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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옥션의 머니게임과 지적인 비평은 미술의 ‘밤과 낮’





『걸작의 뒷모습』 작가 세라 손튼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세라 손튼은 도예가인 어머니로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을 물려받았다. “한국 작가 중에서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걸작의 뒷모습



세라 손튼 지음



이대형·배수희 옮김



세미콜론, 2만원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단점은 “서가 어디에 꽂아야 할지 헷갈리는” 것일지 모른다. 배타적인 미술계를 헤집고 있지만 고발성 르포는 아니다. 현대미술의 좌표를 따라가지만 미술사는 아니다. 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하지만 철학이나 미학책도 아니다. 2008년 출간된 책은, 경계를 넘나들며 이질적인 것 사이의 소통을 시도하는 빼어난 ‘크로스오버 라이팅’을 보여준다.



 “끝까지 읽고 나면 어째서 스티브 코헨(미국 헤지펀드 매니저)이 썩어가는 4m짜리 상어에 800만 달러나 쏟아 부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비즈니스 위크의 리뷰처럼,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현대미술의 비범한 작가와 작품을 논할 때에도 미술책 특유의 젠체함이 없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돈을 언급하면서도 그것이 ‘가격’이 아니라 ‘가치’임을 납득하게 하는 것도 미덕이다.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전시회 ‘코리아 투모로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세라 손튼을 만났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현대미술 수석 기고가로 활동하는 그는 “세계미술계에서 한국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한국 작가에 대한 연구조사도 할 겸 왔다”고 했다. 늘씬한 키에 시원시원한 말투로 미술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 1장을 옥션(경매)으로 시작한 이유가 뭔가요.



 “원래 계획엔 옥션이 포함되지 않았어요. 친구와 얘기하다가 다뤄야겠다 싶었고, 그 과정에서 옥션 관계자들이 아주 똑똑하단 걸 알게 됐어요. 그들은 악마가 아니었어요!(웃음) 현대 미술에 대해 모르는 많은 사람도 고가의 미술품 경매에 대해선 알죠. 옥션은 미술계 외부인에게 특히 스펙터클한 곳이잖아요. 여기선 미술이 럭셔리, 투자, 상품의 일종이죠. 반면 미술학교의 비평 수업은 미술을 라이프스타일, 지적 활동, 직업의식으로 대하죠. 비평계는 옥션에 적대적이지만, 둘은 미술의 밤과 낮과 같아요.”



 손튼에 따르면 옥션은 현대미술을 대중화한 중요한 엔진이다. 내부의 ‘프로’(딜러)들이 선점하는 1차 시장(갤러리)에 끼어들지 못한 이들이 (지갑만 있으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장터가 옥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션의 머니 게임에 현혹되다 보면 정작 미술이란 무엇인가, 현대미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놓치기 십상이다. 책이 2장에서 칼 아츠(CalArts,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로 직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튼은 미술이 흥미로운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미술의 정의(definition)를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트페어·미술상·미술 잡지·작가 스튜디오·비엔날레 모두가 미술에 기여합니다. 각각에서 성공의 의미가 다르지만, 어느 한 군데서 저평가돼선 작가가 성공할 수 없어요.”



 - 그건 현대미술의 특징일까요, 원래 미술의 속성일까요.



 “상업성은 언제나 미술의 일부였죠. 중세엔 교회 사제를 기쁘게 하고 싶었던 이들이 화가를 후원했어요. 타깃 시장이 교회였던 셈이죠. 현대에 와서 작품과 작가가 별개로 움직이게 됐죠. 하지만 작가의 유명세는 컬렉터나 딜러의 영향을 받는답니다. 미술계에선, 특히 유럽에서 일종의 관습이 있는데 작품 자체에 대해서만 말한다는 거죠. 아무도 돈 얘기를 안 해요. 심지어 딜러들도 작품의 신비화를 원합니다. 그러나 미술계를 구성하는 축 가운데는 아티스트만 있는 게 아니라 큐레이터·딜러·비평가·컬렉터들도 있어요. 그들의 역할을 이해해야 어떤 예술가는 인정받고 다른 예술가는 인정받지 않는 기준을 알 수 있죠.”



 말하자면 한편에선 수조에 넣은 상어가 수십 억 원의 경매가를 기록하고, 다른 편에선 고흐의 고독한 다락방을 예찬하는 게 미술계란 곳이다. 손튼의 시도는 이러한 극단의 현장을 치우침 없이 “둘 다 존중하며” 포괄적으로 껴안은 결과물이다. 원제는 ‘예술 세계에서 보낸 7일’(Seven Days in the Art World)이지만 실제로는 5년 간 250여명을 인터뷰하며 집필했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



 사회학의 민족지학(ethnography) 방법론을 차용, 관찰과 인터뷰로 미술계의 하위문화(subculture)를 집중 탐구한 책은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한 묘사와 시간 배치로 수월하게 읽힌다. 미술계 인사들을 근접해서 만나보니 실망스럽진 않았냐고 묻자 그는 “인간적으로는 양가 감정이 들지만, 하나하나의 캐릭터로 보면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미술계가 현실 세계보다 더 낫거나 못하다고도 생각지 않아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분명한 건 순간의 이익이 아닌, 더 높은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예술가가 오래 가고 미술사적으로 위대한 작품을 남기게 마련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이 책은 서가 분류에서 어디에 꽂혀 있을까. 출간된 해 뉴욕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는 그해 ‘최고의 미술책’으로 뽑았다. 미국 LA 서점에선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있다.



글=강혜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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