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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와 ‘변호사 전성시대’

참 이상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모양새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안철수 돌풍’을 타고 여야 정당의 바깥에 있는 장외 인사들이 각광받는 탈(脫)정치 현상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다. ‘억지 춘향’격으로 범여권·범야권이란 미사여구로 설명하면 되니 말이다.

이양수의 세상탐사

하지만 시장 후보감들의 전업(前業)을 보면 달라진다. 여론조사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그 뒤를 쫓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 범보수 후보를 자처하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 민주당 경선 후보인 천정배·추미애 의원이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무상급식 때문에 물러난 오세훈 전 시장까지 거슬러 보면 아무래도 서울시장 자리는 변호사 경력이 필수조건인 모양이다. 가히 변호사 전성시대다.

여의도 정치판으로 눈을 돌리면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45명 안팎(약 15%)이다. 전체 변호사 숫자가 1만여 명인데 비하면 작지 않은 비율이다. 집권당의 전·현직 대표인 안상수·홍준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의 첫 대통령이었다. 변호사는 노장청(老壯靑)을 막론하고 어느 세대나 선망하는 직업이다. 사회정의를 대변한다는 자부심도 높고,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에다 겸직의 기회와 범위도 넓다. 그래선지 대학 졸업생 사이에선 로스쿨 진학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의 정치인 변신을 보는 눈은 엇갈린다. 민주·법치 수준이 올라갈수록 법에 밝은 전문가들이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인 것 같다. 반면 딱딱한 법전(法典)과 개인사무실에 파묻혀 일하다 보니 ‘화합형 리더’로는 적당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잘되면 ‘소신’ ‘대쪽’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자칫 ‘독선’ 또는 ‘대못’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회창 전 대표, 오세훈 전 시장 등의 사례를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 정치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안철수 신드롬’을 참고하면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지역주의에 기댄 끝없는 정쟁에 민심이 지친 것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하든, 금융위기가 오든, 청년 실업이 목까지 차오르든 국익·민생을 뒷전에 둔 채 내 편 네 편 싸움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투쟁세대라는 40∼50대조차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정치판을 외면한다. 여야가 공수(攻守) 교대 식으로 20여 년간 넌더리 나도록 진흙탕 싸움을 벌인 참혹한 결과다.

변호사 출신 가운데 일부는 이런 정쟁의 한복판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법리(法理)를 따지는 듯한 명쾌한 논리, 법정에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듯한 달변을 자랑했다. 일부 인사는 ‘인권 변호사’ 시절을 재현하듯 단식 농성과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强手)로 이미지를 관리했다. 자기네 정파를 옹호할 만한 법률 조항과 논리를 찾아내 관운장이 언월도 휘두르듯 싸웠다. 그러다 당·정·청의 고위직에 발탁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문제는 이들의 논리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야당일 때는 하얗다고 주장하다 여당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검다는 논리를 들고나온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잘못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란 말이 나올 정도다.

범여·범야가 앞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누구로 정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변호사 출신의 서울시장이 다시 뽑힌다면 제발 말보다는 일을 앞세워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뛰어난 논리·언변 못지않게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100% 이기려는 생각보다 51%쯤 져준다는 포용력도 가졌으면 좋겠다. 법과 논리를 뛰어넘어 설득과 타협으로 국가적 현안을 풀어내는 정치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는 2018년께 변호사 2만 명 시대를 맞이한다. 변호사 출신 정치인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교수·관료·언론인·기업인 출신을 훨씬 능가하는 정치인 충원 풀(pool)이 될 기세다. 그렇다면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법조인의 경우 과거의 활동 내용을 검증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부적절한 법조인의 정치입문을 걸러낼 최소한의 제도로서 말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이 그런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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