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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전 원인 몰랐다”는 정부 … 무지도 죄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무책임했고, 지식경제부는 무지했다. 정전사태를 집중적으로 따진 19일 지경부 국정감사를 지켜본 기자의 생각은 그랬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바로 정전 당일인 15일 오후 2시30분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과 지경부 실무자의 통화다. 당시 급전소장은 “정전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때 그는 당장 쓸 수 있는 예비전력이 100만kW 아래로 떨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전력 수급은 이날 오전부터 심상치 않았고 급기야 오후 1시35분 이후엔 ‘심각’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자칫 전국 동시 정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돼서야 당국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지경부 실무자는 “좀 시간을 갖고 보자”고 했다. 윗선에 상황을 보고하지도 않았다. 그의 모니터에는 예비력이 390만kW로 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 시간 이내엔 가동하기 어려운 발전량까지 포함하고 있는 ‘허수’라는 걸 당시엔 몰랐다고 했다.

 최중경 장관은 이 부풀려진 예비력을 거래소의 ‘허위 보고’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해 보상 재원도 ‘책임을 공유한’ 한전·거래소·발전자회사 등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몰랐으니 우리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지경부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인지 모른다.

 이번 사태의 와중에 전력거래소와 한전이 보인 무책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지의 죄’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지경부의 말대로라면 전력 수요가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 책임자와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 담당자가 서로 다른 숫자를 보며 지금껏 ‘동상이몽’을 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져 온 것이다.

 전기와 관련해 직무유기를 한 것은 담당부처인 지경부만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기료를 원가 이하로 억누르면서도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발전소를 늘리는 데는 극히 무신경했다. 이번 정전사태는 결국 이 무책임·무지·무신경의 ‘3무(無)’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23일(한전)과 다음 달 6일(지경부)로 이어지는 국감에선 이 ‘3무’를 해결할 대책과 함께 진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것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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