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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문화유전자 밈(meme) 동물에게도 있다

지난달 국내 개봉한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이란 영화에 ‘시저’라는 이름의 침팬지가 주연으로 나온다. 사람 사이에서 키워진 시저는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보유하게 됐고, 어느 날 자신의 ‘가족’과 시비가 붙은 이웃집 사람을 공격했다가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시저는 자신이 인간과 다른 존재임을 깨닫고 다른 유인원과 함께 사람과의 전쟁을 시작한다는 줄거리다. 영화의 시저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도구를 사용하는 영리한 동물들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만물의 영장’ 인류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적 사고가 돼버렸다.

 최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일본 도쿄 다마(多摩)동물원의 오랑우탄 동영상(www.youtube.com/watch?v=ayrzdxBwzGw)이 관심을 끌었다. 오랑우탄이 수건을 물에 적신 뒤 얼굴을 닦는 동영상이다. 영락없이 시냇가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사람의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2009년 12월 과천 서울동물원에서 오랑우탄이 전기난로에 나뭇가지를 집어넣어 불장난을 하는 바람에 사육사들이 기겁하기도 했다.






 동물 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학계에 처음 보고한 사람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박사다. 1960년 10월 어느 날 구달 박사는 개미굴 구멍 속으로 풀 줄기를 넣었다 뺀 다음 거기에 붙어 있는 흰개미를 훑어 먹는 수컷 침팬지를 발견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행동생태학) 석좌교수는 “처음 구달이 논문을 발표했을 때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사시대 인간이 도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선사시대 인간과 다른 영장류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됐지만 이제 그 기준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물들에게도 ‘문화’가 있다.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을 무리 속 다른 개체들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후손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2006년에는 아프리카 세네갈 남부 퐁골리 숲에서 침팬지들이 나뭇가지를 뾰족하게 갈아 창을 만들어 속이 빈 나무둥치 속에서 잠자는 갈라고원숭이를 찔러 사냥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콩고민주공화국 괄루고 삼각지대의 침팬지들은 흰개미 낚시용 풀 줄기를 이빨로 다듬기도 했다 . 끝을 솔처럼 갈라지게 만든 낚싯대는 1자 막대기보다 열 배나 많은 흰개미를 낚아 올렸다.

 이러한 모습들은 동물에게도 생물학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문화적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를 ‘밈(meme)’이라고 지칭했다. 생물학적 유전자 ‘진(gene)’에 대비해 그가 만든 단어로 모방과 같은 비(非)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는 문화 요소를 말한다.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 돌고래가 피부 보호를 위해 해면동물 조각으로 주둥이를 감싸는 행동이 무리 사이에 확산되는 것도 밈이라는 문화적 유전자가 전달된 덕분이다. 밈 확산의 가장 고전적 사례는 1953년 9월 일본 고시마(幸島)에서 살던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 이모(Imo)가 퍼뜨린 행동이다. 이모는 연구자들이 준 고구마를 개울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고, 59년에는 이 행동이 새로 태어난 새끼들을 중심으로 무리 전체에 퍼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알래스카 카드마이 국립공원에서 늑대가 회색곰의 동작을 흉내 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잡아 먹는 장면이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같은 종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종 사이에도 밈이 전달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재천 교수는 “도구 사용 이 인간과 동물의 중요한 차이라고 할 수도 없게 됐다”며 “다만 인간이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들어 ‘기계문화’를 이룩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밈(meme)=동물 개체에 기억돼 행동으로 나타나고, 모방을 통해 다른 개체에 전달되는 비(非)유전적 문화요소 또는 문화전달 단위를 말한다. 악수나 경례 같은 간단한 것에서 종교처럼 복잡한 행위도 밈이다. 우수한 생물학적 유전자(gene)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많이 퍼뜨리는 것처럼, 인기 있는 밈은 많이 복제돼 널리 전파되고 오래 지속된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모방’의 의미가 들어 있는 그리스어 ‘미메메(mimeme)’에서 밈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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