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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iz] “뽀로로 이름, 쪼르르에서 나왔죠”





실패한 ‘미셸’이 성공한 ‘뽀로로’ 낳았죠
최종일, 한국 토종 캐릭터 ‘뽀로로’ 낳은 기획·제작자









‘뽀로로’는 EBS 방송을 통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이다. 노란색 비행모와 주황색 고글을 항상 쓰고 사는 꼬마 펭귄이다. “크롱크롱” 하는 아기공룡 ‘크롱’, 발명가 에디슨을 꿈꾸는 여우 ‘에디’, 덩치 크고 순하디 순한 곰 ‘포비’ 등 동물 친구들과 한 마을에 산다. 이 친구들과 장난치며 벌이는 좌충우돌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뽀롱뽀롱 뽀로로’다. 영·유아 사이에서는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다. 그래서 뽀로로의 별명이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이다. 뽀로로의 인기가 높다 보니 국내 연예인 중에서 자기 성 뒤에 ‘로로’를 붙인 별명을 얻은 이도 생겼을 정도다. 2001년부터 뽀로로를 기획해 제작하고 있는 최종일(46)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인터뷰했다.



글=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뽀로로는 아이들 사이에선 김연아보다 인기가 높다. 올봄에 나온 뽀로로 우표는 발매 3주 만에 400만 장이 팔렸다. 지난해 김연아 선수의 겨울올림픽 금메달 수상을 기념해 나온 ‘김연아 우표’(192만 장)보다 배 넘게 팔렸다. 뽀로로는 120개 나라에 수출됐다. 전 세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K팝(한국 대중음악)’보다 더 큰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은 지난해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를 3893억원으로 평가했다. 뽀로로가 들어간 캐릭터 상품도 150개 회사에서 1000종이 넘게 나오고 있다. 캐릭터 상품 판매액이 연간 5200억원에 이른다. 뽀로로는 창의성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창의성 아이콘’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는데, ‘뽀롱뽀롱 뽀로로’가 1위에 꼽혔다.















●뽀로로는 한국의 창의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우선 수용자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점에서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야만 창의적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수호요정 미셸’의 캐릭터



●실패의 경험이 많았나 보다.



 “그렇다. 모든 프로젝트를 철저하게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었다. 아이코닉스를 설립한 뒤 첫 작품으로 ‘수호요정 미셸’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게 의욕만큼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실패가 ‘목표에 다가서는 과정’이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나.



 “세계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경쟁자를 철저히 분석했다. 더 좋은 콘텐트를 만들고, 탁월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전의 실패를 통해 구체적 목표와 전략을 세웠고,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일했다. 이전의 많은 실패 덕에 오늘의 성공이 가능했다.”



●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들과 비교할 때 뽀로로의 경쟁력은.



 “철저히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미키마우스는 규범을 강조한다. 하지만 뽀로로에선 모범적 캐릭터나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산만한 어린이들도 뽀로로를 보면 얌전해진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뽀로로에는 어린이의 눈길을 끌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에서 그 힘이 나온다고 본다.”



●어떤 스토리텔링인가.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들은 완벽한 성격이 절대 아니다. 어딘가 모자라고, 매사에 서투르고,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많다. 이렇다 보니 좌충우돌한다. 그 과정에서 ‘소통’을 통해 서로 배워 간다. 이런 점에서 뽀로로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배워 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린이들에게도 ‘집단지성’이 중요하다는 점 말이다. 학교 선생님의 교육뿐 아니라 뽀로로 역시 ‘문제 해결의 학습장’이 됐으면 한다.”



 최 대표에게 창의성은 ‘천재적 재능’이 아니다. ‘각자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것’이다. 또 그에게 창의성이란 ‘수많은 시간과 노력, 땀’을 의미한다. 그는 “글로벌 경쟁에서 89점짜리는 미래가 없다. 99점짜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찾나.



 “크게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우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유심히 본다. 그리고 동네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이들을 관찰한다. 또 서점에 가 아이들이 많이 보는 책을 보며 왜 좋아하는지 분석해 상상력을 얻는다.”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올 때 어떻게 하나.



 “막막하고 갑갑하면 혼자 10㎞를 뛴다. 그러면 정신이 깨끗해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어떻게 하게 됐나.



 “나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광고회사에 들어가 광고기획 일을 하면서 애니메이션은 95년에 시작했다. 광고에선 광고주의 의뢰가 제일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직접 창의적 콘텐트를 제작하고 싶어졌다. 한국이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하청 공장’인 것에 주목했다. 제작 노하우는 한국에 갖춰져 있던 것이다. 기획력만 갖추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다 싶었다. 2001년 광고회사를 나와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기획과 제작 노하우가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뽀로로 캐릭터는 어떻게 착안했나.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곰돌이 푸’에서 시사점을 얻었다. 돼지, 호랑이, 토끼 등 동물들이 친구 관계로 잘 살아간다는 점이다. 좋은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동물 캐릭터를 잡았고 그중에서도 펭귄을 선택했다. 당시 영국에 펭귄을 소재로 만든 ‘핑구’라는 작품이 있었다. 극복해야 할 상대였다. 그래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핑구는 가족 이야기지만 우리는 친구 이야기를 만들었다. 과감한 색상을 사용했고, 재미있고 교육적인 스토리를 내세웠다.”



