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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는 장수 위해 20~30대부터 생애설계를

올 들어 언론 및 전문가들이 ‘인생 100세 시대’ ‘장수리스크’ 등을 집중 거론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제 장수리스크라는 말은 유행어처럼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100세 장수를 축복보다는 불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은 인류의 소망이었는데 어떻게 재앙으로 바뀐 것인가. ‘100세 장수는 얼마든지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전환 캠페인을 벌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강창희의 100세 시대 자산관리

우선 장수리스크를 ‘장수 위험’이라고 직역하는 것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리스크(risk)는 위험이라는 말과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위험의 영어 표현은 데인저(danger)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라고 말할 때의 위험이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속성이 있다. 라틴어에서 나온 리스크라는 말은 본래 ‘용기를 갖고 시도해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하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이다.

장수리스크도 마찬가지다. ‘100세 장수는 위험하니 빨리 죽는 게 낫다’는 식의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생애설계(Life Planning)를 하고 20~30대 젊은 시절부터 그에 맞는 준비를 해나간다면 100세 장수는 축복이 될 수 있다. 노후준비는 20~30대 젊은 시절에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다. ‘퇴직 1~2년 앞두고 시작하면 되는 거지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무슨 노후준비란 말인가’. 대부분 이런 표정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노후준비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출발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후라는 말에 저항감이 느껴진다면 후반 인생설계라 해도 좋다.

20~30대 젊은 시절에 후반 인생설계를 시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생 100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60세 정도까지 일하다가 65세쯤 세상을 떠나던 시대와는 달리, 앞으로는 퇴직 후 30~50년의 긴 후반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첫째는 건강이다. 젊은 시절부터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미국·일본에서 퇴직 후 생활비 조사를 한 결과 퇴직자의 30~40%는 퇴직 후에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의료비에 있다. 요양원 등에서 보내는 기간이 길다는 것도 생활비가 줄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런데 의료비는 일반 생활비와 속성이 다르다. 매월 지출하는 생활비는 그 규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부족하면 어느 정도 줄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비는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거니와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비는 일반 생활비와 달리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지만 일이 생겼을 때 지급을 해주는 ‘보험’에 가입해 대응해야 한다.

두 번째는 퇴직 후 30~50년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일이 재취업을 해 수입을 얻는 일이든, 자기실현을 위한 일이든, 사회 환원적인 일이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건강과 노후생활비 때문에도 그렇지만 보람 있는 인생을 위해서라도 퇴직 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젊은 시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균형 잡힌 자산관리를 통한 노후자금 마련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정에서의 자산관리는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아껴 어느 정도의 목돈을 마련하고,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합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어느 정도의 부를 이룰 수 있었고, 이것이 노후자금 마련 수단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계속되다 보니, 가계 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전망으로 보나 자산관리 측면에서 보나 우리나라 가정의 자산구조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저금리에 인플레 리스크가 커져 있는 상황에서는 투자형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에 장기·분산 투자하는 방법을 젊은 시절부터 공부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과감하게 자녀교육을 개혁해 자녀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지난해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55세 이상 퇴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대상자 중 충분한 준비 없이 퇴직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노후 준비를 못한 이유로는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주위에서 과다한 자녀교육비 지출로 노후자금은 마련하지 못했는데, 기대와 달리 자녀들은 도움을 주지 않아 고생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자녀 도움은커녕 열심히 모아둔 자금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에게 주고 본인들은 어려운 노후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나 사위가 와서 손을 벌리면 부모로서 무작정 모른 체 할 수만은 없다. 평생 절약해 모아둔 돈을 내주고 노부부는 지하 쪽방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사교육비로 쓰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장래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는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시험만 잘 보면 평생을 보장받는 시대였을 수도 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면 그럭저럭 60세까지 다닐 수 있었다. 또 그 부모는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일류 기업에 들어가도 40대 중반이면 언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시대다. 시험 잘 보면 끝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건전한 경제교육을 통해 자녀의 자립심과 직업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교육비 지출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교육비를 아껴 자신의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부가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공통된 인식과 소신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다섯번째는 젊은 시절부터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연금)에 가입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생활비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두는 일이다. 이것이 100세까지 살지 110세까지 살지 알 수 없는 장수리스크와 노년에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당할지도 모르는 자녀리스크에 대비하는 길인 것이다. 이상에 언급한 어느 한 가지도 퇴직 1~2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서는 대비가 어렵다. 20~30대 젊은 시절부터 장기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강창희(64)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도시샤대학원에서 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3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를 거쳤다. 이후 은퇴설계 전문가로 변신해 미래에셋그룹 퇴직연금연구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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