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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피라미드





이탈리아 출신 미국인 찰스 폰지는 1919년 국제우편 쿠폰에 45일 투자하면 50%의 수익을 준다며 자금을 모았다. 초기에는 새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돌려막기’로 꼬박꼬박 ‘수익금’을 지급했다. 4만 명이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아 투자한 돈 1500만 달러를 챙겼다가 이듬해 쇠고랑을 찼다. 보통 ‘피라미드’라 불리는 다단계 금융 사기를 ‘폰지 사기(Ponzi Scheme)’라 부르는 이유다.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년에 걸쳐 650억 달러의 폰지 사기를 쳤다가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보통 ‘피라미드’라 불리는 불법 다단계 조직은 폰지 사기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물건을 끼고 합법적인 다단계로 위장한다. 신규 회원이 쓸모 없는 물건을 수백만원어치씩 사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그 돈을 기존 회원이 나눠 먹는다. 신규 회원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당장 망한다. ‘파라오’라고 불리는 최고위층만 돈을 번다. 심하게 말하면 ‘인신 매매’나 다름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이 2005년 내놓은 책 『괴짜경제학』에는 “마약 판매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는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은 사도단’이라는 조직의 경우 중간보스가 돼야 연 10만 달러를 번다. 전체 5000명의 조직원 가운데 중간보스는 100명, 5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보스급은 2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3.3달러를 받는다. 25%가 죽는 위험을 감수하고 언젠가는 보스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버틸 뿐이다.

 최근 중앙일보의 ‘거마 대학생’ 보도로 피라미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마약의 해악을 감안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로만 따지면 피라미드는 마약 조직보다도 나쁘다. 최소한 마약은 찾는 사람이라도 있어 외부에서 돈이 들어온다. 꼭대기에 올라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도 피라미드는 마약 조직과 닮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합법적인 국내 다단계업체의 판매원은 357만 명, 총 매출은 2조5000억원이다. 상위 1% 판매자는 연평균 4300만원의 수당을 챙겼지만 1~6% 판매원은 396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상위 30%에 들어야 46만원을 벌 뿐이다. 합법적인 다단계가 이 정도다. 피라미드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피 같은 돈으로 사기꾼 몇 명의 배를 불려주는 어리석은 선택일 뿐이다.

김창우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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