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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샤넬 열광하던 요우커들 … 이젠 국산 명품에 1000만원 쓴다





220만 요우커, 우리에게 방을 달라 <하> 요우커 이젠 ‘바이 코리아’
중국 관광객 소비 패턴 변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2층 ‘라네즈’ 매장. 요우커 4명이 5만3000원짜리 스킨·로션 세트 8개를 주문한다. 포장이 끝나자마자 이들은 “대기 중인 관광버스를 타야 한다”며 물건을 들고 1층으로 뛰기 시작했다. 일행 중 왕슈는 “라네즈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물하기 위해 넉넉하게 샀다”고 말했다. 이 매장 매출의 절반은 요우커가 올린다. 8월 매출액은 7000만원대로, 지난해의 두 배다. 매장 책임자는 “중국인들은 최소 20만원, 많을 땐 200만원어치도 넘게 산다”며 “하루 스무 팀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온다”고 소개했다.



 고가 화장품인 ‘설화수’ 매장도 요우커의 독무대다. 하루 열 팀 이상의 단체 요우커가 찾는다. 최고 인기 품목은 110만원대의 ‘진설’ 세트다. 영양크림 하나가 40만원이지만 중국 현지보다 싸다는 이유로 줄을 선다.









요우커들이 지난달 서울 중구 장충동의 신라면세점에서 국산 화장품을 구매한 뒤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면세점 내 화장품 판매지역은 밀려드는 요우커로 하루 종일 붐볐다. 하루 평균 1500명의 요우커가 신라면세점을 찾는다. [변선구 기자]





 국산 여성 의류 브랜드인 ‘오브제’의 현미영 매니저는 “매월 열 팀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찾는데, 한번에 300만원 이상 산다”며 “1000만원 넘게 사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1000만원어치라고 해도 옷 값이 비싼 편이라 몇 벌 되지도 않는다. 현씨는 또 “신상품이 나오는 시점을 챙겨뒀다가 때맞춰 내한해 필요한 옷들만 골라 사가는 매니어 층도 두껍다”고 전했다. 루이뷔통·샤넬·구치·게르랑·클라린스 등 서구 명품에만 눈을 밝혔던 요우커들이 이젠 국산 명품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질 좋은 화장품과 의류가 요우커의 관심을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돌려놓은 셈이다.



‘바이 코리아’의 특징은 발품이다. 전에는 면세점을 찾아 서구 명품을 구매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내 백화점을 돌아다녀야 한다. 질 좋은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2년간의 중국 ‘은련(銀聯)카드’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분석한 구매 내역을 보자. 2009년 상반기엔 서구 명품의 매출 비중이 61.1%였지만 올 상반기엔 23.8%로 줄었다. 국산 아동·유아복이 질 좋고 예쁘다는 게 알려지면서 엄마 요우커들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지난해 상반기엔 0.5%에 불과했지만 올해 3.2%로 6배 이상 늘었다 .



 2009년 상반기 1679건이었던 롯데백화점 내 은련카드 이용 건수는 2년 만에 1만6935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국내 전체 은련카드 매출액은 통계가 시작된 2007년 91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764억원으로, 4년 만에 40배 이상 폭등했다.



 빈폴키즈 매장의 박옥희 매니저는 “일본 고객들은 ‘티셔츠 한 벌, 소주잔 한 개’식으로 소량 구매하지만, 중국인들은 한번에 200만~500만원씩 박스째 구입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매장 직원 사이에 요우커가 ‘따팡(大方-통 큰 고객)’으로 통하는 이유다.



 식품류에서도 일본인들은 저렴한 김, 젓갈류를 사지만 중국인들은 홍삼 등 고가의 건강식품들을 주로 산다. 중국 전문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에 오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고, 그 가운데는 깜짝 놀랄 만한 부자들도 끼어 있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사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귀띔했다.



 신세계백화점 김봉수 마케팅 담당 상무는 “중국인들은 구매할 때 망설임이 없고 충동적이며 즉흥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품에 꽂히면 거기에 ‘올인’하는 것도 특징이다. 특정 구두가 마음에 들면 색깔별로 그 제품을 싹쓸이하는 식이다.



 김 상무는 요우커의 눈길이 국산으로 선회한 이유를 3가지로 꼽았다. 우선은 품질이다. 다음은 위상이다. 한류 영향으로 국산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요우커의 평가가 높아졌다. 마지막은 동질감이다. 김 상무는 “중국 남성이 선호하는 브랜드 가운데 ‘솔리드 옴므’가 있다. 한 벌에 100만원쯤 한다. ‘아르마니’보다 저렴한데 인기는 더 있다. ‘아르마니’가 서구적인데 반해 ‘솔리드 옴므’는 동양적인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정지영 상무는 “요우커들은 반드시 ‘메이드 인 코리아’인지 확인한 뒤 구입한다. 그만큼 국산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정 상무는 이어 “요우커들은 고성장,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조국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고 전제한 뒤 “요우커들은 따라서 ‘존중 받는 서비스’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요우커 전용 컨시어지(비서) 서비스를 도입해 전문적인 관광안내를 제공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요우커(遊客)= 관광객을 통칭하는 중국어. 국내 관광객은 통상 ‘뤼커(旅客)’라고 부른다. 국내 여행업계에서 요우커는 ‘중국인 관광객’을 특정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탐사기획부문=이승녕·고성표·박민제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산업부=박혜민·정선언 기자, JES 레저팀=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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