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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처럼 … 국과수도 범죄 현장 간다




19일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이 컴퓨터 모니터에 변사체의 X선 사진을 띄워놓고 현장감정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2월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 현장에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학부장이 나타났다. 피의자로 지목된 남편 백모(31)씨의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건 현장에 법의학자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 상황을 보지 않고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서 부장의 판단이었다. 그는 경찰이 찾지 못한 증거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신이 발견된 욕실 욕조의 위치와 재질, 상태 등을 꼼꼼히 살폈다. 결정적으로 안방에서 피해자의 혈흔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사고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국과수 의견서 등을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백씨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19일 서울 신월동 국과수에서 만난 서 부장은 “피해자가 발견된 욕조의 모양과 위치를 보니 넘어져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법의학적 지식이 있어야 찾을 수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은 검시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이제 국과수도 미국의 CSI(Crime Scene investigation·과학수사대)처럼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이르면 11월 말부터 서울 본원이 있는 양천구와 강서구에 ‘현장검안센터’를 설치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법의학자들이 센터에 상주하면서 직접 현장에 나가 시신을 보고 증거물을 채취한다는 것이다. 경찰청도 검안센터 장소 확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국과수는 현장조사 없이 부검만 담당해왔다.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 감식을 하고, 시신 검안은 일반 의료기관의 의사 등이 하는 시스템이다. 서 부장은 “시신이 놓인 장소·자세·옷·날씨·사망 직전의 상황에 따라 사망의 원인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시신에서 나오는 증거물도 시간이 흐르면 소멸되는데 법의학자가 현장에서 이를 신속하게 채취하면 그럴 우려가 없다”고 했다.

 서 부장은 2002년부터 3년간 국과수 중부분원에서 근무할 당시 현장출동시스템을 시범 가동한 적이 있다. 서 부장은 동료 2명과 함께 대전·충청 지역을 돌며 2500건의 사망사건을 해결했다.

 현장검안 센터의 성공을 위해 남은 과제는 법의학자 인력 확충이다. 서 부장은 “미국의 법의관 1명이 1년에 150~200구를 부검하고 있는데 우리는 250~300구를 부검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현재 8명의 의대 졸업생들이 국과수에 지원했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채용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기관에 소속된 법의학자가 현장검안 참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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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