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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추격, 기술융합으로 뿌리쳐야”




혁신적인 중견기업 경영자의 모임인 이노패스트포럼이 19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열렸다.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왼쪽에서 둘째)이 강연을 하고 있다. 황 단장은 이 자리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받쳐줘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재일 딜로이트 성장혁신센터장, 황창규 단장, 이재술 딜로이트 한국총괄 대표, 전영기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시래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김상선 기자]


“중견기업들의 활약 없이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갈 수 없습니다.”

 황창규(58)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전략기획단장은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19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열린 제4회 이노패스트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이노패스트란 혁신(Innovation)을 바탕으로 고성장(Fast-Growing)하는 기업을 가리키는 말. 이노패스트포럼은 딜로이트와 중앙일보가 2009년과 올해 공동 선정한 25개 이노패스트 기업 경영자의 토론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 황 단장은 “너무 ‘신(新)’과 ‘미래’에 몰입해 선진국 기술만 따라가려고 하는데 그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다고 한탄하지만 그렇다고 하드웨어는 제쳐두고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잘하는 주력 산업이 날개를 펴도록 해주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도 뿌리 박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든든히 받쳐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단장은 지난해 5월 현재 직책을 맡으면서 일본·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연구해 왔다. 그가 찾은 히든챔피언의 경쟁력은 기업 오너의 비전, 그리고 R&D에 있었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은 매출액의 6%를 R&D에 투자한다. 이노패스트 기업의 2배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술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사장 시절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01년 도쿄 자쿠로 식당에서 이건희 회장을 만나 도시바의 제휴 제안을 뿌리치고 낸드플래시를 독자 개발할 것을 주장했다. 유명한 ‘자쿠로 회동’이다. 금융의 역할도 지적했다. 그는 “도이체방크는 오너의 실력을 보고 기업을 판단하며, 일단 대출이 결정되면 3~4년간 장기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소개했다.

 황 단장은 “디지털 코리아의 위기를 말하지만 우리에겐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무섭게 따라붙는 중국이 가장 두려운 존재다. 액정표시장치(LCD) 필름을 생산하는 미래나노텍 김철영 대표는 “앞으로 3~5년 뒤면 대한민국이 중국 때문에 먹고살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황 단장은 중국을 뛰어넘을 만한 무기로 ‘기술의 융합’을 꼽았다.

그는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뺏겼던 조선 수주 1위 자리를 올해 다시 되찾은 건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앞서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의 융합을 잘 살리면 중국을 따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움을 겪는 LCD산업과 관련해서는 “진입장벽이 높은 ‘투명 디스플레이’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한 이노패스트 기업인들도 여러 의견을 내놨다. 휴대전화 슬라이딩 모듈을 생산하는 KH바텍 남광희 대표는 “이노패스트 기업의 규모에선 몇백억원씩 들여 5, 10년 동안 기초 R&D에 투자하긴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스포츠 신발을 만드는 학산의 이원목 대표는 “미래 성장산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경쟁력 있는 스포츠산업을 키우는 일에도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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