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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서 본 강한 리더십 한국 정치선 안 보여”

마틴 유든(사진) 주한 영국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통이다. 이등 서기관(1978년 9월∼81년 12월)과 정치 참사관(94년 7월∼97년 7월)에 이어 대사로(2008년 2월 이후) 세 차례나 서울에서 근무했다. 모두 10년3개월을 한국에서 살았다. 일상적 대화를 한국어로 할 수 있다. 주한 외국 대사론 이례적으로 한국어와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2003년 영국에서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Times Past in Korea)』이란 책도 펴냈다.

다음 달 이임하는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부인(피오나 유든)과의 인연도 서울에서 시작됐다. 81년 초 영국 무용단원으로 서울을 찾은 피오나에게 반해 다음해 1월 청혼했다.

11월 하순 이임하는 유든 대사를 지난달 26일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틀 전(24일)이 결혼기념일 29주년이었다. 아내에게 가장 좋아하는 임지를 물었더니 ‘이곳 서울’이라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선 ‘하면 된다’는 신념과 위험을 피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정치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치는 위험을 좀 더 감수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33년 전 서울에 처음 부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한국은 어떤가.
“정치·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78년 당시 한국은 경찰국가로 불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이다. 정치범으로 분류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화를 이룩했다. 경제적 발전은 눈부시다. 한국인의 국제적 시야도 크게 넓어졌다.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내가 지방 도시를 찾으면 많은 사람에게 나는 처음 보는 서양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인 대부분은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

-한국이 발전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 그에겐 가고 싶은 길과 달성하기 위한 비전·계획이 있었다. 선명한 리더십이다. 선명한 리더십에 교육열, 사회적 동질성이 함께 작용하며 한국은 내부적으로 혁명 같은 급변 없이 경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민주주의의 결핍을 잊어선 안 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비슷한 시기 동남아 국가들에서와는 전혀 다른 대목이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당시 대통령은 경제발전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북한을 봐도 그렇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똑같은 사람들이다. 한민족이 동일하다면 북한은 왜 실패했겠나. 답은 리더십이다.”

-재임 기간 중 매년 한두 차례씩 북한을 찾았다. 북한을 어떻게 보나.
“북한에 갈 때마다 슬프다. 북에선 한국이 누리는 발전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 1990년대만 해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북한이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에 대해 나는 크게 의문을 갖고 있다.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외부 세계와 같아질 것이란 희망에 기댄 정책을 펴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희망은 사실이 아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것 같다. 물론 미래를 단언할 수는 없다. 나는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독일
에서 근무했는데 만약 붕괴 2년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면 지금처럼 얘기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특성을 뭐라고 보나.
“교육열은 이미 얘기했다. 내가 만난 외국인 기업가들은 한국인이 중국인, 일본인에 비해 다가서기 쉽다고 말한다. 한국인 관료나 사업가들은 처음 만날 때 농담을 꺼내고 태도도 덜 공식적이며 자연스럽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첫 만남에서 마음을 덜 연다. 그래서 외국인 기업가들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한국이 30여 년 만에 이룩한 발전의 방식이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발전했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 서구화됐지만 여전히 한국적 특성이 살아 있다.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이 발전할 때) 항상 한국처럼 전통을 지키면서 발전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이곳 대사관에서 조금만 나가면 KFC와 던킨, 스타벅스와 함께 비빔밥집도 있다.”

-당황스럽거나 불편했던 기억은 뭔가.
“나는 급한 성격이 아니라 화가 났던 기억은 없다. 굳이 말하면 90년대 에드워드 히스 전 총리의 방한 때가 떠오른다. 이곳 대사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다. 두 분이 마주 앉아 깊은 얘기를 나눌 것으로 기대했는데 히스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은 꼼꼼하게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었던 경험 등을 소개했는데 히스 전 총리는 계속 자기 얘기만 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던 자리였다.”

-한국이 더 발전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한국 경제는 환상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가 그렇다. 세계 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금융ㆍ소매ㆍ통신 서비스 분야 역시 그런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선 여전히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하려면 외부 경쟁자를 들여오는 게 필요하다. 90년대 초 한국 유통업은 영세했지만 외부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가열됐다. 이제 롯데는 중국에 진출하는 국제적 경쟁자로 성장했다. 마음의 개방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밖에 마음을 더 여는 게 번영으로 가는 열쇠다.”

-한국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뭔가.
“내 생각엔…음…한 가지만 말하련다. 한국 경제 쪽에선 위험을 감수하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정치 쪽에선 그렇지 않다. 정치에선 합의부터 먼저 만들려는 기대가 여전하다. 내 생각엔 정치에서 보다 더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리더십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한국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은 밖에서도 할 일이 많다. 한국 경제와 정치는 단호함에 차이가 있다. 한국 정치는 경제가 보여준 만큼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어떤 리더십을 의미하나. 예가 있나.
“그렇게는 못하겠다. (사례가 아니라) 컨셉트가 더 중요하다. 한국 정치에선 완벽한 합의부터 얻으려는 생각이 여전하다. (하지만) 때론 국내 정치에서도 리더십이 필요하다. 항상 합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100% 합의를 기다린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이가 당신의 결정에 행복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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