 결국 뽀로로는 성공했다. 지난 연말 시즌3까지 제작을 마쳤다. 5분짜리 52편이 한 시리즈를 이루니 150여 편을 만든 것이다. 현재는 시즌4를 제작 중이다.



●뽀로로는 한류의 대표 주자가 됐다. 해외 수출 실적은 어떤가.



 “120개국에 수출돼 방송됐다. 프랑스에선 시청 점유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아직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이 그리 크지는 않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뽀로로 콘텐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선스로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이 120억원이 넘는다.”



 뽀로로는 세계적 애니메이션 회사 월트 디즈니로부터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1조원에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말도 돈다. 그는 “공식적 제안이 오더라도 매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월트 디즈니와 이 사안에 대해 상세히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말을 아꼈다.



 뽀로로는 시즌1의 실무 작업을 북한에서 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뽀로로는 미국의 수입 규제 대상”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뽀로로처럼 대중에 널리 보급된 영상물은 북한 제재의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뽀로로 시즌1은 어떻게 ‘남북 합작’하게 됐나.



 “정확히 표현하면 합작이 아니다. 북한에 ‘하청’을 줬다는 표현이 맞다. 뽀로로 공동 제작사 중 하나가 SK브로드밴드다. 당시에는 하나로통신이었는데, 이 회사가 북한의 삼천리총회사를 통해 인터넷 장비를 위탁 생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북한에도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가 축적돼 있었다. 그래서 뽀로로 공동 작업이 남북에 ‘산업적 윈-윈’이 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정치 지형의 변화 때문에 시즌2 이후로는 공동 작업을 못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언제든지 또 북한과 공동 작업을 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경기도 동탄에 ‘뽀로로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서울 신도림 등 전국 15곳에도 개장할 것이다. 기존 TV 플랫폼 이외에도 인터넷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온라인 기능성 게임, 멀티미디어북도 개발하고 있다. 아이코닉스의 정체성은 좋은 콘텐트를 만드는 회사라는 것이다. 세계적 콘텐트 회사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애니메이션 벤처기업에 뛰어들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단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라면 성공할 수 없다. 경쟁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장과 소비자를 탐구해야 한다. 경쟁자와 달라야 하고, 경쟁자보다 앞서야 한다. 그리고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마라. 실패도 성공의 한 과정이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도전하면 성공하게 된다.”



●최 대표는 어떤 최고경영자(CEO)인가. 직원을 뽑을 때 무엇을 보나.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리더는 아니다. 먼저 모범을 보이는 식이다. 그렇다고 솔선수범과는 다르다. 진짜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학벌보다 ‘열정’을 본다. 애니메이션은 창의산업이니까. 직원 뽑을 때 5분 정도 얘기해 보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창의성이 더욱 꽃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가 돼야 한다. 그리고 도전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많은 부모는 자식에게 팔방미인이 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요즘 어린이들은 공부 외에도 음악, 그림, 운동 등 참 많은 것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각자 재능과 역량에 따라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성이 나온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규범화된 정형’을 요구한다. 이를 벗어나면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방식과 달라질 때 창의성이 나온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선 도전을 두 번 허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실패를 용인하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최 대표는 ‘희망 전도사’를 자처했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춘들을 향해 “‘희망의 끈’을 놓지 마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조만간 MBC ‘무릎팍도사’에도 나온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의 마지막 출연자로 최근 녹화를 마쳤다고 한다. 



j 칵테일 >> ‘뽀로로’는 ‘쪼르르’에서



펭귄을 주 캐릭터로 정하고서 최종일 대표는 직원들과 여러 차례 브레인 스토밍을 했다. 그러나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걷는 펭귄에 어울릴 귀여운 이름을 찾고 있었다.



 “뽀로로를 만들 당시 우리 애들이 여섯 살, 세 살이었어요. 집에서 캐릭터 이름을 고민하고 있는데 애들이 정신없이 마루를 막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집사람이 애들한테 ‘너무 쪼르르 왔다 갔다 하니까 엄마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했어요. 그때 ‘쪼르르’라는 말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펭귄이라는 영어 단어가 ‘P’자로 시작되니까, P와 ‘쪼르르’를 접목했죠. 그래서 뽀르르가 나왔는데,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기 위해 뽀로로가 된 거예요.”



 아이들은 이제 중학교 2학년과 5학년이 됐다. 더 이상 ‘쪼르르’ 다니지 않는 나이다. 뽀로로를 재미있어 하는 시기도 훌쩍 넘겼다.



 “그래도 애들이 아직도 뽀로로에 관심을 많이 가져요. 의무감 때문이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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