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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아름다움... 공예는 변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담배 공장의 차가운 콘크리트에 온기를-. 올해 7회를 맞는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버려진 청주연초제조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1970~80년대 연간 100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하던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 90년대 문을 닫았고, 10여 년간 방치되어온 버려진 공간이 아트 팩토리로 거듭난 것이다. 쓸모없는 공간이 ‘유용지물(有用之物)’이 된 셈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테마기도 하다. 전 세계인의 삶 속에 숨 쉬는 온갖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물건들이 ‘공예’의 이름으로 이곳 청주에 모였다.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9월 21일~10월 30일)를 가다

이번 비엔날레는 65개국의 공예 및 디자인 작가 3200여 명이 참여한 본 전시 ‘오늘의 공예’를 비롯, 특별전시 ‘의자, 걷다’, 초대국가 핀란드전, 국제공예공모전, 국제공예디자인페어 등으로 다채롭게 전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전시다. 세계 공예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본전시 ‘오늘의 공예’전 도입부에 19세기를 살았던 최초의 공예운동가이자 디자인의 정초자 윌리엄 모리스를 기린 것은 인상적이다. ‘일상과 함께하는 예술’로서 공예의 가치를 제고한 그의 정신을 비엔날레의 화두로 삼았다는 상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예의 영역으로 들어온 디자인
국내 최초로 대량 소개되는 스테인드글라스, 타일, 벽지, 스탠드, 의자, 벽난로 등 모리스의 작품 87점은 수공예와 산업공예의 기로에서 새로운 미술공예 운동을 전개했던 그의 100년 전 고민이 담겨 있다. 모리스 이후 진행된 급격한 사회상의 변화는 공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고, 그래서 ‘오늘의 공예’전에는 100년을 관통하는 변화상이 녹아 있다.

이 전시가 특징적인 것은 전통적인 공예의 질료적 구분을 없애고 공예와 예술 간의, 공예와 공예 간의 ‘융합’과 ‘통섭’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일별할 수 있게 한 큐레이팅이다. 공예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의미와 성격이 유동적으로 변하며 끊임없이 진화 중이라는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디자인까지 공예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입니다. 현대 예술가들이 만든 유용한 물건들이 좋은 예죠. 그 물건들을 보면 현대미술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요.

현대미술이란 어렵고 생활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친대중적인 물건을 만들어 현대미술에 끌어들이려는 미끼라 할수 있죠.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은 수십억을 줘도 못 사지만 그가 디자인한 의자를 10만원에 사서 베란다에 놓고 일광욕을 해보라는 겁니다. 비싼 것만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전시입니다.” 정준모 전시 총감독의 말이다.

오늘날 공예의 다양한 면모는 전통과 역사와 함께하는 공예(Old),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디자인으로서의 공예(Royal), 공예의 정체성을 고유하게 지닌 공예(Genuine), 순수 작품성을 고려한 공예(Artistic), 자연과 하나 되는 공예(Natural)의 다섯 섹션으로 구분됐다.

‘Old’ 섹션(사진3)에는 옛날 궁중 연향에 사용된 각종 악기들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절묘한 궁합이라는 공예의 정체성을 내포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전시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들의 칠기, 자수, 목공 등 전통공예의 명맥을 잇는 작품들 속에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이 전통공예 장인들을 설득해 협업한 디자인프로젝트 작품이 눈에 띄었다. 자개원목 위에 레이저 커팅을 입히는 파격으로 전통공예의 현대적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 것. 이병숙의 서랍장과 이층 농은 조선 목기에 궁중자수와 천연염색을 접목했다. 전통 간 융합을 시도함은 물론 산업체와 협력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현대적인 감각까지 더해낸 작품이다.

‘Royal’ 섹션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독자적인 예술적 모티프를 쓰임새 있는 공예에 적용한 케이스를 모았다. 신디 셔먼의 양식기 세트(사진2), 데미언 허스트의 휴대용 의자, 도널드 저드의 책상세트, 제프 쿤스의 비치타월, 요시토모 나라의 재떨이, 피카소의 카펫 등은 각자의 현대미술 작품과 일관된 모티프들을 절묘하게 제품화한 모습을 보인다. 예술을 가까이 두고 본다는 의미에서 ‘예술의 일상화’를 가능케 하는 물건들이다.

도자·목조·금속·나전 등 고유한 향취와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질료적, 기술적 의미에서 ‘공예적’인 작품들을 모은 곳이 ‘Genuine’ 섹션이다. ‘공예가’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디자인의 자연주의적 경향처럼 공예에서도 친환경을 지향하고 자연의 질감을 통해 인간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헤니 골드게윅트(미국)의 그릇들은 도자와 야자섬유 등을 혼합해 부분적으로 항아리가 되고 부분적으로 바구니가 되는 하이브리드한 감각이 돋보였다. 흙냄새와 자연의 영감이 깃든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에 공예의 정의가 담긴 듯 했다.

‘Artistic’ 섹션(사진4)은 확장된 개념으로 예술로서의 공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신미경의 비누도자기 ‘트레스레이션 시리즈’, 트레이시 에민의 패브릭 작업 등은 공예의 유용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대미술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추구했다. 슬리퍼를 재활용해 아름다운 램프와 화분 등을 만든 디더릭 슈네만(네덜란드), 버려진 나뭇조각들을 벨트로 묶어 스툴을 만든 타피오 안틸라(핀란드)의 작품이 돋보이는 ‘Natural’ 섹션은 공예에 환경적 의미를 더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재생과 순환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코너다.

기능과 심미 사이
특별전인 ‘의자, 걷다(사진1)’와 초대국가 핀란드 디자인전은 쓰임새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예의 본질을 꿰뚫는 기획이다. 의자 특별전에는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433점의 아름다운 의자에 담긴 아이디어 변천을 엿볼 수 있다. 왜 의자인가? 인간이 직립하면서부터 필수품이 된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도구이자 인체공학을 우선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1850년대 산업화 시대에 최초로 대량생산된 토네트 의자에 대한 오마주에서 시작해 알바 알토, 마르셀 브로이어 등 근대의 전설적인 의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살바도르 달리의 입술모양 소파 등 150여 년간 우리의 상식을 뒤집어온 아이디어와 그 변모과정을 통해 장식에서 기능으로, 다시 예술을 향하는 디자인의 흐름을 통찰할 수 있다.

초대국가 핀란드전에서는 기능성에 포커스를 두고 심플함을 추구하며 환경까지 생각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삶 자체가 공예인 핀란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제로 그들의 안방, 부엌, 거실 등을 재현했다. 비슷한 색조로 통일된 정적인 느낌 속에 호수, 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자연적인 형태를 추구한다는 점이 느껴진다. 특히 버려진 나무로 벤치를 만들고 폐품 골판지로 어린이 의자를, 몽당연필로 목걸이를 만드는 재활용 작품들에서도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의 본질이 흔들림 없이 드러난 모습은 경이롭게 느껴졌다. ‘쓸모 있는 아름다움’. 공예는 움직이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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