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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대신 임진전쟁’ 내년부터 고교서 가르친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임진왜란’을 ‘임진전쟁’으로 가르치게 된다. 내년 고교 정규 과목으로 신설되는 ‘동아시아사’ 과목에서다. ‘조선과 일본, 명(明)이 7년간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명이 쇠망하고 청(淸)이 중국 대륙을 차지하는 등 동아시아의 판도 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는 학술 용어로 왜란(倭亂)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는 역사 학계의 문제제기가 반영된 것이다.

검정 통과한 ‘동아시아사’ 교과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아시아사’ 교과서는 교학사와 천재교육 출판사가 제작한 2종류다. 2종 모두 국사편찬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의 교과서 검정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두 교과서는 병자호란·정묘호란도 각각 병자전쟁·정묘전쟁으로 용어를 바꿔 기술했다.

‘임진왜란이란 명칭을 임진전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학계에서 제기됐다. 왜란이란 표현은 ‘왜인(일본인)이 일으킨 난동’이란 의미로 ‘동아시아 3국이 싸운 국제전쟁의 성격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전쟁이란 점을 강조해 ‘7년전쟁’이란 용어를 함께 써 온 학자도 있다. 그럼에도 교과서에 어떻게 기술할지는 본격 논의되지 않고 있던 것을 이번 교과서 집필진들이 임진전쟁으로 기술한 것이다. 일부 필자는 “동아시아 대전이란 용어가 타당하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학사가 만든 교과서의 대표 저자인 손승철 강원대 교수는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이란 용어는 피해자의 적대감이 깃든 용어로 조선왕조실록에서 그렇게 기술한 게 굳어져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진왜란은 우리 입장이 강하게 담긴 용어인데 한국사가 아닌 동아시아사를 편찬하면서 자국중심적 용어를 고집할 수는 없었다”며 “학술적 견지에서 임진전쟁이라 바꿔 부른다고 해서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한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천재교육 출판본의 대표저자인 안병우 한신대 교수는 “왜구들이 개항장에서 난동을 일으킨 사건을 뜻하는 삼포왜란에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나, 7년 임진전쟁에도 왜란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두 교과서는 ‘17세기 전후 동아시아의 전쟁’이란 단원에 8∼10쪽씩 할애하며 이 같은 표현을 썼다. 천재교육 교과서에서는 본문 맨 처음에 임진전쟁(임진왜란)이라 병기한 뒤 반복되는 부분에서는 ‘임진전쟁’이란 표기만 사용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본문과 별도로 ‘임진전쟁을 부르는 이름의 차이’란 항목을 따로 만들어 ‘임진전쟁을 부르는 다양한 명칭에 나타난 삼국의 역사 인식 차이를 생각해 보자’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일본에선 당시 연호를 따 ‘분로쿠·게이초의 역(文祿·慶長の役)’, 중국에서는 ‘항왜원조(抗倭援朝)전쟁’이라 부른다.

하지만 내년부터 고교 필수 과목이 되는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여전히 임진왜란으로 기술돼 일선 교육현장에서 용어의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교수와 안 교수는 “앞으로 학계 논의를 거쳐 이런 문제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여태까지 사용해 오던 용어를 변경하는 데 따른 반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저자인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역사적 실체에 보다 근접해진 표현이라 생각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보수단체 등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교과목 신설은 역사교육을 강화하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에 따라 2006년 결정된 것으로 내년부터 일선 고교에선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 가르쳐야 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표본 조사 결과 동아시아사 과목 선택에 관한 반응이 호의적”이라며 “전국 50만 명 고교생 가운데 20만 명이 동아시아사를 배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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