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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일터

하동 땅에서는 지리산 자락이 구비 돌면 섬진강도 구비 돕니다. 섬진강이 훤히 보이는 산자락마다 잘 가꾼 녹차 밭이 즐비하고, 강바람을 피할 만한 곳에는 뜨문뜨문 산중턱 마을이 있습니다. 강마을이면서 산마을입니다. 강바람이 얌전한 날, 느릿하게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상덕마을 길을 걸었습니다. 마을 끝자락을 돌아드니 너른 밭 틈에 할머니가 앉아계십니다. 우연한 만남에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할머니 밭이 넓네요.” “아니 남이 땅인데, 없이 살아 쪼금 나눠 지어 먹어.” “한 줄은 내가 하고, 요쪽 것은 다른 할매가 지어.” “근데 옆에 할매가 약을 안 쳐.” “벌거지들이 넘어와 우리 것도 다 벌거지 먹어 부아나 죽겠어.” 벌레 하나를 잡아 손톱 끝에 올려놓고 여지없이 팍 터트립니다. 한스러운 말씀이 이어집니다. “나 벌어 먹일 사람 없어서 이래 먹고 살아.” “내 먹을 거 내 심어, 사먹을 돈 없어.” “자식들은 있어도 직장이 똑바로 없어서 돈도 못 벌어.” “이제 사진 그만 찍어.” “영양제 맞으면 약기운이 한 달 가는데, 사진 찍히면 기운 뺏기잖아.” 슬며시 사진기는 뒤로 하고 인사하고 돌아섰습니다. 한가롭던 발걸음은 무거워졌고 섬진강은 변함없이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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