 말투와 패러디 효과음을 더해 소화해왔다. 나꼼수의 인기는 양 박 후보가 TV토론에 앞서 출연한 것에서도 짐작할 만하다.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나꼼수의 새 방송이 업로드되면 관련 소식도, 방송파일도 청취자들이 트위터·인터넷에 널리 퍼뜨린다. 기존 방송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나꼼수의 특징에 대해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NGO학과)는 “듣는 사람에 따라 시사코미디일 수도, PD수첩일 수도 있는 새로운 포맷과 정치적 갈증·불만을 긁어주는 메시지를 갖췄다”고 분석했다. 국민대 최항섭 교수(사회학과)는 “좋게 보는 이들은 ‘공론장의 부활’이라고 하지만 ‘열린 뒷담화장’이자 ‘악성댓글의 종합상자’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꼼수를 만든 주역이자 네 출연자 중 한 사람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1일 낮 전화로 인터뷰했다.
 

시사풍자 오디오방송 ‘나는 꼼수다’ 김어준

-나꼼수 이번 회가 늦어졌다.
“민주당과 시민세력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최대한 공평하게, 최대한 균형이 맞게 하려고 했다. 또 가능하면 TV토론이나 1일 낮 12시에 마감되는 선거인단 등록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했다. 개인적으로야 정치적 입장이 있지만 이 방송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 수는 없다.”

-균형을 강조하는 말이 뜻밖이다.
“네 사람의 출연진이 특정 이슈에 대해서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방송을 들어본 분들은 알 것이다. 네 명이 사전에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자고 조율하는 일도, 사전 대본도, 연출자·작가도 따로 없다. 각자 방송에서 할 말을 다 하는 것이다.”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나.
“대개 방송 5~10분 전에 도착해서 오늘 무슨 얘기하자, 각자 무슨 얘기 하겠다 하는 정도다. 서로 무슨 얘기를 할지 잘 모른다. 그래서 생방송 같은 긴장이 있고, (뜻밖의 발언에 출연자들이) 서로 진심으로 웃는 것이다. 그렇게 방송을 하다 보면 끝에 다음에 이것도 하자, 저것도 하자 말이 나온다. 각자 할 말은 최대한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은 있다.”

-갈수록 후반 작업이 길어지는 추세인가.
“이번은 특수한 상황이다. 본래 편집되는 분량은 1분 정도다. 중간에 전화가 왔다든지, 마이크가 꺼졌다든지 하는 경우다. 후반 작업은 김용민 PD가 담당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잘라낼 권한은 없다. 각자 한 말을 자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바빠서 녹음 이후 편집을 위해 다시 만날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나꼼수를 만든 장본인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새로 펴낸 책 『닥치고 정치』는 그의 첫정치 관련 서적이다. [푸른숲 제공]
-나꼼수를 만든 취지는. 진보도 다 나꼼수를 좋아하지는 않던데.
“우리가 마음에 안 들면 우리 같은 걸 만들면 된다. 공중파가 아니니까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으면 진보든 보수든 직접 하라는 얘기다. 나꼼수는 필요한 파일을 자료실에서 다운받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그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그 귀에까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다.”

-막 새로 펴낸 책 제목이 닥치고 정치다. 정치할 생각이 있나.
“크하하. 내가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이런 방송을 만들지 않는다. 꼼수 부리는 건 싫다. 내가 출마할 거면 출마하기 위해 만든 방송이라고 하면서 시작한다. ‘닥치고 정치’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딴지일보를 시작한 이후 10여 년 동안 정당원이 되거나 정치조직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보수에서 진보까지 굉장히 많은 정치인들은 인터뷰·사석에서 만나봤다. 그런 관찰자로서의 감각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해야 할 얘기를 책으로 냈다. 나꼼수가 아니라 내 개인적인 견해를 담았다.”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이 겁나지 않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겁내지는 않는다. 이 방송을 듣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화가 나는 사람도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그런 분들도 방송파일을 만들면 된다. 걱정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오래 그래왔지 않나.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보여줘서 위로하고 싶다. 이 방송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콘텐트가 아니라 애티튜드(attitude)다. 쫄지 말라는 자세다. 어떤 정파든, 어떤 자기 주장이 있든 쫄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이 시대에 필요한 자세이자, 억압돼온 자세이고 지금 가장 필요한 위로다.”

-그런데 나꼼수에서 미묘한 내용을 말할 때면 서로 “가카가 그러실 분이 아니다” “그런 소설 쓰지 말라”는 말을 붙이지 않나.
“어느 시대 어떤 나라나 풍자와 해학은 약자의 언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은 풍자·해학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직접 실행할 권력이 있으니까. 약자는 권력이 불이익을 줄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니까 풍자·해학의 화법을 채택해서 자신을 보호하고, 풍자와 해학의 대상이 되는 권력의 주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약자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화법이다. 나꼼수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팩트라고 말하고, 여기까지 확인됐다거나 밝혀졌다고 말한다. 팩트와 소설을 구분한다. 소설이 틀릴 수는 있지만 소설을 말할 권한은 있다.”

-청취자 수가 어느 정도인가.
“우리도 알고 싶다. 알면 자랑하고 싶다. 유료가 아니라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나꼼수에서 ‘졸라’ ‘씨바’를 일종의 추임새처럼 사용하던데.
“미디어에 맞는 화법을 선택할 뿐이다. 누구나 공식석상 말투, 편한 자리 말투가 있다. 나꼼수는 친한 사람들끼리 술자리에서나 가능한 말투로 시사적인 이슈를 전달한다. 듣는 사람에게 더 편하게 전달되라는 의미도 있고, 우리끼리도 각 잡거나 포장하지 말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우리 생각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서버관리 비용이 상당할 텐데.
“방송출연료·인세 등 개인수입으로 충당해왔는데 이제 우리 힘만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서 티셔츠도 팔고 콘서트도 한다(10월 말 두 차례 열리는 토크콘서트는 예약 시작 20분 만에 매진됐다). 이 방송을 무럭무럭 키워서 계속 유지하거나 수익을 내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다. 시작과 끝(첫 회에서 ‘가카가 퇴임하는 날’이라고 밝혔다)을 정해둔 방송이다. 듣는 분들의 자발적 참여로 서버비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이 콘텐트에 그만한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고, 없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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