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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혹시…” 하는 공포에 금요일마다 매물 쏟아져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곳은 유럽인데 국내 금융시장이 더 흔들린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화가치가 뚝 떨어진다.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독 금요일에 주가가 많이 떨어지는 날이 많았다. ‘블랙 프라이데이’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의 금융시장 혼란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요동치는 한국 금융시장 Q & A

-유럽이 문제인데, 왜 한국 주가와 환율이 더 출렁이나.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73% 내렸다. 중국 상하이지수(-0.41%), 홍콩 항셍지수(-1.36%), 대만 가권지수(-3.55%)는 코스피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심지어 원인 제공자인 유럽도 우리보다는 덜 하락했다. 22일 영국 FTSE100지수는 4.59%, 독일 DAX30지수는 4.96% 내렸다. 전문가들은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참여한 외국인이 달러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유럽계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 상황이 어려운 본국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3일 하루만 667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사장은 “한국 금융시장은 유동성이 워낙 좋아서 외국인이 금융상품을 팔면 시장에서 다 받아낸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현금입출금기(ATM)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식시장 자금 300조원 중 100조원이 외국인 자금”이라며 “이들이 빠져나가면 주가와 환율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단기 자금 중 절반가량은 유럽계 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시장이 평균 수준의 방어는 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고점 대비 유럽은 30%, 미국은 15%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은 하락폭이 24% 수준이기 때문에 글로벌 평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유독 금요일에 금융시장이 불안한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진 8월 이후 여덟 번의 금요일 중 한국시장은 여섯 번이나 주가가 내렸다. 특히 지난달 19일(-6.22%)과 이달 23일(-5.73%)에는 5% 이상 급락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 날짜 모두 확실한 악재는 없었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심리가 일주일 내내 쌓이다가 투자자들이 금요일 한꺼번에 주식 매도에 나섰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9월 26일부터 10월 24일까지 금요일에만 다섯 번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10월 24일에는 코스피지수가 10.57%나 내리며 938.75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하락 원인은 ‘공포’였다. 강신우 사장은 “주말에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금요일에 미리 주식을 처분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의 주요 일정이 한국시간으로 목·금요일에 많아 금요일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 초반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유로존 회담 등을 앞두고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가 막상 별 내용이 없으면 실망감이 배가돼 금요일에 주가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과 같은 점, 다른 점은.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하다. 윤지호 팀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과도하게 주가와 환율에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흥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원인 제공자라는 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오정근 교수는 “2008년에는 통화정책을 써서 재정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그때는 유럽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나라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 대부분 국가가 100%를 넘는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모두 쓸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에는 1년 만에 경제가 반등했지만 이번에는 오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용택 연구원은 “2008년 당시에는 리먼브러더스라는 민간 금융사가 주체였고. 지금은 정부가 주체다. 그때는 생소한 파생상품이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다들 잘 알고 있는 국채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2008년 79%에서 현재 49%로 낮아졌다. 2008년엔 6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났지만 올해는 25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50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전문가들은 원화가치가 달러당 1200원대에 접어들 수 있지만 2008년처럼 달러당 1500원 선으로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2008년에는 금리를 불문하고 달러를 못 구해 난리였지만 지금은 달러를 못 구할 정도는 아니다”며 “해외자금 조달금리를 나타내는 US리보(Libor) 금리는 2008년 4.8%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0.35% 수준으로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는 달러당 1200원대에선 차츰 하락 압력이 약해져 지난해 5월의 저점인 1250원
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자산전략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달러 강세가 6개
월가량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적어도 3개월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럴 땐 환율 전망을 할 수 없다”(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와 원자재값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석유소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는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진 팀장은 “구리나 농산물 등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는 가격이 내릴 것이다. 다만 금은 일시 조정을 받은 후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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