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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천재 공통점은 ‘4차원’ … 과학·예술 함께 접한 게 힘

‘피카소&아인슈타인 3.0’. 얼핏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는 두 거장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이 특이한 문구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난 5일 시작된 전시회 제목이다. 우주의 탄생과 조화, 4차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 전시회엔 작가 25명의 작품 83점이 전시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이는 과학문화진흥회 김제완(79·사진) 이사장. 그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시회를 기획했다 한다. 1972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해 97년 정년퇴임한 김 이사장은 요즘도 매일 아침 두 시간씩 각종 과학잡지와 유명 과학연구소 사이트를 통해 과학의 최신 흐름을 좇고 있다.

‘피카소&아인슈타인 3.0’ 전시회 연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 이사장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을 한데 묶은 제목이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피카소는 예술계를, 아인슈타인은 과학계를 대표해 서로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공히 ‘4차원’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카소의 대표작인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면 기하학적인 형상을 도입한 것을 알 수 있다. 피카소가 처음으로 삼각형,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모형으로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 그림을 보는 위치에 따라 가장 앞으로 나와 보이는 여인이 달라진다. 이걸 보면 피카소는 자기 그림 속에 큐비즘(입체파)이라는 운동을 통해 4차원을 도입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실제로 과학에 4차원을 도입해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생각은 같았다. 3.0은 그동안 웹버전이 2.0까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것까지 앞서서 전시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거다.”

강영민 ‘중력제로’
-피카소의 과학적 측면, 아인슈타인의 예술적 측면을 좀 더 설명한다면.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가 말하길 ‘상상은 지식을 넘어선다’고 했다. 상상의 세계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속으로 생각한 걸 예술적·음악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기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가 만들어낸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은 딱 한 줄(E=mc²(에너지 E, 질량 m, 광속 c))이다. 그런데 그 속에 우주의 모든 신비가 들어 있는 게 과학자인 내가 봤을 땐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또 피카소의 ‘마라 부인’을 보면 눈 속에 눈이 있고 코 속에 코가 있다. 피카소는 ‘나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나의 생각을 그린다’고 했다. 4차원을 생각하면서 그린 것 같다. 4차원 입방체를 3차원에 사영(射影)하면 입방체 속에 입방체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 속에 눈이 들어 있는 것과 같다.”

-전시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전체적인 흐름은 우주가 시작되고, 다시 우주에서 지상으로 와 인체 속으로 들어가고, 또 더 작은 원자로 들어가는 순서다. 큰 데서 작은 곳으로 가는 흐름으로 여기에 맞춰 작가들을 섭외하고 전시장을 꾸몄다. 제1전시장은 ‘우주의 탄생’으로 태초의 모습, 빅뱅 등 거대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보여준다. 제2전시장 ‘우주의 조화’는 신비로운 무중력의 세계를 회화와 사진, 입체작품 등을 통해 표현한다. 제 3전시장 ‘피카소&아인슈타인 3.0’은 우주를 건너 만나는 4차원의 세계를. 제4전시장 ‘이상한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전자·원자·양자 등 미시의 세계를 소개한다.”

송운창 ‘In the beginning, there was light(태초엔 빛이 있었다)’
-전시회의 의도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송운창의 ‘In the beginning, there was light(태초엔 빛이 있었다)’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에서 빛과 함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시점을 표현하고 있다. 어떠한 기운에서 시작해 뭉치고 팽창하면서 증폭되는 찰나의 그 창조와 혼돈의 순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오경환의 ‘생성의 우주2’는 우주 생성의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다. 강영민의 ‘중력제로’는 고층 아파트와 도로가 가득한 서울의 모습과 재난이라는 상황을 연결해 마치 세상이 무중력 상태인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흔히 예술은 감성적이고 과학은 논리적이라고 한다. 둘은 너무 다르지 않나.
“둘을 떼어놓고 보면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그리스 시대에만 해도 과학과 예술의 구분이 없었다. 아르스(Ars)라는 라틴어는 과학과 예술을 통틀어 가르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처럼 과학과 예술은 한 뿌리에서 같이 자라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과학이 세분화되고 발전되면서 예술과 떨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과학과 예술은 닮은 점이 너무 많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다같이 4차원적인 생각을 했고 많은 작가가 중력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과학의 이점을 응용하지 않으면 현대작가가 아니라고 할 정도다.”

-예술과 과학이 접목된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한다면.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락(1912~56)이 대표적이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붓 대신 물감통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물감을 부어댔다. 그렇게 무작위로 뿌리며 그린 그림에서 ‘프렉탈’ 구조가 명확히 발견된 것이다. 프렉탈은 같은 구도가 축소판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프렉탈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잘 표현된 그의 대표작 ‘#8’(1949년작)은 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카오스 현상’의 기본인 프렉탈을 연구하기 15년 전에 완성됐다. 폴락의 작품은 연도에 따라 프렉탈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면 진품인지를 가릴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은 모두가 아름다움을 먹고 사는 분야다.”

-국내에서 예술과 과학의 접목을 위한 노력은 어떤 수준인가.
“외국에 비하면 많이 뒤처져 있다. 정부에서 스팀(STEAM)교육을 생각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실행 여건이 잘 안 돼 있다. 스팀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 (Mathematics)을 한데 모아 교육해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를 하는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으로 전 세계적 추세다. 예를 들어 상대성이론을 가르칠 때 먼저 피카소부터 시작해 수준별로 아인슈타인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잘돼 있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300개 카운티에서 스팀교육을 실험하고 있다. 스팀이 잘 이뤄지려면 가장 중요한 게 교사 교육이다. 초·중·고 교사들이 스팀교육을 소화할 만한 능력이 돼야 한다. 미국에서도 교사 20만 명을 교육했는데 그중 5만 명이 중도에 포기했다. 우리 정부가 스팀을 하려면 이 교사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과학문화진흥회의 향후 계획은.
“그동안 5년에 걸쳐 매년 노벨상과 건강, 에너지환경, 정보산업, 국가안보, 문화예술 등을 접목한 전시회를 열어왔다. 과학 하면 노벨이 떠오르니까 그를 통해 과학을 대중화하려고 한 것이다. 보통 노벨상은 과학자들만의 잔치로 생각하지만 거기서 나온 결과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뢴트겐의 X선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노벨 e-라이브러리를 만들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연애 관계 등 재밌는 부분부터 시작해 필요한 것, 알고 싶은 것을 듣고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웹사이트 형식으로 만들어 무료로 다 공개할 것이다. 또 그 속에서 영재에 대한 것도 얘기하려 한다. 우리는 영재를 나이 어린 애가 높은 수준을 미리 아는 거, 예를 들어 중2가 대학의 미적분을 풀면 영재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자기 레벨에서 독특한 생각을 하는 게 영재다. 다 있는 거 미리 아는 게 무슨 영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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