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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장인 손길 닿은 신선한 재료,음식에 표할 수 있는 최상의 예의

“쾌락적인 맛을 구현한다”
파비엔 롤라드는 올해 서른여덟. 열여섯 살부터 요리를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부모님이 모두 요리사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요리와 친해졌다. 프랑스 최고의 ‘바텔 호텔전문경영학교’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1998년에는 전국 디저트 만들기 대회에 나가 우승한 적도 있다. 12년간 미슐랭 별 하나부터 세 개까지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두루 일했고, 그 뒤 디저트 관련 회사도 차렸다. 두 달 전부터 포숑의 패스트리 부문 수석 셰프를 맡아 프랑스 디저트 문화를 이끌고 있다.

프랑스 최고의 디저트 셰프, 파비엔 롤라드가 말하는 포숑


-미슐랭 별 하나짜리도 들어가기 어렵다는데 어떻게 모두 섭렵했나.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 별 하나짜리 들어가기가 제일 힘들었다. 그 뒤로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을 수 있어서 (두 개, 세 개짜리로 옮기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디저트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
“원래 정식 요리를 했다. 그런데 인턴 요리사로 나갔다가 디저트 담당 선배와 아주 친해졌다. 그 뒤로 디저트에 흥미가 생겼다.”

-포숑이 왜 당신을 스카우트했을까.
“난 예전부터 전통 방식대로 반복하는 것을 싫어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그런데 포숑이 바로 그런 것을 원했다.”

포숑은 전세계 42개국에 지점이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에 마련된 ‘포숑’ 매장.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
“두 달 동안 아이디어 상품을 많이 구상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노 쇽’(SNOW CHOC)’이다. 프랑스에서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뷰시드 노엘’이라 해서 통나무같이 생겼다. 이것을 물방울 모양으로 바꿨다. 맛은 레몬 맛을 기본으로 했다. 시식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 크리스마스에 프랑스와 주변국에서 출시된다.”

-새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나.
“하루 종일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만 내는 조수가 곁에 있다.”

-당신이 내는 단맛의 비결이 궁금하다.
“단맛 식재료는 워낙 다양하다. 그 차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 어떻게 새로운 맛을 찾아내느냐가 늘 고민거리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고체이자 액체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나온다. 카카오는 살아있다(웃음).”

-포숑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프랑스에서 가장 맛있는 제철 음식을 구해 부문별 요리의 달인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파리 외곽 오를리 공항 근처에 있는 아주 큰 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지금 같으면 무화과 철이라 디저트에도 무화과를 많이 쓴다.”

-만들기 가장 힘든 것은.
“마카롱(macaroons)이다. 17세기 중반부터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다. 한국 사람들도 이제 많이 좋아한다고 들었다. 이게 독특한 질감이 있다. 겉은 딱딱하고 안은 바삭바삭하며 속은 살살 녹는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손이 아주 많이 가야 한다. 반죽과 숙성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프랑스 제빵기술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두께를 얇게, 표면을 매끈하게, 숨구멍을 적게 만드는 게 기술이다.”

-값이 싸지는 않다(둥근 딱지만 한 것 한 개가 1.6유로, 약 2600원).
“프랑스 사람들은 이걸 맛있고 또 예쁘게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프랑스만의 독특한 디저트를 또 꼽는다면.
“에클레르(eclairs)와 밀푀유(millefeuilles)도 ‘쾌락적인 맛’을 갖고 있다. (윷가락만 한) 막대형 에클레르는 포숑이 특히 애정을 갖는 품목이다. 매년 9월에는 ‘에클레르 주말’이 있어서 이때는 매장에서 에클레르만 판다. 24개 종류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이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가장 대중적인 밀푀유는 얇은 과자를 겹겹이 쌓은 디저트인데 입안에서 수많은 맛이 터져 나오는 기쁨을 준다.”

-당신의 ‘작품’을 가장 먼저 평가하는 사람은 누군가.
“아내다. 아내도 디저트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입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만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나쁘지 않아’라는 말이 제일 좋은 칭찬이다. 간혹 ‘너무 평범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올라 한동안 말도 하지 않는다. 하하.”

