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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람 장사’ 단속 걸려도 아메바식 분열 … 검찰·정치권 출신 바람막이 영입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의 한 불법 다단계 업체에서 교육을 받고 합숙소로 돌아가는 대학생들. 업체는 이들에게 경찰 수사를 피하는 법을 사전 교육하기도 한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을 받으려 해도 이들은 “강압은 없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피해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 [변선구 기자]


불법 다단계 업체를 수사해 법적 처벌까지 받게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서울 송파경찰서 다단계 특별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난관에 자주 부딪힌다. 우선 피해자들의 협조가 잘 안 된다. 평소 불법 업체들이 단기간에 대학생들을 철저하게 세뇌시키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4~5일이면 1차 세뇌가 끝나고 그 이후에는 일대일 면담을 통해 업체 논리에 완벽하게 빠져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세뇌가 실패하면 협박과 달래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대학생 피해자 김모(22)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4일차 교육이 끝나자 대출이라도 받아 수백만원어치 물건을 사라고 했다. 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하자 5시간이 넘게 일대일 면담이 이어졌다. 전날까지 친절했던 업체 관계자가 욕을 퍼붓고 막말을 했다. ‘나이 들어 부모한테 손 벌리고 살 거냐’ ‘너도 가난한 네 아비처럼 살고 싶으냐’며 수치심을 줬다. 결국 서명하고 다음날 800만원을 대출받았다.”




경찰 압수물에서 ‘수사에 대비하는 법’을 상세히 적은 한 대학생의 노트가 발견됐다.

 수사를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업체들이 철저한 법적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고위 검찰 간부 출신이나 변호사, 정치권 인사 등을 회사 고문으로 영입해 해결사 역할을 맡긴다. 수사팀 관계자는 “재판에 넘겨지면 수억원의 수임료를 줘가며 관할 법원 출신 변호사를 고용하는 기동력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법조계 전관예우를 철저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유죄 판결을 거쳐 대표를 처벌하고 회사가 사라져도 끝이 아니다. 이들의 생명력은 놀랍다. 아메바처럼 증식한다. 수사 관계자는 “하나를 단속하면 아메바식 세포 분열을 한다”며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 하는 무력감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불법 다단계 피해자들의 인터넷 모임인 ‘안티피라미드연대( cafe.naver.com/antimlm)’에도 “이들(불법 다단계 업체)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글이 올라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나를 없애면 두 개, 세 개가 생겨나는 식이다. 분열 과정은 간단하다. 불법 다단계 업체가 단속되면 100여 명의 하위 조직을 거느린 최상위 직급자들이 각각 새로운 불법 다단계 업체를 만든다.

 방문판매법에 의해 한국특수판매 공제조합에 등록된 다단계회사는 72개다. 그러나 불법을 일삼는 미등록 업체의 숫자는 파악조차 안 돼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불법 다단계 업체의 원조는 SMK다. 1988년 ‘재팬라이프’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 회사는 유명 외국계 다단계 업체와 함께 국내 시장을 양분한 큰 회사였다. 사람 장사에만 몰두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결국 검찰 수사와 부실 경영 등으로 2004년 부도가 났다. 회사 대표는 2002년 구속됐지만 최상위 직급자들은 자신의 피라미드 조직을 데리고 나와 각각 새로운 업체를 차렸다. 이후 불법 다단계 회사가 급증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에서 일했던 석모(35)씨는 “현 불법 업계의 고위직 인사는 거의 SMK 출신”이라며 “이들 업체가 사람장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SMK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을 벌여도 좀처럼 불법 다단계 업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서울 송파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불법다단계 회사인 E사도 마찬가지다.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받은 한 업체의 최상위직급자가 자신의 피라미드 조직을 데리고 나와 자신의 처남을 내세워 만든 것이 E사”라고 밝혔다.

 법적인 제재도 통하지 않는다. 방판법에 따르면 처벌받은 대표·임원은 5년간 활동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바지사장을 내세우면 그만이다. 자신은 서류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고문 직함을 파서 회사 경영에 간여하는 식이다.

◆탐사기획부문 = 이승녕·고성표·박민제·이서준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SMK=국내 ‘불법 다단계 판매원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초창기 다단계 사업체. 1980년대 말 일본 자본이 주축이 돼 국내에 지사를 낸 재팬라이프에서 출발, 산융·숭민 등의 이름을 거쳐 97년 SMK로 이름을 바꿨다. 판매원들의 감금·폭행 등 불법행위를 일삼았고 피해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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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