-디저트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글쎄, 행복이겠지. 가족과 고객을 즐겁게 하는 선물이라 생각하며 만든다.”

-앞으로의 희망은.
“내가 일하는 이곳을 세계 최고의 디저트 학교처럼 만들고 싶다. 디저트는 섬세하고 까다로운 음식이다. 일반 요리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다. 게다가 한번 배워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만든 디저트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고 그것을 먹고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게 있어야 전통도 있다”
파리 마들렌 성당 앞 광장에는 125년 전통의 포숑 매장 두 곳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비껴보며 서 있다. 한쪽은 매주 노르웨이에서 가져온 훈제 연어를 비롯해 바닷가재·캐비아·푸아그라·치즈 등 각종 고급 식재료와 양념 및 빵을 파는 매장이다. 다른 쪽은 마카롱 등 다양한 디저트·초콜릿·꿀·잼·젤리 매장, 티와 커피, 와인 매장 그리고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 한번쯤 둘러보고 파리지엔들이 중요한 날 선물용 상품을 사는 명소가 됐다. 19일 오후 찾은 매장에서는 다양한 외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초콜릿에 번호를 붙여 놓아 프랑스어를 몰라도 입맛에 맞는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해놓은 아이디어는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2004년 포숑의 새 수장이 된 미셀 듀크로스(Michel Ducros) 회장과 이를 보좌한 이사벨 카프론(Isabelle Capron) 부회장의 힘이 크다. 이들은 블랙&화이트와 남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진한 분홍의 강렬한 대비를 브랜드 컬러로 새롭게 사용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에서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구입해다가 분야별 장인이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것을 포숑의 스타일로 내세운 것. 이를테면 잼을 만들기 위해 딸기는 남부 드롬 지역, 귤은 코르시카 섬에서 가장 당도 높은 것으로 골라 구입한 뒤 전통방식인 구리 냄비에 넣고 프랑스 최고의 잼 만들기 장인이 직접 끓여내는 식이다. 여기에 장미 추출액을 넣어 잼 이름을 ‘봄’이라고 붙이는 것이야말로 포숑만의 부가가치 창출 방식이다.

이 대목은 매우 흥미로웠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과 농촌 경제의 어려움 그리고 한식 세계화에 대한 행동전략의 부재라는, 각기 따로 놀던 세 가지 문제에 어떤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진회색 코트에 진분홍 블라우스. 마치 회사 로고를 연상케 하는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카프론 부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이오 노트북을 켜며 “우선 맛있고 신선한 재료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음식 박람회장을 찾거나, 소문을 듣고 산지를 찾아가거나, 지방을 순회하며 새로운 정보를 수시로 얻는다”고 들려주었다.

“저희가 내세운 모토는 ‘메이드 인 포숑, 메이드 인 프랑스’였습니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요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자고 지역 상인과 장인들에게 호소했죠. 다들 흥미로워 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통에 새로운 창의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맛,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포장까지 뭔가 새롭다는 인상을 줘야 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에클레르의 경우 위에 얹는 초콜릿 커버를 모나리자의 눈처럼 만든 게 2년 전인데 엄청나게 히트했죠. 또 블랙티에 사과를 첨가한 애플티가 저희의 주력 상품인데 이제 피부에 좋아지거나 살이 빠지는 요소를 넣는 기능성 차도 개발을 시작했죠. 새로운 게 있어야 전통도 있습니다.”

2010년도 포숑의 총 순익은 4600만 유로(약 736억원). 지난해보다 약 1000만 유로(약 16억원)가 늘어났다. 해외 지점도 늘어나 현재 42개국에 진출해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은 한국, 일본, 두바이, 홍콩, 일본, 카타르, 스위스 등 50여 곳에 이른다. 서울에는 롯데 애비뉴엘을 비롯해 6개의 매장이 들어서 있다. 서울 매장의 경우 지난 봄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새로운 소비자 창출에 나섰다. 카프론 부회장은 “한국은 일본에 이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포숑은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를 소비자에게 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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